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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농부 원경선 이야기 ㅣ 쑥쑥문고 38
송재찬 글, 이상권 그림 / 우리교육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는 우선 키가 크다. 나이도 많다. 90살이 다 되어가는-1914년생- 영감이 괭이 하나를 메고 큰 길에서 찍은 사진은 무언가 부자연스러웠다. 꼭 우리 큰아버지 같은 분위기다. 키크고 잘생긴 데다가 부지런하고 믿음도 좋으니 할머니인 지영희 여사가 반했지. 학력이 짧아도 끝없이 배우고 독서하는 자세 때문에 여느 지식인 못지 않다. 지독한 책벌레라고 했다. 농부와 책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데, 그이는 이 둘을 결합시켰다. 그리고 놀라운 일들을 일구어냈다.
유기농이라는 말도 모를 시절인 1976년에 그이는 유기농을 시작했다. 세상 모든 농부들일 농약과 비료로 하는 농법에 길들여져갈 때 그이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다. 이것은 오로지 그이가 눈밝으며, 끝없이 새로운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의 '애농회'를 이끌고 있던 고다니 중이치 선생을 직접 찾아가서 말씀을 구하는 태도는 그이가 얼마나 진실에 투철한 사람인지 보여준다. 그이는 오로지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이 과정에서 '풀무원'이라는 공동체와 식품회사, 거창고등학교 같은 대안적 교육기관들을 일구어냈다.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그이가 만들어낸 이 큰 수확들은 지금 21세기의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배우고 닮아야 할 본보기를 보여준다. 농부 원경선에게서 우리는 '유기농'이라는 농법과 사람이 먹고 살며 일한다는 것의 의미, 하느님이라는 근원적 진리를 섬기는 길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