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군가는 츠지 히토나리식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고 하지만...

읽고 나서야 알았다.

나의 스승님이 절대 읽지 말라고 혀를 내둘렀던 책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는 걸...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배가 벼르고 산 책.

나의 <악인>과 맞교환해서 빌려본 책이다.

츠지 히토나리..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느낌은 60년대에 지은 소설같은 통속의 향기가...

 

일본에선 2001년에 나왔다고 하니.. 그걸로 위로를 해야하는건가?

 

# 그 순간 만큼은, 이대로 한없이 타락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물중독자는 죄다 이렇게 생각하다 끝없는 늪에 빠져드

  는 것이 분명했다.

 

#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거야


 

# - 당신에게 사랑받았을 때, 난 의미를 갖게 돼

   유타카는 웃었다.

  - 당신에게 사랑받지 않게 되었을 때, 나의 의미는 끝나

   유타카에게서 웃음이 사라졌다.

 

# - 뭘 좋아하십니까?

   - 사요나라 입니다.

    (정말로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사람의 옆얼굴을 보며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질 것 같아요. 인간은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어

      가는 동물이잖아요. 그런만큼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는 거죠.)

 

# 당신 등에 난 점까지 알고 있는데, 당신이 어떤 아이였는지는

   알지 못해. 당신의 어디를 만지면 느끼는지 알고있는데, 당신이

   어떤 사람들을 사귀어 왔는지는 알지 못해. 당신 머리카락의

   강도는 알고 있는데, 당신 부모는 알지 못해. 당신의 코고는 소리

   며, 이가는 모습까지 알고 있는데, 당신이 결혼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알지 못해.

 

# 여자들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데이터를 중요시 하는 법이다.

 

# 무언가를 결심한듯이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 나서 가슴을 펴고

   앞장서 방을 나갔다. 그러한 깔끔함이 그녀를 평생 고독하게

   만들어온 요인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듯 당당한 퇴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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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판매완료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검은 집> 만큼 확실히 보여준 소설은 일찍이 없었다. 시종 분위기를 압도하는 섬뜩한 캐릭터 설정. 절묘한 구성력과 복선의 묘미... 심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는 가운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미저리> 보다 몇 배 더 강력한 공포. 일본 호러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

- '일본 호러소설 대상' 심사평 중에서

 

 

이 심사평에 전적으로 동감.

요즘이야 사이코패스가 흔한 단어가 되었지만..

이 소설이 나온 1997년엔 정말 생소한 주제였을거다.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상쇄시키는 몹쓸 휴대폰이

나오지 않은 시절의 소설이라 더 긴박하고 재밌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데..

괜찮다는 평은 하나도 못들었다.

정말 연기잘하는 배우들만 나온걸로 아는데...

재미있는 소설을 보았으니 DVD로 빌려볼까.. 싶은 마음도.

 

45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정말 손을 놓을 수 없을만큼 재밌다.

섬뜩하면서도 치밀한...

대상을 받은 만큼의 소설,

 

 

마음이 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공허하고 두려운 존재인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전문가적 입장에서-작가 기시유스케는 교토대학을 나와 실제로 생명보혐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소설가다- 꼼꼼하게 들어맞는

보험사기와 보험사고에 대한 견해.

그리고 곤충학까지 들먹이는 작가의 완벽주의적 성향.

 

정말 원고 속에 수고가 묻어있다.

 

이 작가의 <유리망치>란 소설도 보고싶어졌다.

 

 

# 샐러리맨이 조간신문을 보지 않는 것은 우울증으로 가는 첫걸음.

 

# 사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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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클럽
텐도 아라타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包帶クラブ (2006)

 

책 소개를 보고 무척 보고 싶었던 책!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지만...

전작 '영원의 아이'가 훌륭하단 입소문만 들었지만.

이 책도 참 좋다.

 

사람들은 상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게 트라우마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남의 상처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풍조에

일침을 놓는 소설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상처를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아이들.

아마도 세상은 이런 녀석들이 바꿔나갈거란 생각.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꼭 찾아서 보고싶다.

