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방정환이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더니 과연 헛말이 아니었다. 방정환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고무신에 오줌을 받아가면서 들었다는 일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그말이 사실이겠구나 싶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을 때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 마치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들려주듯이 그렇게 조근조근하게 글을 쓴다.

이 책 속에는 <동생을 찾으러>와 <칠칠단의 비밀>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있다. 모두가 탐정소설이라는 갈래다. <동생을 찾으러>는 중편소설이고 1925년에 <<어린이>>에 발표가 되었다. <칠칠단의 비밀>은 장편이고, 1926년부터 27년까지 <<어린이>>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당대의 어린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이 소설들을 읽고, 또 기다리고 했을지 짐작이 간다.

<동생을 찾으러>에서는 주인공인 창호가 납치된 여동생 순희를 중국인들의 손에서 구해내기까지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칠칠단의 비밀>에서는 일본인 곡마단에서 자란 상호가 여동생 순자를 중국까지 가서 되찾아 내고, 어린시절에 헤어진 아버지도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 모험의 과정이 정말 쉴 틈 없이 긴박하게 진행이 된다. 손에 땀을 쥐고 책을 넘길만큼 긴장의 연속이다.

상호나 창호, 소년회원들, 조선인 어른들은 모두들 얼마나 씩씩하고 의리있는 사람으로 나오는지. 중국인들은 모두 음흉하고, 일본인 순사는 조선인의 불행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관료들로 나온다. 약간의 상투성도 느껴지고, 우연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마음에 거슬리는 곳이 많지만, 한편의 이야기로서 말의 솜씨는 현대의 여느 소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방정환이 33세에 죽었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불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이야기의 씨앗, 어린이 사랑의 혼은 살아남아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양분이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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