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25. 집착의 버건디(2)


- 약 수위 욕 주의



 

 으아아아, 정말 우리에게 무슨 원수라도 졌냐? 내 기구한 운명에 하이킥을 날리고 싶었지만, 슬비를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이를 갈며 내 다리에 힘을 공급했다. 


 “선우. 헉... 빨리, 헉.. 총 꺼내!”
 “헥... 총? 없어!”
 “워먼덱스에서 꺼내면 되잖아! 바보!”
 “헉... 맞네.”

 재빨리 워먼덱스에서 총을 꺼냈다.
 “자, 일단 막는 데까지 막아보자.”
 “오케이!” 


 우리는 바로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보이더는 항상 허벅지 춤에 장비하고 있는 총을 꺼냈다. 그리고 사이보그들에게 총을 쐈다. 하얀 광선이 붉은 눈의 사이보그들을  박살낼 때마다, 사막의 하늘에는 철가루가 휘날렸다.
 나는, 겁에 질려서 겨우 제 앞가림만 했다.
 “우아아.... 정말 무섭게 생겼다. 꺼져!”
 ‘탕! 탕! 탕!
 연기가 휘날림과 동시에 사이보그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에 또 다른 사이보그가 나를 향해 뛰어 올랐다.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제발!!
 하지만 그 사이보그는 나의 겉옷을 물고 넘어뜨렸다. 사이보그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이 어이 어이, 스톱!
 “이런 짐승!”
 (..... 사이보그는 감정이 없지만..)
 나는 겨우 총으로 그 사이보그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도망쳐서 일단 그들과의 거리를 넓힌 다음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잘 안 맞아서 고생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중률이 높아졌다.
 보이더는 그걸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어-이! 이제 됐어. 도망치자.”
 “도망? 왜!”
 “얘들 너무 수가 많아. 우리가 상대하기엔 벅차! 이 사람들하고 싸우는 건 무리야.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까 도망가자고!”
 “알았어!”
 빨리 납득하고 우린 도망가기 시작했다. 뭐, 사이보그들과 거리는 벌려놨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
 우리는 계속 달렸다.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이서 작전을 나눌 시간 따위는 없었다. 사이보그들은 정말 끈질겨서 우리를 지구 끝까지 쫒아올 기세였다. 정말 징그러웠다. 우리를 좀 포기해!
 달리다 보니 언젠가부터 사이보그들의 발소리가 멈춘 거 같았다. 이제야 우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끈질긴 녀석들이네. 마음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그 무식한 사이보그들에게 소몰이 당해서 여기에 왔잖아. 거기다가 그 사이보그들은 불시에 사라졌어. 마치 짜고 친 것 같이.



 “이제 다 쉬었어?” 


 순간 우리들은 흠칫했다. 너무나도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리라.

 “이 목소리는...”
 

 “설마, 사이보그들을 이용해 우리들을 몰아넣은 거야? 루어.” 


 “하이~ 달링. 그 말씀대로야~”
 루어는 보이더를 보며 말했다.
 루어의 바로 뒤에는 검은 깃털로 된 의자에 기절한 슬비가 앉혀져 있었다. 젠장, 이러면 슬비가 어떤 상탠지를 우리가 알 수 없잖아! 


 (어떻게 보면 우리가 수고를 던 것일 수도 있다. 덕분에 우리는 슬비와 이렇게 마주할 수 있으니까.) 


 “오랜만이야!”
 “그려. 겁나게 오랜만이네.”
 차가운 눈빛으로 루어를 봤다.
 “어이, 좀 따뜻하게 대해주면 안 돼?”
 “무리. 그것보다 슬비를 얼른 내놔.” 


 “돌려줄까? 아이~ 근데 얘가 얼마나 귀여운지 돌려주기가 싫어. 평생 내 것으로 해서 인형의 집에 놔두고 돌봐줄까?” 


 루어는 조금 뒤로 가서 슬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루어의 그림자가 걷히고 드디어 감춰진 슬비의 모습이 보였다. 


 슬비의 상태는,
 …….
 처참했다. 배에 있는 큰 상처를 시작으로 꽤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고 잘 못 먹었는지 학교에서 볼 때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리본 소녀..!!” 


 “………….” 


 ‘슥.’
 “선우?”

