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 손에 들면 내려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나를 버려두지 않는다. 마치 정신이 중독된 것처럼 끝을 보아야만 한다. 주로 추리소설이나 연애소설, 무협지, 만화 같은 장르들에 그런 책들이 많다. 사회과학 책이 그런 경우는 참 드물다. 그런데 문화방송 한학수 피디가 쓴 이 책은 그런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저녁밥을 먹고 난 뒤에 책을 읽으려고 손에 들었는데, 처음에는 100쪽 정도만 읽고 자려고 했다. 그런데 읽다가 보니 어느 순간 200쪽을 넘기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이제 자야지 내일도 있는데' 하고 책을 밀쳐놓고 잠을 청했다. 이불을 덮고 누웠는데 잠이 안왔다. 도대체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있어야 말이지. 결국 일어나서 책을 더 읽었다. 300쪽이 넘었다. 눈꺼풀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쉬다가 더 봐야지 하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그 길로 아침까지 자 버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책들고 읽기 시작해서 오전 중에 450쪽 정도까지 보았다. 낮에는 일이 있어서 책을 볼 수가 없었다. 머리 속에 온통 황우석, 줄기세포, 테라토마 같은 낱말들이 뱅뱅 돌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저녁밥 먹기 전에 책을 다 읽었다.

황우석이라는 이름, 피디수첩이라는 이름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절이 있었다. 겨우 2년도 안 된 옛날이다. 그 때를 옛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도 황우석과 피디수첩은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이들의 증언이 빠짐없이 나오는 진실의 책은 아마 20,30년 쯤 지난 뒤에야 나올 것이다.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이들도 너무 많다. 더구나 황우석 사태의 공모자였던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정치권 인사들, 한국언론들이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러난 사람은 기껏해야 황우석 정도이다. 이른바 황우석 사단의 과학자들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에 서울대의 이병천 교수가 또 무슨 복제를 했다고 발표를 했다가 브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또 한방을 먹었다. 통계에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2007년 오늘도 여전히 황우석 사태의 구조는 잔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그러한 조작과 허영의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이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는가를 아는데도 유용한 책이다.

나는 황우석을 보는 순간 불교의 큰스님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형형한 눈빛은 선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선사 중에도 깨달음을 거짓으로 공포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황우석도 과학에 사기를 쳤다. 깨달음의 언어는 증명할 수 없지만, 과학의 언어는 증명할 수 있다. 거기에는 실험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권위라는 이름에 속아 넘어갔다. <네이처>의 권위에, 황우석의 권위에,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에 우리는 그냥 넘어갔다. 오직 극소수의 양심적인 연구자들과 언론인들만이 깨어있었다. 설마 하는 사이에 진실은 사라졌다. 어쩌면 진실이 거짓에 굴복할 수도 있는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 등장했던 '어나니무스'라는 무림고수의 등장. 차라리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라 무협지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한 비유리라. 정말 기가 막힌 반전. 현실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지. 마치 노무현이 정몽준의 배신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되던 그날처럼, 2002년에 한국팀이 월드컵 4강을 차지하는 그 순간처럼, 87년에 민주화세력이 군부독재에게 판정승을 거둔 그날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 황우석 사태의 마지막에는 이와 같은 대반전의 드라마가 있어서 더 기가 막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기막힌 것은 황우석 사태의 내부제보자인 부부가 자기 직업에서 밀려나 야인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진실의 편에 선 대가가 이와 같은 따돌림이라면 우리 사회는 글쎄 희망이 없는 사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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