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XX2. X XXXX XX(X)

 

너에게32. 슬픈 세피아의 세계(1)

 

 

 

 “......, 달링?”

 리본 소녀가 놀란 듯이 말했다. 소녀의 큰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손에는 얼음 수갑이 차여져 있었다. 가엾게도 이곳에 끌려와 버린 거겠지. 역시 루어는 비열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을 끌어들이다니 그건 반칙인 것 아닌가?”

 “오호라, 민간인을 제일 처음 부려먹은 건 당신이 아니었나요? 다알링?”

 “그건 선우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야. 고의가 아니라고.”

 “, 나도 동의 받고 하려고 했는데 말야, 얘가 먼저 방해를 하더라고. 그래서 살짝 쿵, 인질로 만들어 버린 거야~ 나도 고의는 없었다고?”

 말이라면 뭐라도 못하리.

 

 “어이, 그건 그렇고. 선우는 어디다 둔 거냐? 네 마법으로 본다면 선우는 여기 있지 않겠지?”

 “딩동댕! 맞아. 걔는 지금 쯤 차에 치이고, 치이고, 치이고.... 계속 치이는 중일 거야. 그리고 오빠를 되살리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절망하겠지? 아아, 정말 아름다운 광경일게 틀림없어!”

 

 “....너 선우에게 무슨 짓거리야.”

 “어머! 저는 그 선우라는 분에게 무슨 짓거리를 한 것이 아니랍니다~ 다 그 분이 자초한 일이지요. 그 멍청하고 얼빠진 학생이요!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답니다~”

 “정말 무슨 짓거리냐고!!!”

 나는 고함을 질렀다. 리본 소녀도 고함을 질렀다. 리본 소녀는 그 루어 퀸비를 날카롭게 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루어는 그 소녀를 보지도 않은 채 마법을 걸었다. 소녀의 손은, 얼어가고 있었다.

 “..! 아아아아아!”

 “소리 지르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언니하고, 저 언니하고 할 말이 있으니까! 그렇게 더 저항하단 때찌때찌 할 거에요?”

 지금 내 품에 호신용 총이 없다는 것이 한이 되었다.

 

 “그 애한테 무슨 짓이야?”

 “괜찮아. 죽진 않을 테니까. 설마 내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

 “설마 안 믿는 거야? 나 오늘 선심 써서 선우라는 찌질이도 풀어 주기로 했는데.”

 “무슨 꿍꿍이야!”

 “어머~ 너무하다. 다알링. 전쟁에서 그렇게 많이 울고 웃고 했던 사이인데, 내 성격을 모르는 거야?”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이다.

 

 “그래. 선우를 풀어준다는 거지?”

 “그렇다고. 몇 번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풀면 그 애의 마음 상태를 보장할 수가 없어. 색채마법은 감정을 조장하는 거니 후유증이 좀 많이 길지. 후유증 없이 풀려면 결국 그 선우라는 찌질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직접 푸는 수밖에 없어.”

 “그래?”

 “! 오늘 나 너무 최고급 정보를 준 거 같지 않니? 멋지다, 쿨하다!”

 “...”

 “그럼 나 먼저 갈게~ 달링, 잘해봐!”

 그 말을 끝으로 루어는 사라졌다. 선우, 기다려! 나는 곧바로 선우에게 돌진하려고 했다. 그때 쓰러져 버린 리본 소녀가 눈에 띠었다. 나는 돌진하려다가 말고 의자를 가져다가 그 소녀를 앉혔다.

 

 “저기.... 당신은..”

 소녀는 말했다. 나는 소녀에게 손을 들어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먼저 갈께. 괜찮아. 네 친구는 절대로 구할 거니까.”

 나는 소녀를 향해 웃어 보이고 곧바로 선우에게 돌진해 마법으로 생긴 세계에 들어갔다. 멀리서 힘내라는 리본 소녀의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눈에 펼쳐진 풍경은 평범한 도시였다. 전광판이 빛나고, 사람들이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따분한 일상. 우리들이 어찌어찌 살아나가는 한 조각의 시간. 이상한 점이라곤 색깔이 하나 밖에 없는 것. 하늘도 세피아, 걸어가는 사람도 세피아, 피도 세피아. 단지 그뿐인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서 달렸다. 현실에서는 낼 수 없는 속력이 내 발에서 나왔다. 선우의 위치는 정확히 몰랐지만 저기 저 도로의 끝에 선우가 있을 거라는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

 

 선우, 그녀는 내 마음의 버팀목이다. 선우가 없으면 내가 없어진다. 내가 부서진다. 그게 두려웠고 두려웠다. 이기적이었지만 그게 진실, 진실. 나의 온 마음. 먼지 낀 거울.

 

 드디어 보였다.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바뀌는 도로의 연장선에 선우가 서있었다. 선우는 힘없이 세피아 색의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고 손에는 나무 인형이 쥐어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고, 보도의 구석에는 수백 개의 나무인형이 버러져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선우?”

 선우는 뒤돌아서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나무 인형을 나에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선우의 배에는 아직도 피가 흘러나와 다리를 적시고 도로에 있는 피의 강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봤지? 내가, 오빠를 구했어. 내가, 오빠를, 구했다고! 근데, 오빠가 숨을 쉬지 않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해. 이래가지고는 너를 오빠에게 맡길 수 없어. 너를 지킬 수가 없다고.”

 

 “....그건 잘못.. 됐어. ... 현혹되고 있는 거야. 정신 차려!”

 선우는 아까의 나무인형을 내팽개쳤다.

 

 “안 되겠어. 다시 오빠를 구해야겠어. 여기서는 오빠의 목숨이 무한대야. 그러니 이번에는 꼭 오빠를 구해보이겠어.안 돼. 오빠도 보이더도 나 때문에,, 여기 오빠 왔다. 이번이야말로, 이번이야말로!!안 돼. 보이더!!

 

 선우와 나무 인형은 서로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그 반대쪽에서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오토바이가 1차선을 지나 2차선으로 오고 있었다. 선우는 이때다 싶어 나무 인형을 밀치고 자신이 오토바이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일순간 멈춘 시간 속, 나는 필사적으로 선우에게 내 온 몸을 던지고 있었다.

 

 

    

 닿

 아

 라!

 

 

콰앙!’

  

  

 무사히 난 선우를 지키고 오토바이에 치였다.

 

 

 온통 세피아 색의 세상에 붉은 피가 새겨졌다. 선우는 얼빠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달려왔다. 선우의 눈동자는 그 싫은 세피아 색에서 평소의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 , 정말! 데리러 와줘 라고 했지만 이렇게 몸 부서가면서 데리러 와라고는 안했잖아!”

 “..... .. 봐줘... 어쨌든 구했잖아... 기쁜 내색이라...도 해보..시던....”

 “! 말 좀 그만해! 니 상태가 지금 어떤지 알잖아! 작작 좀 말하라고!!”

 선우는 화난다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헤헤, 미안... 그래도... 한 번만 말하게 해줘.”

 “뭔데! 바보!”

 있는 힘을 다해서 말했다. 선우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녹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데리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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