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8. 습격(3)



 

 

 순간 내 몸은 경직되었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가질 못했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해도 당겨지지를 않았다. 붉은 눈을 한 슬비와 미애는 경직된 나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어헉!’

 배에 큰 망치로 한방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고 나는 보기 좋게 바닥에 굴렀다. 거기다가 헤일로가 나에게 주었던 총마저도 내 손을 빠져나와 바닥을 기었다. ‘안 돼! 선우!’ 저 멀리서 메아리 같은 헤일로의 목소리도 들렸다.

 바보. 친구에게 총을 대기 싫어서 순간적으로 쏘기를 망설이냐? 이렇게 네가 다치게 된다고. 그 총이 네 친구들을 죽이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말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윙윙거렸다. 그 말을 듣고 난 쓴 웃음을 지었다. , 듣다보니 그러네.


 

 아직도 복부에 전해져 오는 충격을 뒤로 한 채 난 헤일로가 준 총을 잡으러 교실 바닥을 기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세뇌된 반 친구들이 나에게 달려들어 내 몸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그 틈에 슬비와 미애가 다가와서 총을 주웠다.

 그 총으로 내 이마에 조준하고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잡아당길 것처럼 보이는 슬비. 그런 슬비 옆에서 나에게 눈을 마주치고 나를 비웃는 듯한 미애.

 심장 저 부근에서 진정한 공포가 용솟음쳤다. 안 돼, 안 돼. 날 쏘지 마. 제발. ? 친구였잖아. 날 이렇게 절망 속에 밀어 넣지 마. 두려웠다. 눈에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나는 날 쏘려고 하는 슬비의 눈동자를 보면서 빌었다. 제발 날 쏘지 마, 쏘지 마!

 곁에서 싸우고 있던 헤일로가 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 같았다. 슬비는 표정 변화 하나도 없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고,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탕!!'

 .

 .

 

 아, 마취라는 것이 이렇게 아무 느낌이 없는 거구나.

 

 .

 .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꿈속의 세계나 짙은 암흑이 아니라 슬비 그 특유의 웃는 얼굴이었다.

 “슬비!”

 나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슬비의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뒤에서 쫓아오고 있던 반 친구들은 대부분 총을 맞고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슬비의 옆에는 미애가 나의 옆에 와서 나를 일으켜 주고 있었다.

 “미애!”

 “우리들이 너를 해칠 리가 없잖아? 난 널 공격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너에게 사과하려고 니네반까지 왔는데!”

 “선우의 친구인 우리에게 지금 와서 가짜 감정을 집어넣어 봤자 씨알도 안 먹혀!”

 “호오. 그런가?”

 “잠만. 그럼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세뇌되지 않은 거야?”

 “그런 거지.”

 “세뇌되는 척한거야.”​

 “뭐야....... 그런 거였어?”

 나는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야. 저 둘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서.

 “얘들아, 아직도 적이 몰려와! 조심해.”

 헤일로가 다급하게 우리들을 불렀다. 나는 슬비와 미애에게서 총을 돌려받고 그 둘을 쓰러진 반 친구들에게 가게 했다. 나는 헤일로랑 함께 20명쯤 남은 세뇌된 애들을 총으로 쏘아서 기절시키며 루어에게 다가가려고 애썼다.

 세뇌된 친구들이 많이 안 남았을 때, 난 루어를 향해 총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루어의 네이비 색 안광이 비춰진 순간, 난 또 다시 총을 떨어뜨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난 루어를 이길 수 없어.’

 ‘저번에 세피아 사건 때도 난 루어에게 그대로 놀아나버렸잖아.’

 ‘더군다나 보이더도 없어. 평범한 19살 고딩이 어떻게 쟤를 이겨?’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난 그걸 이겨냈어! 이젠 그런 거 두렵지 않아. 제발 나에게 이러지 말아줘. 원래대로 돌아와! 넌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

 내가 아직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그 순간 루어는 내가 떨어뜨린 총을 잡아들고는 나에게 겨누며 말했다.

 

 넌 이 마법을 한번 겪어 봤잖아. 그럼 이 마법에 대해서 잘 알 텐데, 또 걸려버리냐? 역시 너는 여기서 제일 약한, 성가신 존재인 거네!

 ‘그래. 나 같은 것보다 슬비와 미애가 낫겠지. 걔들은 루어의 마법을 잘 견뎌냈잖아.’

 ‘나는 너무나 약해. 저런 것들(루어의 마법)에게 이기지 못해.’

 

 그만해! 나는 약하지 않아. 나는..... 나는 강해! 그렇게 앉아만 있지 말고 제발 좀 움직여! 움직여야 산다고!!

 내 몸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벌벌 떨기만 했다. 제발 움직여! 움직여! 니 주인 말 안 들어? 제발 움직이라고! 제발...... 눈앞이 캄캄해지고 나는 검은 흑암 속으로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루어의 옆에서 헤일로의 검은 얼음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 검은 얼음은 루어의 몸에 닿는 족족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럼 안녕~ 도움 안 되는 바보.” 루어는 그 편안한 말을 남기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래. 차라리 이대로 날 마취시켜. 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민폐는 안 끼치겠지. 나를 애타게 부르는 헤일로의 목소리와 왜인지 커져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

 

 

 

 “, 슬비!!”

 미애가 슬비를 눈물 섞인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뭔가 묵직한 것이 내 마음에 내려앉았다. ! 눈꺼풀을 열어야 하지만, 열지를 못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야.

 ​겨우 눈꺼풀을 열어 내 앞의 상황을 확인했다. 주저앉은 내 앞에는 나를 막고 선 슬비가 있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고선..... 비겁한, 소리..... 하시네..!”

 슬비는 그 말을 하고 풀썩 쓰러졌다. 내가 슬비를 잡으려하자 루어가 먼저 슬비를 잡고 어깨에 들쳐 멨다.

 “, 루어....!”

 “흐음~ 이 처자도 굉장히 끌리는 데? 이 처자라면 네 절망을 몇 배로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지 기대 되는 걸? 그럼 아쉽지만 너 말고 얘를 데리고 갈까?”

 루어는 그 말을 끝으로 나에게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사라졌다. 그 순간 끝까지 남아있던 세뇌된 반 친구들의 마법이 풀렸다. 친구들은 자신이 왜 나를 공격했는지 의아해 했고, 또 아수라장이 된 교실에 경악해 했다.(“으악! 좀 있으면 선생님 오겠다. 빨리 치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슬비와 루어가 사라진 곳만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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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의 색깔 마법


장점


    1. 마법에 걸린 사람의 마음(감정)에 따라서 마법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 될 수 있다.



 

단점

  

    2. 마법에 걸린 사람이 자기 마음만 다 잡으면 간단히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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