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16. 전치현상(4)



 우리는 쇼핑을 마치고 지하에 내려가 우동을 먹었다. 많이 걸어다니고 뛰어 다니느라 배고팠는지 우동은 맛있었다.


 ㅡ 우동이라는 면 요리는 맛있어?

 보이더가 말을 걸어왔다.

 - . 맛있어.

 ㅡ 촉감은 어때?

 - 부들부들해.

 ㅡ 그래? 좋겠다. 한 번 느껴보고 싶네~

 에?

 - , 면이랑 밥이랑 그런 요리들 많이 먹어본 것 아니었어?

 ㅡ , 우리별에는 먹거리 향수라고 말이지, 뿌리면 음식 냄새와 함께 배도 채워주는 향수가 있어. 우리 별 사람들은 밥이나 음식을 안 먹고 그걸 뿌리고 다녔었어. 원체 하는 일이 바빠서.

 - 그럼 씹는 맛이라는 것을 여태까지 잊고 산거야?

 ㅡ 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 수는 있겠지.

 ... 그런 걸 못 느끼다니 갑자기 보이더가 불쌍해졌다.

 슬비와 나는 우동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디저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우동 값에 이어서 음료 값도 내려는 슬비를 겨우 막아서 음료 값은 내가 내기로 했다. 슬비는 그린티 프라푸치노꼭 마셔보고 싶더랬다, 나는 아이스 초코라떼.

 의자에 앉아서도 나는 슬비가 사준 팔찌만을 쭉 바라보고 있었다팔찌는 내가 차본 수많은 팔찌 이래로 가장 예뻤다. 그 팔찌만 쭉 보고 있으니 슬비가 말했다.

 “그 팔찌가 나보다 좋은가베.”

 “.. 아냐! 누가 너보다 좋대?”

 슬비는 그런 내가 재미있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신경 쓰지 마.”

 나는 그 말에 안심하고 내 팔찌를 한 번 더 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 슬비.”

 “?”

 “어떻게 하면 이런 이쁜 소품들을 고를 수 있어?”

 슬비는 장난스럽게 오호, 너 패션에 관심 생긴 거야? 라고 말했다. 나는 화끈해진 얼굴로 절대 아냐! 내가 그런 것에 왜! 라고 강력히 항변했다.

 “그건 말이야.”

 “그건?”

 ‘드드드드드드!!’

 “, 잠깐만.”

 애석하게도 진동 벨이 울렸다.

 잠시 후에 슬비가 돌아오고 다시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그건 말이야.”

 “그건?”

 

 “간단해! 그 옷이나 그 악세서리나 나랑 잘 어울릴지 만을 생각해보면 돼!”

 “? 그것 뿐?”

 “. 이것 뿐. 근데 이게 정말 중요해. 이걸 잊어버리게 되면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할 수가 있거든. 겉치레만 신경쓰는 거지.”

 “겉치레..”

 “그런 것만 따지다 보면 결국에는 예쁜 것만 찾게 되거든. 정작 중요한 자신과의 조화를 잊어버리는 거지. 말 그대로 전치현상인거야.”

 아.

 공중에서 퍼진 슬비의 글자 한 자, 한 자가 교복 조끼를 뚫고 혈관 속 피에 스며들었다. 피에 스며든 슬비의 말은 내 심장에 도착해서 우심방과 동맥과 폐와 정맥을 초토화로 만들어놓고 나서 좌심실로 돌아왔다.

 자신과의 조화와 전치현상. 이 말들은 무엇이기에 내 몸을 후벼 파는가. 내가 떠돌아다니던 각종 대회장, 일그러진 엄마와 나의 행복한 웃음들, 사람들의 부러움, 나의 두려움, 오빠의 장난. 그 말들이 보여준 상황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반사적으로 나의 머리는 좌우로 흔들리고 나의 마음은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슬비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 보았지만 난 슬비 탓이 아니라 말하고 싱긋 웃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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