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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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신혜우 식물학자를 만난 적 있다. 라디오 조연출로 일할 때 『이웃집 식물상담소』 소개와 함께 식물세밀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책도 역시 식물 이야기가 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조금 더 저자의 사유가 돋보이는 에세이였다. 작년 독서모임 마지막 책이었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새와 풀, 즉 자연이 이별하는 모습과 저자가 주변인과 이별하는 장면을 병렬로 보여주며 마음을 저릿하게 했던 책인데, 이 책 역시 숲속에서 만난 여러 식물의 형태나 움직임에서 저자의 생각으로 뻗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봄이 온 만큼 각 계절에 어울리는 내용을 읽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내려놓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나도 주변을 이렇게 관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질투심이 들면서, 멋진 숲속을 거닐며 드는 생각을 잘 정리해 글로 엮을 수 있는 부지런함에 감탄했다.


  더 좋았던 점은 200쪽이 넘는 두께지만 글이 술술 읽힌다는 건데,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며 읽을 이야기가 빠르게 떨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나의 폴라 일지』를 읽을 때는 남극을 탐험하는 두근거림과 균류나 미생물을 표현하는 용어들이 낯설어 무언가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처럼 익숙한 풍경에서 시상을 찾아내듯 나만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흐름이 느껴졌다. 특히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는 머나먼 이국에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로 들며 괜히 나도 마음이 찝찝했다.


숲에 사는 다른 생물들과 다른 게 없는, 지구에 살아가는 한 생물인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지구에서 하나의 연결고리이고 나의 말과 행동, 남겨놓게 되는 모든 것이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할 사람도, 내 주변을 행복하게 살 사람도 나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멋진 공원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비록 나는 집구석에 읽었지만, 다음에는 식물원에 들고 나가볼까?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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