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19. 잔혹한 데이트(3)



 

 주문을 끝냈다. 힐끔, 힐끔. 나는 헤일로에게 눈을 붙였다 뗐다. 헤일로는 이런 나에게 의문을 표했다. 왜? 무슨 일 있어? 헤일로의 핫 핑크 눈동자가 순간 빛난 것 같았다. 얼굴이 빨개져서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일로를 보는 대신에 폰을 봤다. 그리고 폰 게임을 했다. 하지만 이 짓도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래서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대강 살펴보고 손님들도 관찰했다. 직원들도 관찰했다. 창문으로 보이는 쓸쓸한 풍경도 관찰했다. 테이블보에 새겨져있는 체크무늬가 너무나 예뻤다.


 “선우.”
 헤, 헤일로가 나를 불렀다.
 “왜 그래?”
 “나랑 얘기 좀 하자, 응? 자꾸 주변만 보지 말고.”
 “아... 아! 그, 그래!”
 ‘흠....’
 헤일로가 나를 보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너, 혹시 나 보면 얼굴 빨개지는 것 때문에 나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거야?”
 찔렸다.
 “아, 사실은....... 맞아.”
 “그런 거 신경 안 쓸 테니까 나 좀 봐주라.”
 “... 그래?”
 나는 밑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조금 들어 헤일로를 보려고 애썼다. 헤일로와 눈이 마주친 순간, 헤일로는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나를 보고는 밝게 웃어주었다. “너, 부끄러워하는 얼굴 귀엽네~‘ 그 말에 나는 이마 끝까지 황홀하고도 슬픈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러니까 내가 널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거야!!


 

 테이블에서 돌이 되어버려 안절부절 하고 있는 사이에 음식이 나왔다. 각종 채소와 특제 소스를 곁들인 특대 스테이크, 버터 감자튀김, 봉골레 스파게티 2인분. 음식은 맛있어보였다.
 “자, 많이 먹어. 오늘은 내가 너에게 쏘는 거니까.”
 “잘 먹을게.”
 헤일로에게 포크와 나이프를 나눠주었다.
 헤일로가 특대 스테이크를 자르려는 것을 간신히 막고 어떻게든 스테이크를 혼자서 잘라보려고 했다. 스테이크가 의외로 질겨 끙끙대는 나를 보고는 헤일로는 몇 번 쯤 웃다가 자신이 하겠다며 나를 쉬게 했다.


 스테이크를 다 자르고 우리는 각자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스테이크 한 조각에 봉골레 스파게티 몇 가닥. 달콤한 맛 그 뒤에 따라오는 봉골레의 매운 맛.(봉골레 기름맛에 뒤따라오는 조금 매운 맛이 나에게는 좀 진하게 다가왔다.) 헤일로는 이런 나를 보고 날 따라먹어보고는 꽤 맛있다며 눈을 반짝여왔다.
 “맛있어?”
 “맛있네! 난 이런 거 처음이니까.”
 “너..... 내 시계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여기 나가는 시간이 많은.. 거 아냐? 그럼 이런 곳 한번쯤은 간 거 아냐?”
 “아냐. 절대로 아냐. 잘 생각해봐. 내가 여기 돈이 있긋냐?”
 “듣고 보니 그러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제일 근본적인 것을 내가 잊어먹고 있었네.
 헤일로가 감자튀김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선우양 넝 나항테 궁긍항 거 엄냐?”
 흠칫했다.
 ...... 뭐 너에게 궁금한 것은 엄청 많기야 하지만 지금 그걸 말하면 안 되겠지. 그전에 말이야.
 “제발 다 먹고 이야길 하세요.”
 “아 미앙.”
 ‘우물우물, 꿀꺽.’
 

 “나에게 궁금한 거 없냐고. 음파인간의 생태라던가 여기 도망쳐 나온 이유라던가.”
 “너에게 궁금한 거?”
 “응.”
 속마음을 들이 삼키고 말을 했다.
 “음... 아.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너희들 음파를 먹는 인간이잖아?”
 “응.”
 “그럼 있잖아. 혹시 음악의 종류에 따라 너희들이 느끼는 맛도 다 달라?”
 “흠....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음파나 음악에 따라 너희가 말하는 요리 종류도 달라지는 걸.”
 “진짜?”


 “응. 예를 들어서 오케스트라는 너희가 말하는 코스요리, 보통 3분에서 5분정도 되는 음악은 일반적인 밥이고, 효과음이나 짧은 음악은 간식이나 드링크정도 되겠지.”
 “세세하네.”
 “그렇지? 거기다 곡의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 느끼는 맛들이 천차만별이야. 분위기가 슬픈 곡은 우리의 혀에는 맵게 느껴지고 분위기가 산뜻한 곡은 달게 느껴져. 그리고 이 두 가지의 맛을 가진 음악도 있어. 그래서 우리들에게 ‘음악’은 복잡하게 느껴져. 무엇보다 표현해낼 수 있는 맛이 너무나 많으니까.”
 헤일로가 음악을 말할 때에 눈빛은, 밤하늘에 별을 눈에 직접 담은 남자아이처럼 반짝였다.
 “아. 그래? 그래서 넌 어떤 맛을 제일 좋아해?”
 “나? 나는 단 것은 별로 안 좋아해. 매운 것을 좋아하지. 무엇보다 매운 맛은 마음에 사무치는 맛이잖아?”
 “.. 그래? 그렇구나.”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구나.
 나는 헤일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알 수 있었다. 헤일로는 음악 얘기를 할 때만큼은 정말 루어 같은 것은 잊어버린 순수한 미그레시 성인이었다. 그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헤일로는 루어의 스파이다.

 헤일로는 루어의 스파이다.
 .... 내 친구를 납치한 녀석의 부하이자 내가 처치해야할 적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이어나가다가 적당한 시간이 돼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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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선우는 눈물을 꾹 참고 끓어오르는 감정도 꾹 참고 대화에 임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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