 

어깨에 힘 빼고..

그러나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 뭔가를 버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뚜렷한 동기라든가 이유 같은 것을 상실한 게 아닐까...

 젊은 사람이 자살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동기를 찾느라 야단법석이다.

 하지만 다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대단한 이유를 갖고 살아가는지가 의심스럽다.

 

 

# 마음 속 풍경과 바깥 경치는 연결되어 있다..... 직감으로 그렇게

   느꼈을  때처럼 나는, 붕대를 감으면 마음이 가벼워 지는 까닭은

   상처가 나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여기사 상처를 받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상처야'라고 인정

   해주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 이름이 생긴 거야, 시오.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이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

  면 언젠간 분명히 낫는 거잖아.

 

 

#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한데 묶어버리는 건, 상대방의 마음에 신경

   써주기가 귀찮거나 내키지 않는다는 정신적인 태만.

 

 

# 나라는 인간은 오만하다. 상처받는 건 나밖에 없고, 상처주고

  힘들어 하는 것도 나밖에 없다고, 어느새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 자기한테 실망하면서도 살아간다는 건 수치를 모르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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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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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읊지도, 시를 듣지도, 시를 음미하지도 않는 세상.

퍽퍽한 현실에서도 그래도 인정받고 꾸준히 시를 쓰는 시인.

문태준의 시집을 열흘에 걸쳐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싶은 부분도 있고 

지나치게 시골집으로 귀농한듯한 시들이 많아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그의 시는

함민복처럼 가슴 미어지거나

정호승처럼 달콤하거나

김용택처럼 털털하거나

하지 않아서 좋다.

 

 

#    봄볕

 

   오늘은 탈이 없다

   하늘에서 한 옴큼 훔쳐내 꽃병에 넣어두고 그 곁서

  잠든 바보에게도

 

   밥 생각 없이 종일 배부르다

 

   나를 처음으로 쓰다듬는다

 

   오늘은 사람도 하늘이 기르는 식물이다

 

 

# 나와 거북 2 中

 

   시간이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사람에게 마른 데를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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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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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대해서라면 손에 꼽을 만큼도 못본 내가

심지어 사서까지 본 만화.

이제서야 알게 된건데..

이 작가가 바로 안티크..<서양골동과자점>의 작가더군. ㅎㅎ

 

묘하게 성 구분의 혁신 같은 걸

주도하는 분이랄까?

심지어 이 드라마는 시대극이며 남녀 역전의 역사극이다.

 

나의 멘토님의 강추 작품으로...

원고는 안쓰고 이밤에도 이걸 보고야 말았다.

난 만화를 자주 읽지 않아 무척 시간이 오래걸리는데..

그림도 봐야하고 스토리도 견제하면서 대사도 보고.. 심지어 꽤 많이 등장하는 주석까지 봐야하니..

눈과 몸과 맘이 다 피로하다.

 

그래도 재밌다는건 확실!

왜냐면 이 밤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마구 찾아다니는 중이니까.

 

스토리 또한 꽤 치밀하고 촘촘하다.

겐지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 때문에 남성 인구가 1/4로 줄어버린

에도시대의 이야기. 

어쩔 수 없이 여인천하가 된 세상에서

남자는 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존재이자 여성들의 보호를 받는

존재가 되고,

쇼군마저 대대로 여성이 이어가는 시대가 되풀이 된다.

그런 쇼군에게는 3천명의 꽃미남 시종이 있다고 하니..

그곳이 오오쿠다.

사실은 3천은 소문이고 800명이 좀 못 된다고 나오지만..

사극의 전유물인 궁중 암투, 권력 싸움이 남성들의 미모 대결로

이어지는.. 에도 판 아마조네스라고나 할까?

 

이 만화의 광팬들이 엄청 많다고 하는데...

작가가 어찌나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로 책을 내시는지..

성질 급하고 명 짧은 놈들은 마지막을 못보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ㅋㅋㅋ

 

뭐 다 사버렸으니 4권이 나올때 쯤 기억이 안나면 다시보면 될 일.

만화도 재미있고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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