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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아서 클라크 원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인류 최초로 도구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에게 강한 힘을 선사한 동물의 허벅지 뼈는 우주로 날아올라 우주선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인류의 진보를 함축적, 상징적으로 표현한 멋진 장면이다.
뼈와 우주선 그 사이, 인간은 그 복잡하고 지난하고 또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야 겨우 우주로의 여행을 가능했으나, 그 이전에 인간의 상상력은 우주를 날아다녔다. 널리 알려진 봉황이나 인도의 가릉빈가 동아시아의 삼족오는 그 화려한 날개를 가지고 천상과 지상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존재였다.
새를 타고 다니거나 새의 날개를 갖거나 직접 새가 된다면 우주선을 타고 다니는 번거로움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그들이 땅에 속박을 당한 인간과 달리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신을 만나고, 또 신의 부름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페가수스는 인류 최초의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비행선 초기 모델인 셈이다. 인간이 타고 달릴 수 있는 말에 날개를 붙인 형상은 자동차에 날개를 단 비행기와 형태와 구조와 기능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렇게 본다면 유니콘은 전차의 최초 모델이다.) 아무려나 페가수스 역시 포세이돈과 메두사 사이에 태어난 신적인 존재였다. 페가수스는 북유럽 신화로 옮겨 가서 유명한 여전사들인 발키리가 타고 다니는 전투마 역할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전투기다!
그렇다고 날개를 가진 상상의 동물들이 무조건 추앙을 받는 신적인 대상은 아니었다. 가고일이나 저지데빌 등은 상반되는 존재들인데, 야행성에 익숙지 않은 생김새, 흡혈 방식 때문에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게 미움과 오해를 받는 박쥐의 형태나 날개를 가진 그들은 악마의 심부꾼들로 분류되었다. 날개의 변주로 남미 칠례 민담에 등장하는 흡혈귀, 촌촌은 인간의 머리만 있는 형태인데, 펄럭이는 커다란 귀를 날개 삼아 하늘을 날아다닌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식의 풍자처럼 읽혀서 꽤 재치 넘치는 괴물(?)이지 싶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 기획인 <세계의 몬스터>는 신화, 전설, 민담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괴물들을 골고루 취합한 책이다. 날개를 가졌다고 무조건 선도 악도 아니고 귀가 때로는 날개가 되는 등 예에서 보듯 지역이나 종교인 이유로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상상력의 산물들을 두루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페이지 배분을 한 페이지 내외로 균등하게 배분한 덕에 그리스 로마 신화로 대표되는 유럽세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같은 이유로 간략한 정보만 제공하는 탓에 몬스터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몬스터들이 130여 종에 그치는 점도 못내 아쉽다. 용, 스핑크스, 메두사 등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몬스터들은 모였지만, 몬스터가 인간의 상상력의 산실일 뿐 아니라 문둥이, 난장이, 마녀의 일화에서 보듯이 소수자들에 대한 철저한 타자화의 역사를 반증이라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러스트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한편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만화 캐릭터화한 일러스트는 화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와, 자체의 수준과 성격에 상관없이, 또 다른 편견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설화부터 신화를 거쳐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는 미지의 몬스터에 대한 사전 격이다 보니, 기존 종교, 클래식, 과학자, 신화 등의 기존 상식 시리즈와는 달리 명확한 기준이나 사전 텍스트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또 아는가? 언젠가 이들이 실제로 세상에 등장할지 말이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인간이 세운 생물 체계를 모방한 10가지 분류 기준도 그렇고, 몬스터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정리는 분명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