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34. 너에게

 

 

 

 

 

 그 세피아 소동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났다.

 우리들은 언제나처럼 웃고 떠들고 공부하고 짜증냈다. 해와 달이 평소처럼 움직이고 하늘은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두 번 다시 하늘이 세피아 색을 띈다거나 마법으로 내 발이 얼어붙지는 않았다.

 보이더는 나와의 공생을 끝마쳤다. 이제 보이더는 안경 밖에 나가더라도, 아무런 신체 내적인 압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내 안경 속에 계속 살기로 했다. 어차피 나가봤자 보이더가 머물 집은 없다시피 했고, 보이더가 나하고 더 친해지고 싶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나도 보이더가 어쩔 수 없는 것을 알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보이더와 더 깊이 친분을 쌓을 수 있다니 그건 정말로 신나는 일이었다!

 슬비에게도 그것을 알려줬다. 너를 리본소녀라 부르는 그 외계인, 아니 내 또 다른 친구와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고. 언젠가는 너하고도 다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슬비는 해당화 같은 볼을 하고서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있잖아. 나중에 그 친구와 만나면 같이 백화점 안 갈래? 같이 가서 이쁜 옷 골라주자! 왜 있잖아. 저번에 그 친구 봤을 때 어두운 파랑색 드레스만 입고 있었잖아. 그 워먼데이인가, 하이튼 뭔가에 타서 네 안경에 있다면서? , 나중에 이 지구에 나와서 입을 옷은 있는지 걱정이 돼서 말이야. 그렇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지극히 슬비다운 대답이라 웃었다.

 

 

 음악실에서 일어난 세피아 소동이 끝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던 슬비에게 나와 보이더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얘기를 했다. 우리가 어떻게 만난 건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네이비를 뒤집어 쓴 그 소녀와 그 소녀의 여왕벌까지 모든 것을 슬비에게 말했다. 슬비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진정했다. 그 장본인이 지금 눈앞에 있으니까.

 그럼 선우의 안경 친구는 지금 정말 슬픈 거네? 슬비는 말했다. 보이더는 그거를 듣고는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고는 아니,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슬비는 그 대답을 듣고는 안도의 웃음을 짓고는 보이더의 손을 잡았다.

 “그럼 다행이지 뭐. 그게 중요한 거야. 너는 여기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나도 거들었다.

 “그래! 너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도 함께 있으니까. 이건 너만의 문제가 아냐. 우리의 문제야. 난 당연히 네가 이 지구에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의무가 있는 거지. 우리는 서로 함께 하는 공생관계잖아?”

 “정말? 내가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와 슬비는 그렇게 말하는 보이더를 슬쩍 보고는 손을 잡았다. 보이더는 나와 슬비를 번갈아 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래, 그거면 돼. 너는 혼자가 아니니까.

 

 

 그 날 저녁에 나는 보이더를 안경에서 나오게 했다. 보이더에게는 아직 남은 빚이 있었다. 그래서 꼭, 둘이서 말하고 싶었다.

 - 보이더 좀 나와 봐.

 안경에서 무지갯빛의 빛이 쏟아지며 보이더가 나왔다.

 “선우, 무슨 일인데.”

 나는 머뭇거리면서 보이더에게 말했다.

 “있잖아... 나에게 머리 좀 대줄래?”

 “머리는 왜?”

 “.... 하여튼 빨리!!”

 “, !”

 보이더는 그 하얀 머리를 나에게 내려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 하얀 머릿결에 무지갯빛이 살짝살짝 들어가 있어서 너무나 예뻤다. 나는 머리에 꽂았던 보라색 핀 두 개 중에 하나를 빼서 보이더의 옆머리에 꽂아주었다.

 

 “, 됐어. 저기 책상에 거울 있으니까 봐봐.”

 보이더는 일어서서 책상에 있던 거울을 가져와 자기 머리를 보더니 가만히 웃었다.

 “, 하하! 이게 뭔데? 완전 귀엽네. 선물이야?”

 “.”

 “우와, 선우가 나에게 선물도 다 주고!”

 “그거 우리 오빠가 했던 거니까, 소중히 해야 돼?”

 

 “, 그래....?”

 “사실 오빠가 생전에 꽂고 다녔는데 내가 살짝 슬쩍했거든.”

 “......”

 

 “! 이제 이 핀 한 개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호, 이제 그럴 만한 힘이 있는 거야?

 “아니, 조금 성장했긴 하지만 아직은 없어.”

 “뭐야. 허세 부리는 거야?”

 보이더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그런 거 아니라면서 그냥 주고 싶어서 준다면서 뒤로 뺐다.

 

 “참고로 그건 오빠와 나의 영혼 같은 거니까, 이제부터 나는 너에게 내 영혼을 반이나 맡긴 거야. 알았지?”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보이더는 그 말을 듣고는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쿡쿡 웃었다.

 

 “저기, 박선우씨.”

 “......?

 “너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데?”

 

 아, 아아아, 아아아아?!?!

 

 “저기요? , , 안 부끄러워했거든? , , 니가 그,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겠지!”

 아나, ! ! ! 그건 어, 어쩔 수 없잖아. 나 태어나서 오빠한테만 이렇게 낯 뜨거운 말을 했단 말이야!!

 “아니야, 너 얼굴 빨개졌어! 너 얼굴 빨개졌다고! 그럼 너 확실히 부끄러운 거잖아?”

 “, 아니야! 아니라고! 보이더 너 그러지마! , 핀 뺏어뿐다?”

 보이더는 내 빨개진 볼을 보며 놀렸다. 그리고는 보라색 핀을 뺏으려는 나의 손을 붙잡고는 나의 머리를 만졌다.

 

 “... ?”

 “하하, 그야 물론 알지 내가 너 그런 거 잘 못 할 줄 모를까봐.”

 “, 그렇지?”

 “그래. 선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는 씨익 웃었다. 보이더도 씨익 웃었다. 나는 이 녀석과 슬비와 함께 앞으로 한 걸음 씩 나아갈 것이다. 이제는 미련스럽게 뒤를 돌아보진 않을 것이다. 입을 열어 너에게 말한다. 아까와는 또 다른 공기가 내 콧속으로 들어왔다.

 “그래, 잘 부탁해!”

 

 

 

너에게 1부 끝.

 

 

 너에게 1부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2부는 조금 바뀐 이름으로 찾아뵐꺼구요, 12월 중반쯤 찾아 뵐 예정이오니 기대 많이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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