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 23. 구출 준비

 

 

 

 “선우....”
 “...... 어.”
 나는 보이더를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요즘 너 눈물 많아졌어. 너무 많아졌어.
 “야...... 또 우....냐?”
 “지금 니 상황 보고 울지 않을 사람 없을 거다. 하여튼.... 엉망진창으로 당했네. 우리들.”
 “.. 그러네.” 

 

 서로를 바라봤다. 정말 엉망진창이네. 보이더는 얼굴에 화상자국. 팔과 다리에 자잘한 상처. 나는 등에 멍이 들고 두 무릎과 오른쪽 손목에 피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특히 내 오른쪽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통감이 나를 괴롭혔다. 아마도 현대의학으로는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는 나을 수 없을 것이다.

 

 

 

 

 

 

 

 


 

 “걸을 수 있겠어?”
 보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가 보조만 해준다면... 어떻게든 걸을 수 있겠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업어줄까?”
 “아냐. 나 혼자서 걸을 수 있어. 너도 다쳤잖아.”
 “.. 그려.”
 나는 보이더의 도움을 받아서 일어섰다. 몸은 꽤 아팠지만 마음은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일단 네 방으로 가자. 거기에 네 안경이 있으니까 그쪽에 들어가서 내가 상처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가져올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발견한 것도 보여주고.”
 “엉. 그러자.”
 보이더와 나는 서로를 의지 하면서 내 기숙사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렇게 해서 박선우와 헤일로 벨사다 킷 니쿱힐의 데이트는 피바람으로 막을 내렸다.



 

 나의 사랑스러운 기숙사 방 604호에서 우리들은 서로의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나는 보이더가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고양이 밴드를 보면서 쿡쿡 웃었다. 내 방에 옅게 펼쳐지는 분홍색 장미. 어머, 이거 정말 귀여워. 보이더는 그런 나를 보며 덩달아 웃었다. 아마 내가 이렇게 넋 놓고 귀여워하는 모습은 처음 봤겠지. 암, 그렇고말고.
 보이더는 내 무릎에 밴드를 붙여줬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작은 약병을 들고서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으로 얼굴을 돌렸다. 한순간 그녀의 분홍빛 은하수가 흔들렸다.
 “하아...”
 뱉은 한숨에 너무나도 슬픈 기운이 묻어났다.
 보이더는 내 오른 팔목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그 약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뿌렸다. 투명한 그 액체는 내 손목에 스며들며 빛을 발했다. 부드러운 빛이 몇 분간 내 손목을 감싸 안다 간 자리엔 붉게 물들었던 내 손목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놀랄 건 없다. 저쪽엔 이게 평범한 거다.)
 “휴.. 다행이다.”
 “응. 이거로 일단은 안심이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여기 피부조직이 약해져 있을 테니까 평소보다 상처가 나기 쉬울 거야.”
 “알았어. 조심할게." 


 

 "근데, 보이더 너는?”
 “난 뭐, 이런 상처를 처음 겪는 처지도 아니니까. 괜찮아. 이정도 쯤이야 견딜 수 있어.”
 “정말?”
 걱정을 담아 말을 건넸다.
 “정말이야. 날 믿어.”
 “알았어.”
 나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어차피 보이더는 이런 거 나보다 잘 알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내가 필사적으로 지켜낸 빵집의 명함과 전자 책 같은 거였다.
 “... 그게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가져온 거야?”
 “응.”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전자책을 보이더에게 건넸다.
 “혹시 이걸 좀 봐줄 수 있어? 보려고 했는데 내가 작동방법을 몰라가지고.”
 “그게 뭔데?”
 “나도 몰라. 설명서 같은 거 같은데?
 보이더는 그 전자책을 째려보더니 한 마디 했다.
 “나열해.”
 그러자 전자책에서 빛이 나더니 홀로그램들이 보이더의 주변을 둘러쌌다.
 뭐야... 되게 허무하게 끝나네. 

 “아. 열렸다.”
 “그렇게 쉽게 되는 거야?”
 “뭐. 이쪽이 원래 내 별에서 통용되던 책이니까.”

 “하긴.. 그렇겠네.”
 보이더는 나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런데 그 홀로그램들을 훑어보는 보이더의 눈빛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선우.”
 “왜?”
 “나 미치겠다.”
 “뭐 때문에.” 


 “루어 퀸비 그 녀석. 그 녀석이 워먼덱스를 만들었네..”
 “정말?”
 한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걔가 이런 훌륭한 이민 기구를 만들었다고?
 “응.”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전자책이 설계도인데, 여기 설계자 이름이 루어야.”
 “..... 그래?”


“그 놈.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을까?”
 “왠지 상상이 안 가.”
 보이더도 나도 인상을 찌푸렸다. 루어와 워먼덱스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 그렇다면 루어가 특별히 워먼덱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아, 그리고 보이더.”
 “왜?”
 “이 명함 좀 봐줘.”
 “명함? 어디 보자.”
 나는 헤일로의 워먼덱스에서 찾아낸 빵집의 명함을 줬다. 보이더는 그 명함을 받아 들더니 씨익, 웃음을 지었다.
 “아마 여기가 루어가 있는 곳일까? 그 워먼덱스에 명함을 가져온 걸 보면 헤일로가 자주 들락날락거렸단 거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근데 너 지금 이걸 보고 뭔가 떠오른 게 있어? 나 이거 보고도 별로 생각이 나질 않아서..”

 “.. 내가 여기를 잊어버릴 리가 없어.”
 “에? 여기가 어딘걸 알고 그래?”
 “너는 기억 안나?”
 “그걸 모르니까 이렇게 너에게 물어보는 거 아냐..”
 “네가 슬픔의 세피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빵집. 그곳이 이곳이야.”
 아.
 “그 곳?”
 “응.”


 “하아. 왠지 배신당한 느낌이 든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아. 그 여주인의 미소에 그때 구원받았는데,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그래도 이걸로 슬비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 보이더, 이제 얼른 가자.”
 “그래.”
 우리들은 기숙사 방을 박차고 나와서는 바로 그 빵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팠지만 상관없다. 나중에 좀 쉬면  된다. 드디어 빛이 보인다. 잡을 수 있다. 기다려. 지금 바로 구하러 갈게. 그렇게 맹세하며 우리는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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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계야. 몸도 마음도.
 전부 부서질 것 같아.
 배고파.
 목말라.
 .... 보고 싶어.
 빨리 데리러 와줘.
 나를 밝혀줘.
 생기를 다시 불어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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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선우. 미안."
 ".. 왜 니가 미안해하는 건데."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리본소녀도 잡혀가버렸고, 거기다 너도..."
 "그만."
 "에..?"
 "넌 잘못 없어. 루어녀석이 다 잘못한거잖아. 자책하지 마."
 

 "...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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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겨우 끝이 보여..(슬비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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