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자기 완결형 구조의 글....
자기 완결형 구조를 갖춘 글을 읽노라면....
자기완결형 구조의 글이란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혼자 의문을 제기하고, 자기 혼자 답하고 노는 일종의 넋두리겠지요.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쓰는 일기란 형식의 글이 이런 류의 글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 읽어주면 좋지만 구태여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 없고,
꼭 누군가의 댓글, 반응을 요하지 않는 혼자놀기의 진수....
혼자 두는 바둑, 혼자 치는 고스톱일지도...
저는 중1때부터 일기를 썼어요.
혹시라도 그나마 그것이 머리 쓰는 운동이 될까 싶어서인지 ... 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더한 현실적인 동인은?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일기를 잘 쓴 학생에게도 상을 주더군요. 저는 일기를 쓰지 않아서 그 상을 못 받앗지 뭡니까....
그런 경험이 있은 뒤부터 중1때부터 고3때까지는 꼬박꼬박 일기를 쓴 편입니다.
학생이란 건 매일매일이 특별한 이벤트여서 그런지 아니면 다람쥐처럼
쳇바퀴 돌리듯 글 쓰는 일이라 그런지 일기를 쓰면서 내내 내 주변의 일상이란 것이
이토록 지루할 수 있을까.
어째서 일기란 건 이렇게 지루하게 쓸 수밖에 없는 걸까 싶더군요.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일기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나도 모르게 거울처럼 자신과 대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체험하지 못했던 탓이죠.
그러던 어느날 벼락맞듯 주변의 소리들이 들려오던 날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영화식으로 표현하자면 늘 sound off 상태로 있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갑자기 모든 음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세상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늘 독백을 늘어놓고 있더군요.
참 많이 외롭더라구요.
아, 이렇게 많은 이야기, 많은 영혼들 속에 있는데....
나는 부유하는 유령처럼 둥둥 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밤늦게 심야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무수한 사연들처럼 들으면 듣는 족족 모두
곧장 휘발해버릴 사연인 거죠.
나의 이야기도, 타인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자기완결형 구조를 갖춘 글에는...
참, 결론없이 꾸리꾸리한 글이죠? 흐흐.
그냥 누군가의 대책없는(그래서 자기완결형 구조의 글쓰기는 다른 말로 넋두리라고 하지요. 참 예쁜 말이지 않습니까? 넋두리라니...)글을 읽노라니 심야의 어둔 방 구석에서 FM라디오를 배경음악 삼아 일기를 쓰던 밤들이 떠올라서요. 검은 비닐로 포장된 제 일기장엔 그 무더운 여름날 밤 무어라 적었을까.
한 여름밤의 꿈...
혹은 지치고 나른한 일상...
어느날 밤의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듣기에 참 꾸리꾸리하지요.
심란한 밤이었겠구나, 하는 이심전심의 마음이 들어서 괜스리 이런 글 한 번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