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평구로 이사를 오며 만나게 된 도서관이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이었다. 여러 주택과 도로를 합쳐 주민들의 참여로 만든 도서관인데, 내부 곳곳에 도서관 마을의 의미를 설명하는 글과 그림 덕분에 그 역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도서관 안에 역사를 설명해둔 곳은 많지 않다. 주로 방문했던 은평구립도서관이나 도봉도서관, 하다못해 대학 도서관마저도 말이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에서는 우리가 단순히 방문하던 도서관을 주인공의 자리로 끌어올린 책으로, 서른 곳의 도서관을 근현대사와 함께 이야기한다.

  뉴스에 연재된 글이라 그런지 발췌독을 해도 괜찮을 구성이다. '들어가기'에서 설명하듯 "각 부를 한 권의 책처럼 읽으셔도 되고, 관심 가는 도서관 이야기를 골라 읽어도" 좋은 전개가 장점이다. 흥미가 있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는 건 540쪽이라는 두꺼운 분량을 보완한다. 나도 직접 방문해본 정독도서관과 길상도서관을 먼저 읽으니 도서관 역사가 더욱 잘 이해되었고, 그 덕분에 나머지 분량도 단숨에 읽어내었다.

  특히, 길상도서관은 길상사의 역사를 함께 알려주어 흥미로웠다. 나는 대학생 때 여러 사찰을 탐방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길상사와 김영한 보살 이야기'는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길상사의 전신, 요정 대원각의 주인이자 백석의 전 연인이라는 타이틀에 많은 사람이 집중했다. 이 책에서도 백석의 삶을 말하고 그를 그리워한 전 연인 김영한 보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박정희 정권에서 한국 섹스 산업의 중심이었던 요정의 역사를 같이 두고 보면 길상도서관과 다라니다원의 풍경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탄핵 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는 2025년 3월 22일에 탐독하기 좋은 챕터는 '도서관 앞 광장'이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부터 시작해 6월 항쟁이 일어난 역사를 따라가고, 그 과정에 있던 도서관과 사서를 주목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도서관이 주인공인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어 도서관과 도서관 앞 광장에서 투쟁하며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이용자'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학생운동의 배경이 도서관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우면서, 이들이 지키려고 했던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 꼭 읽으면 좋을 듯하다.

  내가 소개한 두 챕터 외에도 놀라운 내용이 많다. 정독도서관의 '정독'이 정독(精讀)이 아닌 박정희와 독서를 합친 정독(正讀)이라는 사실이나, 중앙대학교 도서관이 이승만의 이름을 딴 '우남기념도서관'으로 개관했던 이야기 등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도서관의 역사를 병렬로 배치해야 보이는 것들이 많다. 어쩌다 도서관은 독재자를 칭송하는 이름을 붙였을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그러면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을 읽어보면 된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