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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나는 뜸치료
주영호 지음 / 문이당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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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겠으나,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인체를 미의 기준으로 삼은 8등신이 황금비율이라는 당최 와 닿지 않는 비율이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서양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은 동양에서도 그 영향은 대단한데, 202cm의 밀로의 비너스가 완벽한 8등신으로, 경국지색을 대표한다. 8등신의 원리에는 수학적 비율에 대한 당시 철학자들의 이상이 담겨 있어서 서양에서도 흔치는 않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보면 또 전혀 다른 비율을 보이지만, 시대별 인체의 완벽한 조화를 찾는 경우는 생존 본능에 따라서도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다. 그래서 몸의 보이는 분 어디 한 군데가 부족할 경우, 사람들은 부조화를 견디지 못한다.
신체장애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비록 운동역학적(?)으로 사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음에도 말이다. 이른바, 탈모 증세가 가장 심각한 고민에 해당하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봐도 정수리가 아니라, 머리카락을 포함한 비례를 따지고 있다. 이런!
<머리 나는 뜸 치료>는 이런 일까지 열을 받은 상황이 땅, 그러니까 두피를 황폐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열이 자꾸만 위로 뻗치니 털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오행법(五行法)의 원리를 통해 몸의 장기를 다스리면 털은 자연스럽게 자란다고 말한다.
이는 탈모 예방이 아니라 탈모 치료를 말하는 바라, 사실이라면 꽤나 획기적인 일이다. 과연, 사실일까? 무엇보다 서양 의학에서 말하길, 모근은 한 번 죽으면 살아나지 않는다고 하여, 자연스럽게 이식 수술을 권장한다.
모낭 세포는 절대 죽지 않는다. 다만 잠들어 있을 뿐이다. 만일 서양 의학에서 주장하는 대로 모낭 세포가 죽어 없어진다면 그 부분의 피부가 다 벗겨져야 마땅하고 대머리인 사람들은 살갗이 업어져 두개골이 훤히 드러나야 정상이다. 83쪽
침술 및 뜸치료 전문가인 저자 주영호 씨의 주장이다. 이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데, 그는 그간 나이든 분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임상 결과를 내세운다. 그렇다고 검은콩 등을 권하는 한의학의 주장을 답습하는가 하면,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법과는 크게 어긋한 변종 치료법’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뜸치료의 장점이라면 한의학의 근본 원리가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나는 자리가 서양 의학처럼 미시적인 접근이 아니라 거시적인 접근으로 몸 건강 전체를 더불어 돌볼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리카락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기인 폐와 대장에 해당하는 금(金)을 돌보기 위해서는 상생인 토(土)에 해당하는 비장과 위장을 달래야 하고 이는 오행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며 몸 전체 순환을 유기적으로 돕는다.
그래서 발모에 좋은 뜸자리는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자리와도 일치한다. 그리고 오장육부에 따른 치료인 만큼, 동맥경화, 마른 비만, 콩팥 기능 이상 등 각 증상에 따른 혈자리를 보충으로 더한다.
다만,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8개월 동안, 한 번 뜰 때 같은 자리를 세 번, 열흘간 쉬지 않고 뜨고 사흘을 쉬는 3-10-3 법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아무려나 머리숱이 적어서 고민이라면 족삼리, 상거허, 하거허, 충양이라는 혈자리만이라도 기억을 해서 뜸을 들여 보자. 밥도 그렇고, 뜸을 들여서 손해 볼 게 없는 건 적어도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