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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티치티 뱅뱅 -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언 플레밍 지음, 존 버닝햄 그림, 김경미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는 곧 내가 그 책을 옛날에 본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언제 그것을 보았는지 기억이 안 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학교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보았던 기억이 났다. 동화책이 아니라 만화책이었고, 제목도 <치티치티 빵빵>이었다. 만화가가 누군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도 이원복 교수(먼나라 이웃나라를 그린)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이 되었다. 그 때 책의 세계에 처음 접속하던 나는 그 만화에 정말 깊이 빠졌더랬다. 우스고 신기하고 모험이 가득한 세계가 그 속에 있었다. 요즘 옛날 만화를 복각하는 것이 유행인데 이 만화의 원본도 다시 펴낸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글쓴이가 이언 플레밍이고, 삽화는 존 버닝햄이 그렸다. 이 두 사람의 명성만으로도 책에 대한 흥미가 당길 만하다. 이언 플레밍은 역시 첩보소설의 대가답게 재미있는 한편의 동화를 만들어냈다. 버닝햄의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역시 버닝햄다운 그림이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분량이 좀 짧다는 것이다. 중편동화로분류해야 할 만큼 내용이 길지 않다.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적어도 5,6장 정도 되게 더 많은 모험들을 배치했다면 더 좋았을 걸. 그게 아쉽다.
발명가이며 모험가인 커락터커스 중령의 가족은 특이한 사람들이다. 쌍둥이인 제미마와 제레미, 아내인 밈지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커락터커스 중령을 사랑하고 이해해준다. 그리고 중령도 특이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삶을 즐기고 사는 사람이다. 돈이나 명성에 애달복달하지 않고 즐겁게 산다. 인생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간의 사랑과 행복이고 모험이다. 이 정도가 중령의 모토 아닐까 싶다. 이들의 인생에 새로운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신기한 녹색자동차 치티치티 뱅뱅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도 몰라도 이 자동차는 기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늘을 날아가기도 하고, 바다에서는 배가 되기도 하며, 위험 앞에서는 생각을 할 줄아는 능력이 있다. 또 은혜를 잊지 않는 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름 휴가차 떠난 중령 가족들은 꽉 막힌 고속도로를 비행기처럼 날아간다. 영국해변의 번잡한 장소를 피해서 사람들이 오지 않는 유명한 모래언덕에서 멋진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거기서 이들은 영불해협을 보트처럼 되어버린 자동차를 타고서 프랑스의 어느 해변으로 간다. 우리 나라도 치면 제주도에서 즐거운 휴가를 ㅗ내고 일본 대마도 정도되는 곳으로 건너가는 셈이 되겠다. 거기서 이들은 이상한 동굴을 발견하고, 거기에 얽힌 엄청난 비밀을 알아낸다. 곧이어 유명한 강도들을 한번에 일망타진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