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9. 습격(4)

 

 

 

 

 

 “슬비.....”

 와장창 깨진 우리 반 창문, 그 너머를 바라봤다.

 난 놓쳐버렸다. 나의 친구를. 나와 시간을 나누고 영혼 깊숙이 교제하고 있던 그런 존재를. 그저 내 힘이 부족해서.

 나만 조심했으면 그 애가 잡혀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아니다. 지금은 이런 시답잖은 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루어가 올 때 그 여파로 쓰러진 책상과 의자들을 세뇌가 풀린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일으켰다. 물론 친구들이 놀랠까봐 헤일로는 시계에 들어가게 했다. 걔 스스로도 회복이 필요했긴 했고.

상황이 얼추 정리 되고나서 미애를 자기 반에 돌려보냈다.


 

 “선우, .. 찮은 거지?”

 미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안색을 살피는 것 같았다. 난 그런 미애에게 거짓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슬비와 보이더에게만 보여준 그 미소를.

 “괜찮아! 빼앗긴 행복은 다시 빼앗으면 되는 걸.”

 “.. .”

 미애는 그래도 걱정된다는 듯한 쓴 웃음을 비쳤다. 그녀는 나의 절망을 알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난 정말 괜찮다. 지금도 절망에 빠져버리면 걔를 어떤 낯짝으로 보겠어?

 “. 선우.. 있잖아. 나 나중에 다시.. 올 테니까.”

 미애가 망설이면서 말한다. 하지만 나는 미애의 말을 자른다.

 “굳이 사과 다시 하지 않아도 돼.”

 “..?”

 “굳이 사과 다시 안 해도 된다고.”

 “.... 정말?”

 “. 대신 부탁이 있어.”

 “부탁?”

 “나중에 5교시 마치고 나랑 같이 보이더 찾으러 가자.”

 미애는 나의 말을 듣고서는 기꺼이, “! 당연하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학교를 빠져나와 보이더를 찾으러 가자고 했으니 어려운 부탁일거라 생각했는데 미애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정말? 고마워!”

 “..... 너희에겐 내가 해를 끼쳤잖아.”

 이젠 그런 마음 안 가져도 되는 데, 누구도 죽진 않았잖아.

 “그럼 니 반에 빨리 가 봐. 수업 시작해.”

 “응 알았어!”

 나는 미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보냈다. 그러다 퍼뜩 뭔가가 생각났다.

 “! 미애!”

 “왜에?”

 미애가 뛰어가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슬비랑 나랑 너랑 옷 구경하러 가자!”

 미애는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

 미애도 이젠, 내 친구다.

 5교시 시작되어서 들어오신 수학 선생님은 다행히 내 옆자리 깨진 창문에 대해 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5교시 수업이 끝났다. 나는 이 때 만을 기다려온 단거리 경기 선수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교실을 나와 운동화를 대충 신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미애랑 만나기로 약속한 학교 정문에 가서야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은 아직도 파랬다.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내가 값비싼 보석을 몰래 훔치는 도둑처럼 괜히 주변을 살펴보고 아까 대충 신었던 운동화를 다시 고쳐 신기 시작했을 쯤, 안에서 헤일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ㅡ 너 이젠 정말 괜찮은 거지?

 - 뭐가?

 ㅡ 슬비 뺏겼을 때 말이야. 옆에서 네 눈빛을 봤는데 너 되게 충격 먹은 것 같더라. 뭐 미애한테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난 역시 니가 걱정돼서.

 나는 웃었다.

 - 지금은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난 슬비를 절대 루어에게서 구할 테니까, 괜찮아.

 ㅡ 정말?

 - . 정말. 날 믿어봐!

 ㅡ 알았어! 니가 믿으라니까 널 믿을게!

 헤일로는 내 말을 듣고는 힘차게 대답을 했다. 헤일로의 그런 목소리에 내 얼굴은 붉어지고 가슴은 더욱 뛰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슬픈 마음도 같이 따라오는 것은 왜일까? 알고 싶었다.


 

 - 헤일로.

 ㅡ ?

 - 너 공생 중에 나를 위해서 무리하게 싸웠잖아.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너인 거 아냐?

 헤일로는 내 질문에 약간 당황한 듯이 말했다.

 ㅡ 하하.... , 난 괜찮아. 이정돈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아니 그것보다!! 나보다 니가 많이 무리한 것 같은 데요? 니 자리 옆에서 창문이 부서지고, 교실 바닥에 넘어지고, 애들에게 포위되고, 정신 공격까지 당했잖아!

 - ... 그랬지.

 ㅡ ..... 넌 그것도 까먹은 거냐.

 - 에이, 지금 그걸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보이더를 생각하며 말했다. 헤일로도 그러네, 라고 맞장구쳐줬다.

 지금은 얄미운 가스보일러(보이더) 녀석을 찾아야 된다. 걔는 지금쯤이면 자기 때문에 파트너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무기력해져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의 파트너가 꼭 옆에 있어줘야 한다. 내가 넘어졌을 때, 파트너가 없으면 일어서기가 힘들다. 나는 그걸 세피아 사건 때 배웠다.

 그 때 세피아 사건 때 보이더가 나를 일으켜 줬었다. 이번엔 내 차례다. 내가 보이더를 일으켜 세워줘야 하는 거다. 나는 어딘가에 있는 보이더에게 다짐했다. 반드시 널 데리고 나가겠다고, 반드시 널 버리지 않겠다고,

 반드시 너와 다시 같이 웃을 거라고.

 그런 생각들을 하며 운동화를 다 꽉 묶었을 때, 내 앞에는 미애가 웃으며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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