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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매원 서명선의 귀농 경영 -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게 30억 매출의 농부가 되었나 ㅣ CEO 농부 시리즈
서명선 지음 / 지식공간 / 2010년 11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귀농’이라는 말을 워낙 자주 듣다 보니 슬슬 인이 박힌다. 귀농이 낭만도 아니나 그렇다고 목숨 걸고 덤벼들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두루 망설이는 이들이 주변에 숱하다. <귀농경영>은 일은 좀 적게 하고 여유는 누리고 싶은 놀부 심사를 가진 중늙은이들에게 봄 가뭄을 해갈하는 양 잡는 순간 술술 읽힌다. 서명선 사장의 귀농 성공담에 우선 관심이 쏠린 탓이지만 신문사 부장 출신답게 글 솜씨가 늘어지지 않고 간략하게 핵심을 집어 얘기하니 군더더기가 없어 좋다.
사실 구제역 대응 미흡이나 4대강 사업 관련 팔당 사례 등 농정 관련 한심한 정부 정책을 보면, 내 가족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면 모를까, 서 사장처럼 1차, 2차, 3차 산업을 곱해 6차 산업을 꿈꾸는 기업으로 키워나가기란 참 아득하기만 한 일이라 여겼다. 서 사장은 두루 핑계를 대는 대신 실력으로 난관을 이겨내는 뚝심을 소개한다. 제목도 그렇지만 ‘경영’을 한다는 자세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단박에 뚝딱 읽고 나니, 그 실패와 과정과 성공 과정이 꼭 나를 위해 맞춤으로 준비한 무술 비급이라도 되는 양 의욕이 확 솟는다. 당장 이 땅속을 달리는 답답한 두더지 생활을 걷어치울 길이 트인 듯, 당장 천장을 뚫고 땅 위로 솟구치기라도 한 듯 눈앞이 다 밝아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아직도 가야할 정거장은 한참이고, 옆에는 얼굴이 술기운으로 불그르죽죽한 아저씨가 기대듯이 서 있고, 자리는 7명 꽉 차서 만석이다. 풍선껌도 아닌데 너무 금방 쉬이 사그라진다.
한편으로 그가 귀농하고 10년 동안 쓴 사업계획서가 1톤 분량은 된다는 말은 농사만 지어서는 성공하지 못 한다는 반증이다. 서 사장 스스로 흙이 좋아서 잘 나가는 일식집을 때려치우고 이혼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찾아들었다고 하나, 이 책을 요약하면 결국 순박하게 농사만 지어서는 거지꼴 면키 어려운 게 현실이란 얘기다. 왜 제 먹을 것을 스스로 기르고 가꾸고 키우는 일이 컴퓨터 자판에 낀 때만도 아닌 세상이 된 걸까. 나서지 못하고 이바구만 늘어놓는 입성이 참 초라하다 싶지만 세상에 밥맛이 뚝 떨어지는 걸 어쩌느냔 말이다.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4대강 공사 후의 사업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낙동강 고수부지의 수변공원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 예컨대 오토캠핑장, 자전거 유스호스텔, 낙동강 요트 마리너, 식물공장을 추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187쪽
불쑥 날아든 토지 수용 결정 종이 한 장으로 10년 정성을 들인 농장이 날아갈 판에 그가 좌절하지 않고 펼칠 반전 드라마가 기대되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그가 꾸는 꿈이란 게 하나같이 개발 사업이라 멈칫하게 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나 책에서 예로 든 사업들은 토종매화가 자랐던 칠곡이 아니더라도 4대강을 타고 빽빽하게 달라붙어 꼬물꼬물 지독하게 경쟁을 벌일 판이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과연 늘어선 위락시설을 즐길 이들이 그리 많을까. 4대강 사업이 환경은커녕 토건업자들 배만 불리는 자연 죽이기 사업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경영으로 보면 이 또한 하나의 기회일 수 있지만 개발에 자꾸 내주다보면 경영마인드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가 토종매실을 구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보지 않고 지키려는 마음가짐이 쌓이고 쌓여 500년 묵은 매화나무를 지켜왔기 때문이 아닌가. 그의 말처럼 타국 너른 땅을 눈여겨보는 게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서 사장에게 따져 물을 일도 섭섭해 할 일도 아니지만 서 사장이 참고로 책 말미에 실은 사업계획서(안) ‘칠곡 아침해원골 리버나이트 투어’를 보면 그이 생각이 좀 아쉽긴 하다. 세부 프로그램으로 든 옛동요 부르기와 강변 불꽃쇼는 참 어색한 조합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자연과 어울리는 서정을 담은 김소월 시가 콘크리트강과 맞지도 않지만 한밤중에 쏘아 올리는 불꽃을 더하면 참 인간의 이기심이 한도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기획서 내용도 딱히 이렇다 할 게 눈에 보이지 않는데(누구나 보는 책에 기업 전략을 담은 기획서를 실을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경북 관광 아이디어 공모전 은상을 받은 보고서라니 개발 열풍을 비껴가기란 참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 전체를 깎아내릴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을 먹건 귀농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책을 읽고 송광매원 홈페이지(www.skmaesil.co.kr)에 가봤는데, 온라인 중요성을 강조한 데에 비하면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