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만들기 - 평생살찌지 않는 몸으로 건강하게 사는
이시이 나오카타 지음, 윤혜림 옮김 / 전나무숲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사는데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옷을 입는다는 점이다. 잠을 자거나 먹지 않고 살 수 없어도 옷을 안 입고는 살 수 있는 게 동물이라면, 의복은 몸을 보호하는 1차 기능을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차적인 기능을 넘어서 옷은 이제 지위, 계급, 성별, 나이, 상황을 구분 짓는 사회적 잣대지만, 결국 몸을 감싸는 역할에서 더도 덜도 아니다. 옷이 몸이 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유니폼이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옷은 자칫 몸에 대한 본래적 이해를 가로막기도 한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만약 인간이 옷이 입지 않았더라면 비만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을까. 앙상하게 드러난 아프리카 아이들의 갈비뼈가 기아 문제를 환기시키는 이미지로 쓰인다고 볼 때, 역으로 뉴욕 시민들의 축 늘어진 뱃살을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다면 비만 문제가 지금보다는 덜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자, 당신이 지금 막 외출을 하는데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팬티 한 장 걸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온다면 눈앞에 놓인 조막만한 500Kcal 치즈케이크를 맘 놓고 먹을 수 있겠나?   

옷 뒤에 숨은 뱃살은 보지 못하는 대신 광고에서 보는 복근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모델이 선전하는 브랜드 옷을 입고 착각에 빠져 사는 건 아닌가. 뭐, 남 얘기가 아니다. 쌀쌀한 겨울이 오고 두꺼운 겉옷을 챙겨 입으면서, 바지허리가 조이는 걸 문득 알아채고 말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활동량이 줄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겉옷이 내 뱃살을 가려줄 거라는 무의식이 부른 방심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문, 인터넷, 라디오, TV 어디를 보나 널린 게 다이어트 관련 광고니 걱정 없다. 그리고 광고들은 슬슬 말하기 시작한다. “겨울부터 살을 빼야 여름에 자신 있게 비키니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마다 늘 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 귀가 솔깃해지고 만다. 젠장, 당체 살은 찌긴 쉬운데, 왜 빼긴 어려운 거야? 것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그러니. 이게 바로 나잇살이라는 건가?

인체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하는 위기와 장래에 대비하여 남은 에너지를 몸 안에 ‘지방’으로 쌓아 둔다. 굳이 지방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방은 다른 영양소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체내에 쌓아 두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지방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20P

<평생 살찌지 않는 몸으로 건강하게 사는 근육 만들기 (이하 근육 만들기)>의 설명은 살 때문에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제 상식으로 아는 얘기지만, 인간의 몸이란 의지나 이성과 다르게,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줄고 지방 축적이 점점 높아지는 것 역시 활동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앞서 의식주에서 옷이 인간이 인간인 이유라는 말은, 동시에 인간이 생물종으로 인간이라는 조건에 반하는 조건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옷을 입지 말라거나 투명한 옷을 입으라고 법을 제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당장 나부터가 길길이 반대를 할 것이다), 해결책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살을 빼! 

<근육 만들기>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에 한 마디 더하는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이어트 열풍 뒤에 숨은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살을 빼기 위해서는 식사 조절, 유산소 운동에 앞서 근육을 먼저 키워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몸으로 만드는 게 지방 소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인체 원리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이어트에 앞서 ‘건강’이라는 목표가 확고하다면 먼저 근육 트레이닝을 통한 무산소운동으로 기초대사율이 높은 몸을 만든 후에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현재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53P

한데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근육생리학자인 이시이 나오카타 교수의 주장이 단순히 건강지침서에 그치지 않고, 운동생리학적 관점을 통해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같이 짚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식사 제한에만 의존하는 다이어트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원하든 대로 지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근육도 줄어든다. (…) 근육이 줄어드는 다이어트는 대사 기능을 떨어뜨려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을 애써 만드는 꼴이 된다. 40P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란 다시 말해 다이어트 최대의 적, 요요현상을 말한다. 요요현상이 비단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체 시스템이 그런 것인데, 괜히 의지만 탓하지는 않았나? 이시이 교수가 이 책을 쓴 이유 중에는 수많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어 몸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있다. 당연히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려면 단기간 내에 빠른 효과를 봐야하고, 그러니 자꾸만 단식을 권하게 한다. 유산소 운동이 살 빼는 데 좋다는 건 다 알지만, 이시이 교수는 ‘효율’로 따지자면 먼저 근육량을 늘리는 무산소 운동을 어느 정도 한 뒤에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유산소 운동만 하거나, 순서를 뒤바꿀 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3개월 동안은 꾸준한 무산소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야 하고, 무산소 운동은 지방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고객’이라도 좋아할 리가 없다. 더욱이 몸매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근육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생리학적으로 살을 빼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에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도, 여전히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 대부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 주에 2번, 하루 15~30 가량의 슬로우 트레이닝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편으로 너무 쉬운 게 아닌가 싶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몇 가지 원칙은 철저하게 과학적인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비로소 현혹되지 않는 건강한 몸 가꾸기 프로그램을 찾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이즈가 점점 늘어나는 내 몸으로 보건대, 누구보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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