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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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제발 조용히 좀 해요>(손성경 역, 문학동네, 2004.3)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에 알게 되었다.
1.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를 언어로 토로하지 말 것.
2. 철저히 객관적일 것.
3. 인물과 사물에 대한 묘사를 진실하게 할 것.
4. 철저히 간결할 것.
5. 따뜻한 마음을 지닐 것.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내가 이해하기에는 좀 힘들었다.
짧은 단편이라는 응축에 어느 때는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다.
내가 책을 읽으며 뭔가 발견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숨어 버린다. <뉴욕 삼부작>도 그렇고 카버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중 몇몇 단편은 긴장을 요구했다. 팽팽한 긴장감에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이웃 사람들>이란 단편은 여행을 떠나고 맡긴 옆집 가족이 텅 빈 이웃집을 훔쳐보는 것이다. 무한한 호기심. 인간은 어느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게 아닌가. 그 호기심이 더이상 생겨나지 않는 공간에서 관계는 단절된다. 빌과 알린은 옆집 부부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마음껏 탐닉한다. 그것은 알린이 열쇠를 안에다 둔 채 문을 잠그고 나와 버리기 전까지 계속된다. 호기심의 결과... 그것은 큰 낭패를 불러온다. 어쩌면 이 우연적인 사건은 하나의 계시인지도 모른다. 그들을 파멸로 이끌어 갈...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키티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당신, 의사세요?>는 우연한 사건(느닷없이 걸려온 전화로 그 부름에 응답하여 그녀를 만나고 온 것)으로 인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남자(아놀드 브레이트)가 나온다. 아내로부터 당신의 목소리 같지가 않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이미 그는 아놀드가 아니었다. 최소한 아내가 아는 아놀드는 그 순간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순간의 상실... 좀더 크게 보아 순간이 많은 윤회 속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끔찍하다. 매 순간 나는 나에게서 나를 잃어버리고 타인에 불과한 낯선 나와 대면하게 된다..

<학생의 아내>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험이 자세하게 사실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카버의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카버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어떤 큰 연쇄적인 사건들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부분들이라면... 전체를 알 수 없기에 부분은 이해되지 않지만 그것들은 각기 나름의 사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 된다. 불면증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불면증이 단순히 말장난하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불면증에 시달리며 변화되는 심리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 머리끝이 쭈뼛거리며 곤두섰다.

<왜 그러는 거니, 얘야?>는 주지사가 된 아들의 어머니가 누구에게론가 보내는 서간 형식의 글이다. 이 글에서 내가 읽은 것이 무엇인가? 두 개의 성격을 가진 사람.. 무한한 능력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신망과 명망을 얻고 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뭔가 작업하는 사람. 그 작업은 폭력성이다. 아주 착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행세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폭력성은 잔인함과 피로 얼룩진 잔혹함이다. 그렇다. 바로 야누스... 현대의 누구나에게 이러한 잔인함은 존재한다. 다만 억압되고 가리고 있을 뿐이지... 작은 개미 여러 마리가 함께 큰 지렁이를 옮기는 것을 보고 발로 밟아 짓이기며 짓는 순진한 어린아이의 미소처럼..
몇몇 단편들의 이름을 바꾸어 보았다. 허접하게~

1. 뚱보 --> 비만과 결핍의 상관 관계
2. 이웃 사람들 --> 훔쳐보기, 또는 고양이 죽이기
3. 좋은 생각 --> 훔쳐보는 사내
4.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 --> 전리품
5. 당신, 의사세요? --> 나는 아놀드인가?
6. 아버지 --> 누굴 닮았지?
7. 학생의 아내 --> 불면증에 대한 심각한 고찰
8. 제리와 몰리와 샘 --> 내 인생 돌리도! (^^;;)
9. 왜 그러는 거니, 얘야? --> 감춰진 야누스의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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