태백산 암자서 홀로 수행하는 고우 스님 서울강연


“버리지 않으면 참선도 기도도 쓸데없는 것”

과연 선(禪)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선적인 삶인가.

산승 고우 스님(69)이 이런 마음의 갈증을 풀어주려 서울에 단비를 몰고 왔다. 태백산 각화사 서암에서 홀로 사는 고우 스님이 7일 오후 6시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간화선, 수행의 길’에 대해 설법했다. 산중 전통 강원의 교육을 서울에서 하는 서울불교전문강당이 첫학기 강의를 마친 뒤 방학 특강으로 그를 초대했다. 승려들이 선의 교과서격인 <선요>나 <서장>에 대해 가장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고우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세속에 살면서 죄도 많고 업도 많다 하지만
꿈깨고 보면 죄도 업도 착각일 뿐
‘자신이 본래 부처’ 입니다

“내게 찾아오는 사람에게 난 참선하라, 수행하라 하지 않아요.”

권위나 ‘승려 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그는 늘 이처럼 편안하게 말을 꺼낸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게 ‘중도 연기’(中道 緣起)입니다. 이 연기만 이해해도 삶이 달라지지요.”

그는 먼저 ‘연기’를 이해하도록 하는데 자상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금강경>, <반야심경>의 핵심이 중도연기, 즉 공(空)인데, 그는 집을 예로 들어 중도 연기를 설명한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목재와 벽돌 등 건축자재 하나하나의 조합으로 구성된 것으로, 다 뜯어놓고 보면 여럿의 조합이지 집이란 독립된 실체가 없지요. 몸처럼 형상이 있는 것이나, 마음처럼 형상이 없는 것이나 어떤 것이든 이처럼 ‘연기’로 존재할 뿐 실체가 없지요.

“사람들은 ‘내가 없다’면 허망해서 어떻게 사느냐, 의욕도 없어지고 허무주의가 밀려들 것이 아니냐고 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무아를 체득하면, ‘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는 것보다 더 활발하고, 이해심 많고,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살게 됩니다. ‘나’를 넘어섰으니, 상대와 비교해 비참해 하거나 교만하지 않지요. 이런 비교심, 대립심, 갈등심 대신에 평화스런 마음과 지혜가 생겨나니, 부정도 긍정도 넘어서는 절대 긍정이 돼 ‘나날이 좋은 날’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나 국가도 ‘나’를 전제로 하면, 상대와 대립하며 힘으로 모든 것을 풀려고 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전가하지만, ‘나’와 ‘내 쪽’을 초월하면 서로 아픔을 보듬는 연민으로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욕심은 ‘나만을 위하는 이기심’에서 나오고,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른끼리도 싸우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도통한 선사는 어른의 어른이다”고 말했다.

고우 스님은 조계종에서도 총무원장은 물론 본사 주지들까지 선출하는 것에 대해 “이런 진리를 가는 불교 집안에서 선거를 하며, 이전투구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선거제도를 넘어설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방을 가르거나 색깔을 가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표를 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우 스님은 연기중도를 통해 일체를 공에서 보면, 일체를 평등하게 예수 부처님, 마호멧 부처님, 공자 부처님, 석가 부처님으로 대할 수 있다”며 종교의 틀도 부숴버렸다. 그는 “부처님은 외도들이 침을 뱉어도 성을 내지 않았다”며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싸우는 것은 불교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고우 스님은 참선에 있어서도 이처럼 실체가 없는 것에 집착을 떠난 마음을 철저히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평생 살아온 동안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한 뭉텅이로 만들어 갖다 버린 뒤 좌복(좌선때 앉는 방석)에 앉아야 합니다. 그것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참선도 염불도 기도도 쓸 데 없는 것이지요.”

그는 또 고통 받는 중생들을 선의 경지로 깨워준다.

“많은 사람들이 세속에 살면서 죄도 많고, 업도 많다고 하소연하지만, 선에서 보면 죄나 업이 있다는 것도 착각일 뿐이지요. 꿈을 깨고 보면 ‘자신이 본래 부처’입니다.”

200여 대중들이 ‘나’에 대한 집착의 꿈에서 벗어나 부처로 깨어나는 동안 극락전 안팎에서 동시에 법비가 내렸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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