 루어의 눈앞으로 전진해 그녀에게 총을 겨눴다. 

 내 눈은, 반쯤 풀려있었다. 

 “선우!”

 “죽어.”
 “어머♡ 무서워라.”
 “........”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지 마~ 여긴 어차피 가상의 공간이야. 슬비는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상처 하나 없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  그냥 죽어.
 “어머~ 너는 날 죽이지 못해요. 나도 죽지 못해서 여기에 있을 뿐인 걸.”
 “....”

 “사실 난 너에게서 보이더만 채가면 돼~”
 “보, 이더를?”
 “그래. 달링을 나에게 넘겨 주면 다 끝나는 일이라고? 달링을 넘겨주면 나도 네 친구를 넘겨줄게!"

 "......."


 비겁한 놈.

 사람의 탈을 쓴 악마다, 그녀는. 남의 친구를 갖고 노는 악질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그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생동안 고향별에서 배척당한 불길한 마법사, 불사신인 내가! 친구 하나쯤 가져도 되는 거잖아?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죽을 만큼 미움 받더라도, 친한 친구를 만든다는 건 용서 받을 수 있는 행위인 거 맞지?”
 “......”
 “그래서 만들었어~ 워먼덱스를. 보이더랑 둘이서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그래서 카르텔을 멸망시켰어. 보이더랑 단 둘이 있으려고! 그리고 워먼덱스를 달링의 바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주었지. 언젠가 이 별에 큰 폭파가 일어난다고 예언자 행세를 하면서 말이야. 그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결국엔 워먼덱스를 받더라고?”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이더를 바라봤다. 이미 보이더의 눈에는 항상 흐르던 분홍색 은하수가 사라져있었다.


 “..... 그,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우리별을 멸망시켰어?”
 “잠시만 다알-링? 지금 내 탓으로 달링의 별이 멸망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럼 누가 우리별을 멸망시킨 건데! 말해 봐. 누가 멸망시킨 거냐고!!”
 보이더가 울부짖었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우는 것처럼. 루어는 그런 보이더를 보면서 웃은 다음에 네이비 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네 별을 멸망시킨 건 너야.”


 “..... 나?” 

 “그래. 보이더 디르 픽 메르타니, .”

 “......”

 “생각해 봐. 달링이 없었더라면 내가 달링에게 매달리지 않았을 거야. 달링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내가 나를 닮은 초능력자 찾기에 매달리지 않고 그냥 움츠린 채로 평생을 살고 있었겠지.”

 “....”

 보이더의 눈이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날 조금이라도 닮은 네가 있었기에 난 모든 사람을 다 죽이고 너와 단 둘이서 이 세상을 살아갈 계획을 짠 거야!”

 절망적인 말.


 

 그 말을 들은 보이더의 손이, 다리가 떨려왔다. 금방이라도 무릎이 땅에 닿을 것 같다.

 안 돼.

 “! 달링의 가족을 죽이고, 별을 파괴한 장본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보, , 더 너어라안 말.....”


 퍼억!’

 나는 재빨리 루어의 왼뺨을 주먹으로 쳐서 때려 눕혔다. 루어의 왼뺨이 벌겋게 물들었다.


 “이 미친년이 무슨 소리를 쳐 지껄이고 있는 거야? 지금!!”

 “..... 선우..?”


 “지금 네가 한말 그대로 내가 되돌려줄게. 루어 퀸비, 보이더의 별을 멸망시킨 건 너야.”
 나는, 쓰러져있는 루어의 면상에 다시 총을 들이밀었다.


 “보이더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 쓰레기만도 못한 여자.” 



 루어는 그런 나를 보고는 상큼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많이 성장했네? 나에게 이렇게 굴 줄도 알고.”
 ‘딱!’ 


 “그럼, 얘한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한번 지껄여봐.”

 루어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허리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콰탕!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들고 있던 총도 놓쳐버렸다. 내 허리에는 피가 새어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내 눈은 하얗게 물드는 듯 했다.

 ... 나는 이 아픔을 안다.

 “헤일로..”

 내 허리에 주먹을 찔러 넣은 헤일로는 고통스러운 눈빛을 한 나를 보고도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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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우주적 스토커 망상장애 먼치킨 공순이 최종보스 루어 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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