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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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나는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하였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

이십오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오십대 초반에 해고당한 후 발전소 공장 건물 끝 굴뚝에 자리 잡은 이진오의 모습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증조할아버지 이백만, 할아버지 이일천, 아버지 이지산의 이야기를 이진오는 굴뚝에서 차분하게 풀어간다.

할아버지를 따라 월북했다가 부상당하여 반공포로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의 결혼 이야기, 할아버지 이일천과 그의 동생 이이천의 이야기가 이진오의 시선에서 펼쳐지는데, 사실 내가 그 자리에 서있고 이진오가 옆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시대적 배경은 <토지>와 유사하다. 일제의 감시, 그들의 강압에 의한 노동 현장. 일제 주도의 철도 건설을 조선 백성의 피, 땀, 눈물과 맞바꾼 결과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차츰 난폭해진 그들은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조선인 노동자를 소나 개처럼 부렸다.

할아버지 이일천에서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아버지 이지산, 그리고 현재 이진오까지 이어져 온 노동자의 삶이 고단하게 그려질 것 같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고 끝이 나지만 가제본을 통해 기대감을 끌어올리려 했던 내 계획은 어찌되었든 들어맞은 것 같다.

<철도원 삼대>를 통해 그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의 노동, 아버지의 노동 그리고 현재 나의 노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이었을까. '맑은 날, 폭풍의 날도 다 지나간다'는 작가의 말이 힌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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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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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부터 심상치 않다. 이런 표현 때문에 내가 김봉곤의 작품을 애타게 기다린 것인가...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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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에게서 시간과 문자가 전송되어 왔을때, 공소시효가 지나 원고인을 맞닥뜨린 사람이 과연 이런 심경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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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와 혜인 그리고 해준. 혜인으로부터의 연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사귄 여자가 혜인임을 밝히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오랜만에 혜인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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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작가의 퀴어소설을 다 읽어내지 못했던 나약한 나였는데, 나도 이제 이 정도는 받아들일 정도로 내공이 조금은 쌓인것 같다. 내가 받아들일수 있을 정도까지 수위 조절을 잘 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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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과의 추억은 대학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시절 내가 대학생이던 때와 비슷한것 같았다. <채연과 버즈의 노래>가 돌림노래처럼 들렸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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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내랑 사귈래?"
"니랑 사귀다가 깨지면, 존나 쪽팔려서 확실히 대학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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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늙어 다시 만난 둘. "니는 니가 기다리는 것만 기다릴 줄 알잖아"라고 말하고, 그 말에 어딘가 꿰뚫린 기분을 느끼는 나. 이건 또 뭔가. 잠시도 쉴 틈을주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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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둘이 좋았던)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전개하는 방식은 이제 꽤나 익숙하다. 현재와 과거를 말하는 장소가 확연히 달라 혼란스럽지 않다.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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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 시절과 그때의 기분,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때의 그 기분. 마음먹은 말을 결국 하지 못한 것은 과거 그때, 그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까. 그정도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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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가 이성간의 이야기라 한시름 놓고 마음껏 빠져들었다. 좀 읽다보니 벌써 마지막 페이지가 보일 정도로 짧은 것은 정식 출간될 소설집을 위해서일까 아님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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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시절과 기분> 한편만 들어있음에도 충분히 기대할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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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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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맺는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한줄로 말하고 싶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돌아 메리앤과 코넬은 만나고야 말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무엇이 그리도 힘든가.

특별한 계기들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발생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결정적인 한방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작년 여름에 읽었던 <아들의 밤>과 올해 초 읽은 <스토너>가 생각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상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닮아있다. '결정적'이라고 할만한 사건은 없다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넬과 메리언으로 대표되는 청춘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 지위, 대중의 시선에 대한 불편 따위는 결국 별것 아닌 것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225쪽에 등장하는 메리엔의 생각은 쉽게 잊히지 않을것 같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모르겠어
*왜 사람들이 날 사랑하게 만들지 못할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나

메리앤이 고민하는 것에 대한 과정을 나는 이미 지나왔으나, 내 딸과 아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로 힘들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코넬과 메리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젊은 두 남녀 일상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이 책은 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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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흔글·조성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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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카카오프렌즈 에세이 <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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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예쁜 표지때문에 쉽게 펼쳐지지 않았던 첫 페이지. 그런데 하나 둘 읽다보니 내 마음을 글로 쓴건가 싶을 정도로 공감되지 않은 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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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SNS 독자의 마음을 위로한 작가 흔글'의 글이라고 하는데, SNS 더 열심히 해야겠다. 첨 듣는 이름이고 첨 보는 스타일의 글이었으나 갑자기 훅 치고들어온 표현들이 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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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남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어. 나로 살아본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나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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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한 문장은 이거다.
▪️우리에겐 스스로 토닥이는 시간이 필요해. 괜찮다고,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사람이 꼭 남일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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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 문장은 정말이지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해줄 필요는 없어. 기분에 따라 상대를 대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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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마다 글자가 빼곡하게 채워진 두꺼운 책을 읽어야만 깨달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림과 문장이 반반인 이런 책으로도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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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통해 나는 위로받고,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떠올리며, 관계를 생각한다. 위로, 사랑, 행복, 관계 모두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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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은 사람보다 나다운 사람이 되려고 해. 무엇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한 나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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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글 #카카오프렌즈에세이 #카카오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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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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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는 건 사실 굉장히 복잡한 것이고, 그래서 자신은 한 번도 제대로 우울해진 적이 없다]고 말하는 다람쥐의 삶은 정말 피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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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앉은 코끼리가 내려가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자 시범을 보이기 위해 떨어지고, 넘어지는 법을 모르는 왜가리를 위해 동물들을 소집하고, 코끼리의 방문으로 벽이 무너지고 찻잔을 깨뜨려도.... 다람쥐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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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나온다. '위로'라는 것은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다람쥐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습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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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다람쥐도 위로 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지.
▪️다람쥐는 모자를 벗어놓고 오들오들 떨면서 말했다. "우리 지금이 여름이라고 생각하자."
▪️그들은 이제 겨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바로 눈이 내렸다. 코끼리가 외쳤다. "왜 항상 원하는 것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거북이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이라고 상상해볼까?"
▪️"이제 우리 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행복하다고 생각해." 코끼리와 다람쥐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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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생각을 확장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주변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는 위로해주는 사람으로 보이는지, 아니면 위로가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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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수단과 방법은 필요없는 것 같다. 그저 다람쥐처럼 말 한마디 툭 던지거나,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주거나... 그래 이왕이면 가만히 들어주고, 작은 한 마디 말로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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