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1.???
우주를 가로질러 가는 먼지 하나를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 먼지는 다른 크고 작은 먼지들 보다는 조금 특별했다. 먼지 본체 자체는 발광하지 않으면서, 불타오르는 띠를 가지고 어딘가에 빠른 속도로 다가가는 먼지라니. 이런 먼지는 3000년 동안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먼지의 이름을 안다. 전령에게서 이 먼지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먼지의 이름은 별 워프기 Ł-ŊÆΓㅡ워먼덱스ㅡ였다.
자기보호, 학습, 생존, 원주민과의 공생이 100% 보장된다고 하는 환상의 이민 기계. ‘우주 쓰레기 밭에 구르더라도 이승에 사는 것이 낫다!! 어떤 비상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보장 머스트 해브 아이템 베스트 10!!’부동의 1위. 그것이 그 기계의 이명(異名). 하지만 그것은 소문속의 기계여서, 어느 누구에게도 보급하지 않고 오직 두 대만이 보급되어 있다고 전령에게 들었다.
우주를 가로질러 가는 ‘희귀한 먼지’ 워먼덱스 안에 우리의 주인공, 딱하고 불쌍한 그녀가 잔뜩 움츠린 채 자고 있었다. 하얀색의 빛을 반사하는 그녀 머리 위엔 크고 작은 전선 몇 다발이 연결된 헬멧이 쓰여 있었고, 굴곡진 그녀의 몸 여기저기엔 맥박을 확인하는 동그란 딱지들이 붙어있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워먼덱스에서 입혀준 어두운 붉은색 드레스를 입었는데도 두드러져 보이는 어깨의 붉은 피, 얼굴부터 발끝까지 번져있는 타박상과 화상의 흔적들. 워먼덱스의 회복기능이 없었으면 아마 회복 불가능했을 상황이었다. 상처는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에도 어김없이 나있었는데 특히 왼쪽 눈의 형체는 찌그러지고 피로 물들여져 흉측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주로 그녀가 내보내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폭발이 일어났었다.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피웠던 두 개의 아름다운 별이 수많은 불꽃을 만들며 사라지는 소리였다. 그녀가 살던 고향별과 그 이웃에 있던 또 다른 별, 두 별의 역사가 한순간에 없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행성끼리의 대결은 많이 봐왔지만 그녀의 고향별과 또 다른 별의 폭발만큼 큰 폭발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폭발의 생존자였다.
과학기술로는 최고의 자리를 가지는 두 별 스마냐와 카르텔의 밥그릇 전쟁. 훗날에 디스트럭션 쿰바라 불리는 전쟁은 그렇게 두별의 소멸로 막을 내렸다고 전령에게 들었다. 우주 전체 통계국의 집계에 의하면 사망자 약 이십억 명 실종자 구억 사천 오만 칠백 명, 확인된 생존자는 단 두 명이라고 했다.
전쟁의 규모는 작았지만 그것에 비해 너무나도 큰 결과를 초래한 전쟁이었다. 그 고래들 전쟁에서 등이 터진 것은 나의 우주 전체였다. 그 폭발과 함께 우주 곳곳에는 붉은 안개가 생겼고 또 일부별에 대해서는 이상기후 현상까지도 나타났다.ㅡ 그 직후에 나는 완전히 인간에게 질려버려 이 우주를 닫아 볼까 생각도 했지만, 남은 사람들을 봐서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뭐, 그 인간들은 자기 생에서 그 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은 것이 되어버렸으니.
워먼덱스 안에서 숨죽여 자고 있던 그녀가 또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 할머니.....푸른색 우울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그녀의 피 묻은 어깨에 닿았다. 살짝 눈가를 찌푸린 그녀는 몸을 더 웅크렸다. 피가 점점 워먼덱스 안을 점령해갔다.
꽉 막힌 하늘, 부서진 집들, 어제까지만 해도 커피를 마시며 농담 까먹기 하던 직장인의 싸늘한 시체. 일그러진 얼굴로 전투기들을 조종하는 군인들, 꺼이꺼이 울던 아이들. 곳곳에 묻어있던 피, 그리고 아직 자신 앞에서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드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 모든 것이 피로 점철된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까. 손을 뻗으며 안돼요!! 안돼요!!라고 소리쳤지만, 사랑스러웠던 고향은 언제부터인가 제 빛을 잃으며 그녀의 눈 안에서 사라져갔다.
그녀가 머릿속에서 고통스러워하거나 말거나 워먼덱스는 충실히 제 기능을 다해주고 있었다. 빠르고 곧게, 사이렌을 울리는 병원차처럼 워먼덱스는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몇십 광년의 시간이 더 지나자 파랗고 노랗고 하얀 지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워먼덱스는 그 속에서 한반도라는 곳의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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