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상적인 부분인 손톱에 돋아나는 싹을 발견한
나인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었고,
그 능력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나인은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박원우의 죽음에 대해서 밝혀내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했다.
상상의 존재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아래 부분에는 줄거리와 느낀 점을 정리했다.
------------
1부 속삭이는 잎
나인은 손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승택은 나인이 지구의 존재가 아닌 누브라고 한다. 지모(유지 이모)의 새싹이 나인이다.
1부의 중심은 박원우 실종사건에 대한
전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초점은
나인의 존재와 유지 이모와 관계에 맞춰져 있다.
손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나인은,
해승택에게 식물이라는 말을 듣는다.
어릴 때 봤던 신비로운 푸른빛도 나인이 생성한 것이다.
유지 이모(지모)가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에
섭섭함을 느낀다.
나인과 지모는 외계 생명체로 나와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가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모는 자신이 나인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이모라는 호칭을 쓴다.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모는 나인을 위해 17년 동안 떠나지 않았다.
지모의 방식으로 나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안 뒤 나인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강현재, 신미래와 멀어진다.
이 둘의 이름이 현재와 미래라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아를 찾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현재를 의식하고, 미래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느꼈다.
2부 심장을 삼킨 나무
나인은 박원우 실종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나인이 식물을 성장시키는 모습을 친구 현재와 미래가 보게 된다.
나인은 누브 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한 존재이다.
박원우는 외계인을 봤다고 말해서
주변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런 그를 권도현은 답답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권도현은 친구 둘과 술을 마신 뒤 박원우를 불렀다.
그에게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며 밀쳤는데
박원우는 넘어져서 돌멩이에 부딪혔다.
놀란 권도현은 아버지한테 전화하고
아버지는 그 사건을 묻기로 한다.
박원우는 외계인을 봤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가난한 가정이라는 것이 따돌림의 원인이었다.
박원우의 실종사건 이후
경찰도 돈을 받고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박원우의 아버지만이 전단지를 돌리며 그를 찾는다.
현재와 미래가 나인이 식물을 성장시키는 모습을 본다.
그 둘은 나인을 위협하지 않고
외계인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지모가 나인에게 사실을 숨겼던 것은
나인이 누브 중에서도 강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해승택의 아버지는 지구로 이주할 때,
생존을 위해 많은 생명들을 이전의 별에 버렸다.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지모는 나인이
힘을 찾게 되면 누브들이 찾아올까 걱정한다.
3부 파도가 치는 숲
박원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
권도현은 박원우의 죽음 이후
환영을 보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죄를 밝히지 못한다.
나인은 박원우의 죽음에 대해 털어놓으라고 한다.
결국 권도현은 나인의 말을 듣는다.
권도현이 나인의 말을 듣고
박원우가 말한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알게 된다.
잘못을 저지른 후 그것을 덮으려고 하는 것보다
인정했다면 박원우는 살았을 것이다.
박원우의 시체를 묻기 전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꺼져 가던 박원우의 생명력은
자신 안에 있는 양심과 비슷하다.
묻으면 고통 속에서 영원히 살게 되지만,
그것을 들여다보고 지키려고 한다면
양심 또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또 책에 감동받았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인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일부러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 읽음. 슬픔.
줄거리 외 좋았던 것은
미래의 엄마인 경혜와 요한의 관계였다.
둘은 여자와 여자인데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포용하고 있어 좋았다.
나인은 친구 미래와 현재가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는 고백했고,
미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며 거절했다.
세 명이 있으면 두 명이 커플이 된다는 것에서 타파한 것이 좋았다.
사실 나인이 미래를 좋아한다는 암시도 마음에 든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은 사랑이 다뤄져서 기쁘다.
마지막 장면으로 보아 해승택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정황상 지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라현이라는 인물이 마지막에
나인을 데리러 왔다.
그렇다면 해승택의 아버지의 죽음은
지모가 일으킨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권도현이 봤던 외계인은 지모였다.
어머니가 아끼던 식물을 살려준 모습을 봤던 것이다.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박원우의 마지막 말은 세상을 떠난 엄마와,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준 지모를 뜻한다.
결국 박원우는 죽었지만 지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박원우는 의지할 곳이 없어서 그 전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인이 처음 목소리를 들은 금옥은
일제강점기의 인물이다.
가족들은 밤중에 도망치다가 일본군에 의해
금옥은 나무에 관통당하고,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금옥의 이름 뜻은 금이야 옥이야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인의 이름은 9개의 새싹 중
지모에게 온 아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주는 뜻이 무척 크고,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인 #천선란 #창비 #소설Y #소설Y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