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11. 이슬비(6)

 

 

 

 

 

 

 “, 국제 대회?”

 “. 국제 대회. 유네스코에서 하는 국제 영어 경진 대회 고등부에서 그 잘난 대상 받아오셨단다! 짝짝짝짝!! 축하 좀 해줘라야.”

 “으응.... 축하해!”

 “, 그걸 축하해주고 있냐, ?”

 그렇게 말하는 슬비의 볼은 빨갛게 상기된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옛날의 나를 비추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야야, 이거 봐봐. 나 오늘 또 상 타왔다~ 좋겠지? 그것도 대상이다~”

! 그런 거 나도 많이 받아오거... ?”

, 사실은 부러운 거지? 내가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아와서 부러운 거지?”

... 아니거든? 나도 우수상 같은 거 많이 받아와. 오빠만 받는 게 아니라구!!”

부러우면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해보시와요~”

아이, 진짜. 저리 가! 오빠 지금 진짜 촌스럽거든? !!”

 

 장난스러운 오빠의 말과 짜증나는 듯 말하는 내가 슬비 뒤를 스쳐지나갔다. 슬프고, 밉고, 화나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온데 뒤섞였다.

 

 슬비는 갑자기 부끄러워진 듯 손을 무릎으로 끌고 갔다.

 

 “... 있잖아. 내 고민 사소하지?”

 

 .......

 

 “정말 바보스럽지?”

 

 ... 아니...

 

 “기뻐해야 되는데 이런 질투나 하고 있고. 정말 못된 동생이야.”

 

 .. 아니...

 

 “이런 나를 보면, 분명 너라...

 

 “아니야!! 아니야!!

 ‘!’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와 그 옛날의 내가, 동시에 슬비의 손을 잡았다.

 

 “.... ??”

 “누구나 잘난 동생이나 잘난 오빠를 두고 있으면 그런 감정은 저절로 가지고 있는 거야!!”

 “........”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슬비의 눈동자가 살짝 멈췄고 얼음이 녹듯, 초승달이 되었다.

 “........ 그랬구나.”

 그리고 슬비는 마음속에 새기려는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게 당연한 것.”

 “그래. 그건 당연한 거야. 부끄러운 게 아냐.”

 나는 슬비에게 웃어주었다.

 

 “있잖아, 나에게도 그런 오빠가 있었거든? 나도 오빠에게 질투하면서 중학교 시절을 살아왔어. 하지그 감정을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안 지워지더라. 그래서 그냥 인정해버렸지. 그러니까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다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새로운 감정도 다시 생겨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해."

 

 “우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네?

 

 슬비는 다시 작은 소리로 되뇌었다. 나는 슬비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난 그렇게 생각해.”

 “... 그렇구나.”

 슬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닥의 실이 생겼다. 그 실은 나와 슬비를 부드럽게 옭아매었다. 그 실속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서히 그 실은 나와 슬비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고마워.”

 “.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맙지.”

 슬비는 내말에 웃었다. 살짝 물기를 머금은 해당화가 슬비의 양쪽 볼에 피어있었다. 히야 이 꽃을 보는 게 얼마만이냐.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자 슬비는 금세 해당화를 감추면서 왜 웃어?”라고 말했다.

 

 “귀여워서 그냥.”

 “으이구, 하튼 응큼한 건 알아줘야 돼.”

 슬비는 내가 조금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리고 뒤이어 시계를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 좀 있으면 야자다. 늦겠다. 가자,”

 “그려.(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기숙동을 나가자 약간 곡선으로 굽은 채 학교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고 그 길 옆으로 심어진 동그랗고 세모난 나무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길을 같이 걸었다. 서로 말이 없었지만 서먹서먹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우리 둘 다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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