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 - 국내 최초 로드플래너가 추천하는 도심 속 걷기여행52
손성일 외 지음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좁은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올레’. 올레만큼 사랑을 받은 제주 방언 또 있을까 싶다. 두루 신작로를 놓고 고속도로를 놓고 하면서 빨라지고 편해졌다고들 박수를 쳤다. 하지만 자가용이 차지한 길 위에서는 자칫 발만 살짝 잘못 놀려도 ‘10분 일찍 가려다가 10년 먼저 간다’는 표어대로 되고 만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어린이들이 개와 고양이 같은 살아 있는 것들을 보고 가지게 되는 호감, 관심, 자연스러운 호기심이나 산과 공원 같은 자연 환경 속에서 느끼는 안도감과 편안함 등을 ‘바이오필리아’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이오필리아’는 대도시에 몰려 사는 삶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왜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하지만 백수나 백만장자가 아닌 바에야 남들 일할 때 쉴 수도 업는 법이니 뚝 떼서 옮긴 듯 휴가철마다 겪는 대단위 인파 이동은 그나마도 대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구석구석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 올레길 유행은 당연해 보인다. 한편으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벼랑 끝에 걸린 도시인들 삶을 보는 듯해 아슬아슬하고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가도, 금세 여기저기 유행처럼 번져서 상품화되는 과정을 보면 마지막 남은 여유마저 이대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나마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어야 하는 작은 생태계 입장에서는 마지막 보루마저 내어주는 격이지만 시시때때로 입산을 제한하는 식으로 관리 잘하고 도보여행자들이 절제만 한다면야 남녀노소 차별 없이 즐기는 산보여행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는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도나 칠레 산티아고로 떠나지 않아도, 수도권 주변에서 산보할 만한 곳을 사시사철로 나눠 소개한다. 올레길 유행 전에도 인근 동네 사람들이 늘 걷던 길이라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봄, 가을마다 특징이 있는 지역을 골라 실었으니 이왕이면 우선은 책에서 소개하는 순서대로 다녀보는 일정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위한 10가지 약속’을 가장 앞머리에 실어서 자칫 관광으로 치닫는 심성을 한 번 더 다스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바가지에 잎 하나 띄우는 심정이다. 도보여행전문가 손성일 씨가 대표 저자로 이름을 걸었지만 그가 카페지기로 있는 ‘아름다운 도보여행(http://cafe.daum.net/beautifulwalking)’ 회원 여섯이 고르게 힘을 보탰다. 

책 구성이 무난하고 심심한 편이지만 사진, 간략한 지도, 교통편 등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들고 가면 얼추 길 관련해서는 더 보태지 않아도 좋다. 약수터, 화장실, 바위길 등 미리 알고 챙겨야 할 부분도 잘 소개했다. 무엇보다 실용서인 만큼 직접 가보지 않으면 책을 평가하기 힘들다. 마침 종종 다녔던 코스가 있어서 반가웁기도 하고 소개가 알맞다 싶다. 봄여름가을겨울 곁에 두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면 요긴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