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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한단고기
이일봉 지음 / 정신세계사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이일봉의 <실증 한단고기>(정신세계사, 1998)
이 책은 실증적 태도를 가장하고 있지만 아전인수격 사료 해석이 너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역사상의 모든 인물이 동이족 출신으로 규정한 점, 그리고 이게 진짜 심한 부분인데 지명 논란에 대한
논의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일축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모든 것을 짜 맞추려는 것이 그것이다. 무슨
역사적 사료로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고, 고고학적 방증을 갖춘 것도 아닌,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추
측이 난무하는 방식의 기술은 오히려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이우혁의 <퇴마록>에서 보이던 사료들이 여기
서 하는 논의와 굉장히 유사하게 닮아 보인다. 단군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륙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마치 소설책 같다. 물론 역사를 단순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신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늘 새롭게 재구성되는 역사라 할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고고학적 유물과 사료를 통해 방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역사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한단고기>의 훼손되지 않은 본 모
습을 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들은 (책 표지 겉
장에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단군조선은 78개의 속국을 거느린 대제국이었다.
2. 삼한의 본류는 대륙에 있었으며, 한반도는 삼한의 일부에 불과했다.
3. 기자는 결코 조선에 오지 않았다.
4. 한사군은 한무제 때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5. 고구려의 평양성은 두 곳이었으며, 모두 대륙에 있었다.
6. 패수는 대륙에 있었으며, 고대의 압록강은 현재의 요하였다.
7. 옥저, 고구려의 사비성, 발해의 남경은 모두 요녕성에 있었다.
8. 고구려, 백제, 신라의 중심지는 대륙이었다.
9. 백제와 고구려는 하북성에서 양자강에 이르는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10. 대륙의 남단인 절강성 일대는 신라의 영토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또한 김부식과 같은 사대주의자는 아닌지 자괴감이 들었다. 중국이 아닌 서구적인 사고
방식으로 무장한 또 다른 사대주의자.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믿지 못하겠
다는 어설픈 실증주의자... 그런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