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28. 사건(2)

 

 

 

 

 

 

 바로 지금, 나는 내 반 교실 뒷문에서 그녀와 만나버렸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시간 슬비가 잠시만 기다리라며 화장실에 간 직후에 난 만났다. 이 죽일 놈의 네이비, 차미애를.

 왜 넌 날 포기하지 않는 건데? 왜 넌 이토록 끈질긴 거야? 나를 만나야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나는 피가 나올 때까지 입술을 깨물었다. 내 바로 앞에 있는 그녀는 나를 향해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았다. 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날 괴롭혀서 좋아? 날 방해해서 좋아? 나는 걔를 째려보았다.

 “, 안녕? 선우.”

 경멸스러웠다.

 ㅡ 선우 도망쳐!

 -, !

 나는 미애를 피해서 앞문으로 달려 나왔다. 뒤에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던 애가 나를 쳐다보았다. 미애는 움직이지 않는 듯 했고 난 이때다 싶어서 복도를 냅다 달렸다. 태어나서 처음 내보는 속력이 내 발에서 나왔다.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미애에게 잡히면 끝장이야!!

 학교를 벗어났다. 곧장 오른쪽으로 달렸다. 눈에 익은 거리였다. 혹시 미애가 따라 올까봐 난 무작정 근처 빵집으로 갔다. 빵집의 주인인 꽁지머리의 아주머니가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고서는 깜짝 놀라시고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난 빵집 탁자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갓 구운 빵 냄새가 날 진정시켰다.

 

 이십분쯤 지났다. 난 빵집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그 빵집을 나왔다. 이제는 걔가 날 따라오지 않겠지? 안심하며 학교로 걸어가려고 발을 내딛었다.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미애가 나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나는 뒤로 벌렁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 씨, 젠장젠장젠장! 뭐야 쟤는? 나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신발 없이 달린 발에 피가 흐르는 듯 따끔거렸지만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오직 미애를 따돌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난 결국 돌에 넘어져 미애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ㅡ 선우!

 

 “아야......”

 “,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리는 너도 꽤 예쁘잖아? 귀여워, 맘에 들었어. 너도 내꺼 낙점~”

 ㅡ .......!! 이 목소리.....

 미애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윙윙 울렸다. 보이더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는 공포에 떨고 있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야! , 나를 왜 따라오는 건데, 이 미친 여자!”

 “호오, 미친 여자.. 그래, 그녀도 날 그렇게 불러주었지.”

 “....... 그녀?”

 미애는 혀를 내밀어 나를 핥을 듯이 말했다. 싫어! 저리 가!!

 “네 계약자말이야, 계약자. 아항~ 그런 말 들으니까 그 하얀 머리카락을 핥고 싶어지는 구나. 그 대신에 네 머리카락을 핥아도 될까? 예쁜이.”

 ㅡ 저 녀석!!

 

 “.. 이더를??”

 

 싫어! 안 돼, 안 돼. 보이더에게만큼은 손대게 하고 싶지 않아. 안 돼.

 

 “안 돼!!! 보이더를 건들려고 하는 거야??”

 

 나는 미애를 째려보며 말했다. 안 돼, 보이더는 안 돼!

 

 “안심해, 그냥 말해본 것뿐이야~ 난 그녀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걸.”

 미애, 아니다. 미애 속에 숨은 누군가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손을 대려고 했다. 나는 그녀를 피해서 뒤로 갔다.

 “... 오지마!”

 “후훗, 벗어나려고 해도 소용없어.”

 

 그녀는 나의 팔을 잡았다. 손길이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잠깐이면 되니까, 착하지? 가만히 있어!!”

 그녀는 나에게 소리 쳤고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다. 이윽고 그녀의 눈이 하얀색으로 빛났고, 그녀의 손이 나에게 다가왔다.

 - 보이더, 안경 속에 있는 거지?

 ㅡ ........... ..

 그럼, 어쩔 수 없네. 나는 안경을 벗어 들었다.

 

 ㅡ .....잠깐, 선우! 뭐하는 거야?

 - 잠시만, 아주 잠깐이면 돼.

 ㅡ 선우!

 나는 안경을 벗었다. 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이 잘 안 보였다. 머리의 차가운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난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이윽고 내 머리 속은 암흑으로 뒤덮여 갔다.

 멀리서, 보이더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빵집부분은 구병모 소설가님의 '위저드 베이커리'의 한 부분을 오마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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