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권 작가들의 그림책을 아이들 그리고 성인들과 함께 읽고 있다. 아이들과의 수업은 그림책을 읽은 후, 책 내용과 연계한 음악 ,미술, 몸으로 표현하는 창의적인 과정을 이끄는 데에 비중을 둔다. 반면, 성인들과의 수업은 그림책 작가의 생애와 그림 작업 과정, 독후활동 등 작가만의 기법과 주제, 감상 위주로 그림책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수업을 준비하는데 내게 가장 유용한 참고 자료는 유튜브다. 어느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보다 유튜브는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자료를 쌓아갔다. 작가의 인터뷰, 작업과정, 대중과의 강연 시 이뤄지는 예술 활동 영상은 내게 수업에서 활용할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여전히 주된 참고는 원서와 그림 그리고 작가들에 관한 도서들이다.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는 시대에 리터러시 개념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는 교육학자 김성우와 문화연구자 엄기호는 유튜브 시대에 기존의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 읽고 쓰기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에 관해 대담을 나눈 책이다.

    

 

리터러시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마다 다르지만 유네스코는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체계적으로 사고한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머릿속에서 잘 버무려 필요한 상황에 적절히 꺼내어 활용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기존의 의견에서 내 의견을 보태기 위해서는 이미 제시된 의견을 여러 도서를 통해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책 읽기를 통해서만이 세계를 로딩, 편집하고 지식을 만들고 우리가 경험한 것을 성찰하고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텍스트를 통해 얻는 사유는 절대로 영상이 대체할 수 없다.”

    

 

과거에는 정보나 지식을 책에서 얻었다면 지금은 문자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을 보며 배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는 변해 가는데 학교 교육은 여전히 인식하는 능력만을 키우고 있다.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고 내용의 감상과 의견을 쓰는 일을 여전히 요원하다. 게다가 아이들은 학교 바깥에서 영상을 통해 정보나 이야기를 얻고 있다. 저자는 읽기, 쓰기를 권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집에서의 독서환경, 책을 추천해 줄 사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도서관 등등.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리터러시의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자는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거저 가르치고 거저 배우는 것”, 배움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유튜브를 덜 시청하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닌 독서를 하며 “기쁨”을 찾는 것이다. 홍천여고의 독서토론 동아리 친구들처럼 자율적으로 책을 읽고 질문거리도 스스로 만들면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리터러시란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타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말을 이해하도록 다가가는 것에 있다. 유튜브 시대에 리터러시란 텍스트 이해와 영상, 이미지 그리고 말로 존재하는 구술까지 광범위한 것을 아우르는 능력을 요구한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제목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두 저자의 깊이 있는 대화에 자세를 고쳐 앉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읽기, 쓰기의 시대별 변화와 동영상 시대에 읽고 쓰기의 유효함 그리고 정규 수업에서의 읽고 쓰기 교육의 부재 등. 독서문화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급변하는 시대에 읽고 쓰는 사람이 어떻게 다리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질문한다. 결국 리터러시란 “홀로 표현하고 선포하는 것을 넘어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 응답과 응답이 끊이지 않는 길이 바로 독서공동체의 배움을 응원해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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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의 지나침을 결코 말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고뇌의 황폐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나는, 그러므로 그 고뇌가 지나가면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기에 안심할 수가 있다.

