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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하루 세 잔 밍밍한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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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모른 채 '뭔지는 몰라도 일단 살고 봐야지'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이 세상에 던져진 ○○○는, 아무도 눈길 한번 안 주는 투명한 방 안에 떨어졌다. 아무리 주먹과 발로 쳐도 부서지지 않는 자신의 둥지 속에서 ○○○가 꼭 해야되는 일은 신으로부터 일정한 시간에 배달되는 밍밍한 우유를 마시는 것 밖에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인 줄 알았던 ○○○. 하지만 계속 밍밍한 우유를 마시는 일만이 가득찬 하루하루를 지내고 나니 어느새 ○○○는 우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재미 없는 세상에 화가 난 ○○○는 신이 준 그 우유를 자신의 방에 놀러온 △△△에 뿌리기도 하고 아예 방 안에 우유를 쏟아 부어서 방 안을 썩은 우유로 채우기도 했다.
○○○의 악행에 신은 혀를 찼다. 에잉, 저런 못나고 가여운 것을 봤나. 자신의 아픔을 다른 곳에도 덮어 씌우려고 하다니 정말 기특한 점 하나 없는 창조물이다. 그래서 신은 ○○○에게 벌을 내렸다. 신이 친히 배달한 천둥에 맞은 ○○○는 그 따가움을 몸에 익혔다. 아프다. 이거 보통 아픈 게 아니야. 알았어요! 신~ 안할께요. 안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는 신에게 조금 불만 있는 투로 말했다. 신은 그 대답이 영 탐탁치 않았지만 그래도 지켜보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만든 내 자식이니. 신은 ○○○을 마지막으로 째려보다가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는 그 뒤에도 계속해서 밍밍한 우유를 계속 마셨다. ○○○는 조금이라도 밍밍한 우유를 맛있게 마시려고, 우유를 마실 때 다른 음식들을 상상하며 마셨다. 이번엔 포도 맛, 이번엔 초코맛, 이번엔 바나나맛.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마셔나갔다. 그러나 밍밍한 우유는 아무리 머릿속으로 세뇌를 해봐도 ○○○이 좋아하는 포도맛, 초코맛, 바나나맛이 전혀 나질 않아서 결국 다 토해버렸다. 왜 나는 밍밍한 우유를 먹는 걸까. 왜 나는 밍밍한 우유를 좀 더 색다른 맛 우유로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는 울었다. 이런 일을 시킬 거면 왜 신은 날 만들었는지, 왜 여기 보내서 이런 기분만 느끼게 하는 건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는 눈물을 닦고 다시 밍밍한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나도 여러가지 맛 우유를 만들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이젠 아무 맛도 나질 않는 우유를 계속 마셨다. 그렇게 아무 반항도 일으키지 않고 계속 우유를 마시니 ○○○는 어느샌가 옆에 자기 또래 비슷한 여자 아이가 잠들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신의 선물이었다.
(다음에 이어짐)
맛있게 드세요. 처음으로 코스 요리에 도전해봤습니다.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㕑房長
주방장 셰디 바르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