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2. 박선우(1)

 

 

 

 선우야! 하는 오빠 목소리에 눈을 떴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알람시계를 보니 아침 여섯시. 뭐야 아직 시간 안됐잖아. 안심하며 눈을 감으려는 순간, 아침을 준비하는 오빠의 호통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지금이 몇 신데 안 일어나!!! .... 왜 소리 지르고 난리야.. 아직 여섯신데. 뭐 여섯시? 일곱신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 일곱시구나....... 흐아암.. 30분 남았네.. 좀만 더 자자,,,,,,

 잠깐, 일곱시??!!!

 그 소리에 눈이 번뜩 뜨이고 잠은 싹 다 날아갔다. 이런! 잊어먹고 있었다. 이번 일주일, 아침 일곱시 사십분까지 학교에 도착해 시험공부를 하려고 했었던 사실을.

 있는 힘껏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섰다. 안경을 쓰고, 요즘 인기 몰이중인 아이돌 밀키즈 오빠들의 사진이 장식된 방을 나와 화장실로 갔다. LTE의 속도로 세수를 하고 교복을 입고 식탁에 앉으니 부엌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오빠가 내온 접시엔 빵에 계란을 바른 프렌치토스트와 코코아가 놓여 있었다. 오빠가 아주 기분이 좋을 때만 해주는 특별 메뉴였다. 만면에 함박웃음을 숨기지 못한 채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언제나처럼 두 개의 앙증맞은 머리핀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밥을 주지 말고 빵을 주라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도 밥만 주었던 오빠가 오늘은 왠지 특별 메뉴를 선보인 것이 고마웠고 놀라웠지만 감탄은 근물. 이내 고개를 돌려 접시와 잔에 있는 음식들을 후딱 해치워버리고 양치를 했다. 지금은 늦었다!!!

 

 양치를 마치고 어제 챙겨놓은 가방을 들쳐 매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오빠의 손이 내 어깨에 얹어졌다. 아이 씨, 바쁜데. 눈치도 없는 오빠라고 생각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웬 봉지. 자세히 보니 안에 아몬드 쿠키가 많이 들어있었다.

 너 2주 있으면 중간고사 기간이지? 오빠는 말했다. , 그건 말한 적이 없었던 건데 어떻게 알았을까?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자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오빠는 말한다. 사실은 네 다이어리 몰래 봤지롱~ 혀를 쭉 내밀고 한쪽 눈을 까뒤집으며 오빠는 말했다. 좋아지려던 기분이 쑥 깎였다. 뭐라고? 그걸 내 허락 없이 봤단 말이야?? 나 그런 거 예민한 거 알잖아! 미안-! 앞에 달력만 봤으니까 좀 용서해 주라. 숙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다니,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주먹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오빠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에 가방에 봉지를 넣었다. 빨리 집 문을 나서려는데 오빠가 부엌에서 나를 보러 현관까지 나왔다. 그리고 웃으면서 하는 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마! 맨날 오빠가 학교가기 전에 하는 말이다. 시이이러(싫어). 나는 말을 늘여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빠는 못 말려하는 표정으로 요놈 요놈이라 말하고는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니 건강을 좀 챙기지 그려? 그치만 좀 있으면 시험인걸, 공부 안하면 확 점수 떨어질 거야. 오빠는 내가 공부 못해도 좋은 거야? 오빠가 움찔했다. 하하, 그렇... 그래도 좀 쉬어가면서 해.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문을 열며 오빠에게 인사했다. 잘 갔다 와!! 오빠의 보라색 머리핀들이 반짝거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 오늘은 조금 시간이 빡빡한데, 빨리 가지 않으면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생각했다. 오늘만 택시를 타자고.

 어제 숙제는 다했고, 오늘 쪽지시험이 있는 영어 교과서는 챙겼지? , 오늘 건 좀 어려운데. 아침부터 오늘 일에 대한 걱정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MP3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괜찮아, 잘 될 거야. 가사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귀를 통과해 마음으로 들어왔다. 기분이 나아졌다. 추운 바람에 굳게 닫힌 문을 열자 바람과 함께 뜻 모를 빛이 내 속을 파고들어 뒤집어 놓았다.

 

 

 

 대명 외국어 고등학교 기숙동 604호 방 침대에서 다시 눈을 떴다. 유치했던 16살의 방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무미건조한 18, 기숙동 방의 천장이 보였다. 멍하니 그 천장을 보았다. 다 꿈이었구나, 허무하게 말소리가 풀어졌다.

 느릿느릿 손을 더듬어 무테안경을 찾아보았지만 안경이 없었다. 안경이 깨져서 오늘 안경을 사기로 한 것을 기억하고 침대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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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주 금요일 12시에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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