언어의 힘, 나는 내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특히 말하지 않는 것조차도. 내 언어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나, 내 몸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내가 내 언어로 감추는 것을 몸은 말해 버린다. 메시지는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그럴 수 없다. 내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든간에, 그 사람은 내 목소리에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나는 거짓말쟁이이지, 배우는 아니다.내 몸은 고집 센 아이이며, 내 언어는 예의바른 어른이다. - P74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젖먹이 아이에게서의 어머니 젖가슴처럼, "나는 내 사랑하는 능력과 그를 필요로 하는 것에 따라 그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또 만들어 낸다." 그 사람은 내가 기다리는 거기에서, 내가 이미 그를 만들어 낸 바로 거기에서 온다. 그리하여 만약 그가 오지 않으면, 나는 그를 환각한다. 기다림은 정신착란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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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은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므로, 그 안에 이미 상대방의 명예에 대한 평가절하가 들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선을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을 수 없다...걸인에게 말을 거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그에게 돈을 줄 수 없게 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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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 내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연히 내 그림자가 그 위로 드리워진 그 순간은 내 기억속에 깊이 새겨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훗날 나는 모든 살아 있는 생물 중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는 인간만이 침팬지 위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를 깨달았다. 즉 총을 소유하고 주거지와 경작지를 확장함으로써, 오직 인간만이 야생 침팬지의 자유로운 모습 위로 운명의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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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두 달 전,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왜 한 마디 대꾸조차 할 수 없었는지, 심한 모욕을 견디면서까지 일을 해야만 했던 그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6년 전에도 입주민의 인격모독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경비원이 분신 사망했다. 그때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경비원은 차별에 시달리고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38년간 공기업을 다녔던 저자는 60세에 퇴직한다. 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자녀 학비와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하기에 그는 단순 노무직을 찾아 나선다. 그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 “임계장”으로 새출발 한다. 이 책은 그가 버스회사 배차원, 아파트 경비원, 고층빌딩 주차관리원, 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며 4년 동안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노동일지다.


 

버스 배차원으로 취직한 임계장은 하루에 400건이 넘는 화물을 싣고 승객관리, 배차스케줄 관리까지 맡았다. 그는 한 달에 두세 번만 쉬면서 하루 10시간씩 근무를 했다. 최저임금이 올라 노련한 배차원이 해고되고 세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했다. 물건을 싣다가 넘어져 머리에 피가 나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대신 일해줄 동료가 없었기에. 한 달 정도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회사에서는 질병휴가를 내주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라는 건 “교통사고 하나”이기 때문였다. 회사는 그에게 구두로 해고를 통지한다.

 


허리 통증이 참을 만해지자 임계장은 아파트 경비일을 시작한다. 예전엔 초소마다 한명씩 경비가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후 경비 인원을 줄여 7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한다. 경비 일과 함께 그가 해야 할 청소 및 잡역이 100가지나 있다. 경비원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입주민들과 각종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다반사다. 길고양이에 놀라 실신한 학생 부모는 그 책임을 경비원에게 물었다. 그는 학생 귀가 시간에 맞춰 두 시간씩 계단에서 경비를 서야 했다.

 


자녀 학비만 연간 1,000만 원이 들어 가기에 임계장은 고층 빌딩 주차원으로도 일을 시작한다. 격일 근무를 하는 아파트 일 쉬는 날에 또 일을 하는 것이다. 임계장이 일했던 버스터미널, 경비실, 고층빌딩 주차관리소는 밥을 먹을 수도 잠시 앉아 쉴 수도 여름철 몸조차 제대로 씻을 곳이 없었다. 밥을 먹으려면 석면 가루가 날리는 지하로 가야했고 밤에는 오토바이와 취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경비원들은 더 좋은 근무 환경은 둘째치고라도 몸을 씻을 수 있는 곳,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원했다. 그들은 고용불안에도 떨었다. 감사와 이사, 동대표는 툭하면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널려 있다.”는 말을 했다. 병이 나도 질병 휴가는 없었다. “병이 났다고요? 그럼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세요.”라는 식이다. 아프면 잘린다.

 



임계장은 4년 동안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고단한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네는 것 뿐.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작가가 겪은 차별적 폭언과 폭행, 열악한 근로환경 이야기는 눈물 나도록 마음 아프지만 큰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이웃이 그에게 가했던 무참한 행태에 분노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혹한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임계장 이야기>는 이 땅에 살아가는 부모님의 노동일지다. 조정진 작가님을 감자탕 집에 모시고 가서 소주 한 잔 따라 드리고 싶다.

 

하지만 경비에게는 꽃잎도 치워야 할 쓰레기다...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었군.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거야.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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