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전쟁 꿈터 어린이 48
이초아 지음, 최현묵 그림 / 꿈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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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도 요즈음의 다른 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택배가 많이 온다. 책이나 옷, 문구류를 비롯해 식품도 새벽에 바로 배송된다. 남편과 내가 둘 다 일하기 때문에 마트를 가기가 힘들고 저녁시간은 딸아이 할일을 챙기기도 바쁘다.
<택배전쟁>을 읽으며 우리 아파트에 배달오시는 택배기사님들을 떠올렸다. 우리 라인은 25층까지 있는데 한층에 세대가 2개밖에 없어서 엘리베이터가 한대이다. 다른곳은 3,4개의 세대가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2대인데 말이다. 예전 살던 곳은 10층, 1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한대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20세대가 더 살고 있는셈인데 엘리베이터는 한대이다. 그래서 기사님들은 택배를 나르실 때마다 늘 죄송하다고 하신다. 주민들이 택배시간과 맞물리면 엘리베이터를 많이 기다려야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택배를 시킨거라 미안하실건 아닌데 말이다.
책 속 주인공인 연호는 초등학교 4학년 친구이다. 자세한 내막이 나오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택배일을 시작하시고 엄마는 편의점 일을 하신다. 연호는 요새 애들이 많이 그렇듯 신기한 간식을 먹방하는 유튜브를 즐겨본다. 그런데 보수적인 엄마는 해외과자를 택배로까지 시켜서 사줄 수는 없다고 하시고, 아래층 사는 건우는 그런 과자를 가져와도 연호는 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몸이 좀 편찮으신 연호네 할아버지가 함께 지내게 되며 연호는 더 숨이 막힌다. 잔소리가 많은 할아버지가 계속 뭐라고 하시지 식사하면서 밥알을 다 튀지 건우네 엄마와 다투시지..
이 동화에는 뉴스에서 가끔 봤던 택배차량 혹은 택배기사님과 아파트 주민간의 갈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깊지 않게, 이런 갈등도 결국은 사람간의 일이기 때문에 연호네 가족들과 경비아저씨, 건우와 건우엄마는 서로 마음을 열고 화해한다.
이 책을 초등학교 3학년인 내 딸에게도 읽어보라 하고 이야기를 나눌거지만 연호 또래인 아이들과 고학년도 읽고 요새 많이 화두로 등장하는 갑질과 관련되어 얘기해봐도 좋을것같다. 아이들이 담백하게 읽고, 더 알고 싶은 사회적 이슈가 있다면 찾아볼 수도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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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파랑 사과밭 문학 톡 21
박규연 지음, 박시현 그림 / 그린애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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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부터가 청량한 <오늘의 기분은 파랑>은 유명한 이온음료의 광고가 떠오른다. 다만 그 광고는 보통 예쁜 여자연예인이 나오는데 이 책의 표지는 밝게 웃고 있는 네명의 남자아이라는 것.
주인공인 강희는 서울에서 바닷가가 가까운 소도시인 정담시로 2학기가 시작되는 날 전학을 왔다. 키 175센티미터에 또래보다 의젓한 강희는 엄마 아빠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힘들지만 형제끼리 힘이 되어 주며 잘 견뎌내는 쌍둥이 형제 태주, 재민이와 동물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우람이와 친구가 된다.
우람이는 키가 작고 둥근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했던 강희는 아빠가 다리를 다쳐 함께 병원에 갔다가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강희가 엄마를 잃고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아빠마저 잘못될까 걱정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자신을 동정하거나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거부감이 잘 나타나있다. 또 책 중반부까지는 그냥 환경을 많이 생각하는 또래보다 좀 어리게만 느꼈던 우람이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실 삶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와 슬픔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모가 이혼할까 걱정하는 재민이와 태주까지 웃으면서 장난치는 소년들같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푸시킨의 유명한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가 우람이 방에 액자로 되어 있는 대목에서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시이지만 이 이야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나 역시 어른으로서의 삶이 인생의 절반을 넘어서는 지금 10대 사춘기 때에는 미처 다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젠 절절하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기에.
강희와 우람이, 태주와 재민이가 웃으면서 브이 하고 13살을 맞이한것처럼 현실의 수많은 아이들도 상처와 눈물을 딛고 성장하며 멋진 청년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또한 강희 아버지, 우람이 어머니에 더 공감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어른인 그분들도 성장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순식간에 읽게 된 <오늘의 기분은 파랑>. 무더운 여름 이 책을 읽으니 나의 기분도 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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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비걸 - 2025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튼튼한 나무 53
김래연 지음, 두둥실 그림 / 씨드북(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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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비걸>은 초등학교 6학년 바다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표지부터 파아란 하늘과 초록색 가득한 나무와 풀, 그리고 주인공 바다와 함께 춤추는걸 좋아하는 서원이의 일러스트가 청춘 그 자체로 느껴진다.
배구선수였던 바다는 결국 키가 생각보다 자라지 않아 배구를 접는다. 우리는 때로는 내가 노력하고 열망하는 것이 재능이나 신체적 조건으로 접어야만 하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되는데 운동 쪽은 그런 아픔이 어린 나이에 찾아오니 안타깝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김연경 선수가 떠올랐다. 키가 안커서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고, 다행히 나중에 키가 커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지만 어쨌든 키가 작다면 힘들었을것이다.
바다는 자신이 뭘 잘 할 수 있을지 방황하고 힘들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흰긴수염고래 영상을 보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지만.
나는 현재도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고, 6학년만 10번 넘게 담임을 했었다. 그래서 바다가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막연하게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선망하거나 계속 꿈이 바뀌고, 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던데 말이다.
그러던 중 비걸 국가대표 나혜라의 팬이던 친구 초록이의 영향으로 비걸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바다는 진지하게 브레이킹 댄스에 임하는 서원이와 발레를 하는 진별이, 그리고 서원이의 오빠 디코를 만나며 자신도 어느새 춤에 푹 빠져들게 된다.
또한, 10대 아이들이라면 이성친구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지! 배구를 같이 하던 현재 배구부 주장 하늘이와의 풋풋한 첫사랑이야기와 줌바댄스 강사이자 바다가 하는 일이라면 팍팍 밀어주는 엄마까지 바다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사실 나는 그렇게 인기였다던 스우파도 안봤고, 이번에 파리올림픽에 비보잉 분야가 처음으로 종목에 선정된것도 뉴스로 들었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릴적부터 그냥 미적지근하게 살았다.
어느정도 성실히 공부하고, 책보고, 티비 좀 보고...엄마로서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다지만 바다엄마처럼 자녀를 완전하게 믿어주진 못하겠다.
나에게는 어느정도 판타지동화같은 느낌도 있지만,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또 나의 미래에 내가 얼마나 열정을 다할 수 있을지 고민인 사춘기 소녀들에게 권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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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의 동네 한 바퀴 비룡소 창작그림책 79
정재숙 지음, 이주민 그림 / 비룡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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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에 대한 정보 없이 바로 표지를 보고,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민이의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라고 하길래 하긴 사람은 저마다 비슷한 점도 다른점도 있으니까 하고 생각했다.

