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은 지는 어언간 10년이 다 되어간다. 가끔씩 '그림없는 그림책이라니 기가 막힌 제목이구나'하는 생각만 하면서 만져보고만 하다가 말았다.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몇 사람이 함께 동화읽는 모임을 꾸며서 이 책을 같이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이름으로만 들어왔거나, 축약판으로만 알고 있던 것, 디즈니의 만화영화로만 보아왔던 것이 안데르센이었다. 안데르센의 음성 그대로 된 책을 읽어보니 과연 안데르센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인어공주'나 '꾀꼬리','못생긴 아기오리'같은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참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쁨 같은 것을 주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에는 보석같은 무엇인가가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약판에 가려서 못 보았던 세부적인 묘사들이 참 기막힌 부분이 많았다. 여타 유명소설가들의 작품에 뒤지지 않는 보편적인 정신과 치밀하고 적절한 세부묘사가 읽는 이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다섯알의 완두콩'이야기는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안데르센의 이야인줄을 알게 되었다. 그저 국어교과서에 나왔길래 우리나라 작가의 동화인줄 알았었다. 다만 국어교과서에는 안데르센의 원작에 있는 부분이 조금 줄여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꼼꼼히 읽어보니 감동이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