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캠벨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문으로 들은 책이나 대충 훑어본 책은 여러권 되지만 정독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은 캠벨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 나왔다고 한다. 일종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교육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PBS에서 빌 모이어스와 대담을 나눈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란다. 모이어스의 서문에 의하면 미국 전역에서 방송을 보고 난 뒤에 감동받아서 방송내용을 요구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이 책은 캠벨의 유고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신화학자인 캠벨의 평생에 걸친 사상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이야기한 내용인데, 형식이 대담이라서 읽기가 편했다. 내용은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옮겨쓰기해보았는데 A4용지에 여덟장 정도가 되었다. 방학 기간이라서 좀 넉넉한 시간이 있어서 그렇지 평소같으면 지겨워서 던져버렸을 것 같다. 모든 내용들이 나에게는 어떤 생각들을 전해주는 것들이었다. 내 오랜 의문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내가 품어왔던 오랜 의문들인 종교, 신화, 이야기, 결혼, 죽는다는 것, 삶의 의미 등에 대하여 캠벨은 어찌 그리도 해박하고 적절하게 답들을 던져주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고, 때로는 답도 없다는 생각을 해왔던 문제에 대하여 이미 캠벨은 깊이 생각했고, 나름의 답도 마련해두었더라. 미국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한 노인이 말이다.

이 책은 체계적인 저술은 아니다. 캠벨의 사상을 보려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나 <신의 가면><신의 이미지>같은 기본저술들을 보아야할 것이다. 이것을 읽는 것은 올해의 내 숙제다. 이 책에서는 캠벨이 가지고 있는 여러방면의 관심들이 다 풀어헤쳐져 있다. 그것을 다 주워담으려고 하니 너무도 다양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내가 뚜렷이 기억나는 것만 말하자면 세가지 정도 된다.

첫째,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끼고 살고 싶다면 각자의 천복을 따르면 된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Follow your bliss다. 천복을 따르는 인생이 세속적으로 성공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지복을 느끼는 만족한 인생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캠벨은 말하기를, 나중에 인생을 다 살고나서 '나는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산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게 될 것 같으면 인생은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천복을 따르는 데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자기의 천복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스승이 없다면 책에서라도 그것을 구하라고 충고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좋아하는 작가를 정해서 그가 쓴 책과 그가 읽은 책을 전부 다 읽으라고 한다. 이것을 캠벨이 자기의 경험에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면 일정한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모방이 아닐까? 

셋째, 의례의 중요함. 의례는 신화와 영원을 우리 삶에서 느끼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현대생활에서 의례는 갈수록 축소되고있는 실정인데, 삶에서 오히려 의례를 살려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이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의 의례인데, 캠벨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은 공동체 내에서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고, 주민증만 받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런 의례들은 전통사회가 오랜 기간을 거쳐서 만들어낸 삶의 지혜 중의 하나인데, 오늘날 사회는 그런 것들이 무너지다보니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신화가 단순히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신화속 이야기가 바로 지금의 우리 삶과 정신에 대해서 설명하는 깨달음의 언어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종교의 가치, 삶과 죽음의 의미, 결혼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전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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