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땅콩문고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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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으로 에세이를 만든다는 건, 글을 쓰는 사람이 편집자이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나는 편집자의 역할로서 1년 전의 내가 쓴 글을 요리조리 편집하는 중인데, 주변 지인에게 소정의 마음과 함께 피드백을 부탁하여 타인의 시선으로 본 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하게도 꽤나 충격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에세이를 어떻게 잘 만들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리디 셀렉트의 에세이 카테고리를 35페이지까지 넘겨보며 좋은 책이 있을까 고민에 빠진 내게 '에세이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발견한 건 천운이나 다름 없었다. 이 제목을 검색해볼 생각을 왜 안했을까? 지금이라도 마주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여러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을 편집한 편집자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주저 없이 이북리더기에 다운로드했다.


에세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글이 에세이다.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저자는 에세이를 한 사람의 경험을 담은 글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에세이의 타깃 독자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전한다. 이 책에서는 대중을 상대로 어떻게 에세이를 잘 만들어서 읽게끔 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것이 잘 드러난다.

이후로 제목, 띠지, 표지 등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길지 않은 분량이니 하루 몇 시간이면 다 읽는다.) 원고를 어떻게 고치는지 설명한다. 내게 제일 필요한 이야기였기에 하마터면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을 뻔했다. 나와 친구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는 원고에는 글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읽히도록 표현을 보태는 '윤문'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과거에 모 연예인·인플루언서의 에세이를 읽을 때 '아, 이 부분은 편집자의 터치가 들어갔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편집자의 윤문이 조금 티가 났던 것이 아닐까.

책의 내용은 마케터와의 관계, 보도자료, 편집자로서의 태도, 작가들과의 일화 등이 이어진다. '에세이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씨앗부터 열매를 맺는 과정을 소상히 보여준다. 책의 독자인 나는 '독립출판'을 목적으로 책을 읽었기에 대형 출판사처럼 띠지를 두르고 몇만, 몇천 부를 찍는 상황에 100퍼센트 몰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를 재밌게 풀어내서인지 내용 자체가 술술 읽혔다. 그리고 일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 글을 읽는 내게도 그의 진지한 고민이 따라붙는 듯했다.

아무리 내가 쓴 글이어도 '편집자 모드'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는데, 이 책을 1회독하니 조금은 편집자처럼 내 글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이 책의 저자가 편집한 책을 몇 권 읽어보고, 국내외의 좋은 에세이를 많이 탐독하며 '에세이 공부'를 하겠노라 다짐했다.

평소 에세이에 회의적인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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