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꾼 박동진 이야기 쑥쑥문고 29
송언 글, 김세현 그림 / 우리교육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대단한 사람이다. 몸 속에 불덩어리 같은 열정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오로지 삶의 한길을 '소리'에만 바친 경우라니. 이런 행복이 또 있을까? 한편으로 그 같은 가시밭길이 또 있겠는가. 피를 토하고 똥물을 먹어가며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젊은 시절 판소리 다섯바탕의 완창-홍보가 5시간, 춘향가 9시간-에 도전하던 그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딱 떠올린 인물은 '퇴옹 성철'이다. 너무 닮았다. 성철이 '돈오'를 위해 바친 삶이라면, 박동진은 '득음'을 위해 바친 삶이다. 이 목표 외에는 모든 것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동일하다.

 

1916년 생이니 일제의 수탈시기를 고스란히 겪어낸 셈이지만, 그이의 살아온 이야기에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그이는 30살이 되기까지 오로지 '소리'의 길에서 최정상에 오르는 수련만을 반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니 그이의 삶에는 소리를 가르쳐줄 스승들의 허락을 얻기 위해 애걸하고 노력하는 일만이 반복된다. 물론 이 책에는 그이 삶의 많은 세부사항들이 빠진 탓이니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 책 속에는 위대한 예술가-예인, 광대라고 해도 될 듯함-의 고집과 열정과 노력이 똘똘뭉친 하나의 본보기가 있다. 정말 정말 대단하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하고 본때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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