치킨과 콜라를 유독 좋아하고 아이스티를 좋아하는 주민이는 그런데 동네 사람들에게 "주민씨"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응? 왜 주민씨라고 불리울까, 하고 다시 표지 안쪽을 보니 주인공이자 이 그림을 그린 주민씨는 발달장애 1급의 청년이었고, 어머니가 작가가 되어 주민씨의 동네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었다.

주민씨의 동네 주민들은 마음씨가 따뜻하고 주민씨의 상황을 잘 아는듯 하다. 미용실 원장님도, 세탁소 사장님도, 복지관 카페 직원도, 치킨집 사장님, 마트 직원 모두 주민씨가 오면 그를 이해하고 때로는 도와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주민씨는 동네에 있는 가게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할머니 댁에 가서 야채스프 없이 라면도 먹고 복지관에서 요리실습도 하고, 같은 아파트 라인에 사는 할머니께 살 빼라는 애정 어린 잔소리도 듣는다.

그림책에서 빠질 수 없는 이 그림들은 다소 거칠고 투박하지만 개성이 강하고 등장인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어떤 독자는 보자마자 발달장애를 가진 분이 그리신 줄 알았다는데 난 그런것은 전혀 몰랐고, 굉장히 자신만의 그림세계가 뚜렷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내 주변에 있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도 주민씨 동네주민들처럼 다름을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며 지내야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굉장히 빨리 읽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만났다. 10살짜리 딸아이도 이 책을 읽고 자신도 이제 학급에 이와 비슷한 친구들이 오면 주민오빠를 떠올리며 잘 지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주민씨, 앞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기를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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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사전 - 사전 만드는 엄마와 다람이의 낱말 이야기 내가 만드는 사전
박선영.정예원 지음, 김푸른 그림 / 주니어마리(마리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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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떠오르는, 무척 귀엽고 창의적인 아홉살 소녀 다람이의 이야기가 세상 무뚝뚝한 표정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미소를 선물해준다.

지금은 6학년이 된 다람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행복하게 지내던 아홉살 소녀 다람이가 세상의 사물을 자신의 말과 느낌을 살려 이야기한 것을 연구원인 엄마가 다람이의 말이 담긴 사전으로 만들어 주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다람이가 아주 예쁘고 고운 생각을 말들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고, 또 그것을 그냥 허투로 넘기지 않고 잘 간직했다가 이렇게 좋은 책으로 내주신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에 부럽기도 했다.

내 딸은 이제 열살. 나도 다람이 엄마처럼 연구원은 아니지만 어쨌든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내 딸과 보내는 시간을 학원은 다녀왔니, 단원평가 점수는 또 왜 이러니, 누구 닮아서 이럴까 등등의 상처주는 말로 채우지 않고 내 딸이 세상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좀 더 따뜻하게 귀기울이고 들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2학년 아이들은 정말 바라보면 웃음이 나온다.

이 쪼꼬만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 혹은 엄마 아빠 하면서 얼마나 말은 또 많은지, 그리고 호기심이 넘쳐나서 질문거리도 많고 설명할 것도 많은지 몸과 마음이 바빠지면서도 이 꼬맹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고 귀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딸하고도 사전을 만들고 싶어졌다. 우리 딸은 과연 세상의 이 많은 단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주말에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도 고생한 엄마 아빠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저절로 귀여운 다람이의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각에 치유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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