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18. +오빠와 나의 결심과 비밀 이야기(1)

 

 

    

 좁은 세상에 던져진 오빠와 동생이 있었다.

 

 오빠, 박건우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았던 남자. 슬퍼하는 사람 도와주기를 좋아했던 남자. 유독 나에게만 장난이 심해서 좀 그랬지만, 동생을 위해 그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 했던 남자.

 동생 박선우, 그러니까 나는 공부도 운동도 그림도 나름대로 했지만 오빠의 그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던 여자. 가족에게 미적지근했던 여자. 뭐든 잘하는 오빠가 부러워 그를 미워하고 따라잡고 싶어 했지만 결국 그렇게는 못했던 여자.

 

 오빠가 15, 내가 13살이 되던 해에 엄마는 아빠 없는 우리들을 어떻게든 먹어 살려보겠다고 해외로 돈 벌러 나갔다. 엄마가 떠나는 그 공항에서 나는 정말 공항이 다 떠나가라 울었다고 오빠는 회상했다. 그 때에 정말 너 달랜다고 정말 땀 뺐다. 아냐? 그러면서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욘석, 울보 같으니라고! 울보 같으니라고!

 그 뒤로 우리는 엄마가 남겨두신 집에서 살았다. 집의 재정(엄마가 해외에서 보내주시는 돈 관리)과 요리와 설거지는 오빠가 맡고 장보기와 청소와 빨래는 내가 맡아서 했다. 공부도 둘이 서로 도와가면서 했다. 엄마 아빠 없이 둘이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서로를 어떻게든 지탱하려고 노력했다.

 

 오빠에게는 꿈이 있었다. 언젠가 유명한 사업가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오빠 이름을 딴 재단을 짓고 싶다고 했다. 물론 재단의 총책임자는 오빠 자신. 그렇게 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팍팍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할 때마다 큰 꿈을 가진 오빠가 멋있었고 듬직했지만 샘이 나서, 반대로 아직 나이도 어린데 꿈이 너무 큰 거 아니냐고 빈정거렸다.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너도 네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있을 거 아냐?’라고 하며 나에게 웃음지어 보였다. 오빠다운 말이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딱 이 년째를 앞둔 십이월의 제일 끝자락에서 우리는 조촐한 파티를 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서 조각 케이크 두 개, 과자 몇 봉지, 사이다 한 병을 사가지고 봉지에 담아 들었다. 우리는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내뱉었다. 오빠가 대명 외국어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내가 드디어 반에서 3등을 해봤다는 거,장하다! , 암만 열심히 해도 10등 안팎이었잖냐. 오빠, 그거 칭찬이야? 아니야?오빠가 처음으로 요리를 했을 때 토스트를 다 태워먹었던 것, 내가 설거지를 아주 잘했다는 것들을 쑥스러워했으며 자랑했다. 그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정말 이때까지 힘들었던 것을 다 잊어버릴 수 있었다.

 오빠와 나는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가는 골목길로 접어들기 전에 있는 십자대로에 왔다. 탁 트인 십자대로 위 하늘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대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지 제 갈 길을 찾아서 후다닥 갔다. 오빠와 나는 신호를 기다리며 우리의 앞날을 상상하고 있었다.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며 우리들은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폭주족 오토바이가 도로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오토바이는 온갖 장식이란 장식은 몸체에 다 붙여놓고 빠른 속도로 이곳에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저 오토바이 왜 멈추지 않는 거야. 저리하다 치이겠는 걸? 서둘러서 빨리 가려고 했을 때, 오토바이는 벌써 우리의 앞까지 와있었다.

 

 

 몸이 돌처럼 굳었다. , 이거 뭐야. 몸이 왜 이런 걸까. 움직이란 말야. 왜 경직 돼있는 건데? 빨리 움직여. 그래야 산다고! 어서 가란 말이야!

 “선우, 비켜어어어!!”

 아.

 

    

콰앙!’

 

   

 

 

-

 

 

 

 눈을 뜨고 약간의 고통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내 몸은 약간 도로에 긁혀서 피가 조금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했다. 난 분명히 오토바이에 부딪혔던 게...

 

 순간 오빠 생각이 났다. 나는 그대로 일어서서 오빠를 찾기 시작했다. 피가 조금씩 흩뿌려진 도로, 점점 커져가는 사람들의 소리. , 여기 119? 서평동 파리바게뜨하고 송산빌딩 있는 십자대로인대요, 지금 교통사고가 났어요! 얘야 괜찮니? 눈 좀 떠봐! 몰려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당장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쪽으로 달릴 때마다 도로에 피가 더욱 더 진하게 배어들어있었고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벽을 정신없이 통과했다. 아니야, 아니야, 오빠는 지금 죽을 사람이 아냐.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순간에 보고 말았다.

 표정은 찡그린 채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오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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