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가 악보를 챙겨 가지고 막 나가려고하는데 아주머니들 중 한 사람이 어머니에게 자크의 칭찬을 하자 그녀가 이렇게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요, 좋았어요. 쟤는 똑똑해요. ]마치 그 두 가지 말 사이에무슨 관계라도 있다는 듯이. 그러나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그 관계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어머니의 떨리고 부드럽고 뜨거운 시선이 어찌나 깊은 뜻을 
담고 그를 향하고 있었는지 아이는 뒷걸음치며 머뭇거리다가 그만 밖으로 도망쳐 나오고말았다.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를 사랑한다니까"하고 그는 층계에서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도 어머니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있음을, 어머니가 사랑해 주기를 전심전력으로 열망해 왔음을, 그러면서도 지금까지는 항상 그 사랑의 가능성을 의심해 왔음을 깨달았다. - P130

마치 인간들의 역사가, 가장 해묵은 대지 위를 끊임없이 전진해 가고 나서 그렇게도보잘것없는 흔적들만을 남겨 놓은 그 역사가, 기껏해야 발작적인 폭력과 살인,갑작스러운 증오의 폭발, 그 고장의 강들처럼 갑자기 불어났다가 갑자기 말라버리는 피의 물결이 전부였다가, 그 역사를 진정으로 만든 사람들의 추억과 더불어끊임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모두 증발해 비리듯이 말이다. 

이제 바로 그 땅 자체에서어둠이 솟아 나와 언제나 변함없이 떠 있는 저 기막힌 하늘 밑의 산 것 죽은 것가리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덮기 시작했다. 그렇다. 재[灰] 속에 얼굴을파문은 채 계속 잠들어 있을 그의 아버지를 그는 끝내 알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는 어떤 불가사의가 하나, 그가 알아내고자 했던 불가사의가 하나있었다. 그러나 결국 거기에는 오직 이름도 없고 과거도 없는 사람들을 만드는가난의 불가사의가 있을 뿐이었고 그것이 바로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자신을망가뜨림으로써 세계를 만들었던 저 이름 없는 사자들의 엄청난 무리 속으로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 P248

그렇다.그는 이제 어른이었다. 그는 빚진 것을 약간 갚은 것이었다. 집안의 가난을조금 덜어 주었다는 생각을 하자, 사람이 자유로운 몸이 되어 아무것에도 복종하지않아도 된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에 찾아오게 마련인 거의 매서울 정도의 긍지가 마음속에 차올랐다. - P331

아! 그렇다. 그러하였다. 그 아이의 삶은 그러하였다. 헐벗은 필요만이 이어 주는 그동네의 가난한 섬 속에서, 불구인 데다가 무식하기만 한 가족들 속에서, 으르렁대는젊은 피, 삶에 대한 탐욕스런 갈망, 사납고 굶주린 지성을 가슴에 품고, 광란하던즐거움은 낯선 세상이 그에게 가하는 돌연한 펀치에 번번이 끊어져 당황스럽기그지없지만 곧바로 정신 가다듬고 알 수 없는 그 세상 이해하고 알고 동화하려애쓰며,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애쓰는 법 없이, 결국은 언제나 태연한 확신 버리지않고,

 자신만만, 그렇지, 자신만 가지면 원하는 건 무엇이나 이룰 수 있으니까, 이세상 것이라면 이 세상만의 것이라면 어느 것 하나 불가능할 건 없으니까, 선의를가지고, 치사하지 않게, 세상에 다가가므로 과연 그 세상을 동화시켜 가며, 그어떤 자리도 욕심 내지 않고 오직 기쁨과 자유로운 인간들과 힘과 삶이 지닌좋은 것, 신비스러운 것, 결코 돈으로 살 수 없고 사지 않을 모든 것만을 원하기에 도처에서 제자리에 있으려고 준비를 하는(그리고 또한 어린 시절의 헐벗음에의하여 준비가 되어 있는) 그의 삶은 그러하였다.  - P333

여자란 외침과 땀과 먼지뿐인 그들의 세계 속으로 세련되고 섬세한 어떤 세계, 형언할 수 없는유혹의 세계를 열어 보여 주는 저 베르가모트와 크림의 달콤한 향내 덩어리라고상상했고 그들이 그 입술연지를 둘러싸고 동시에 온갖 상스러운 소리를 다내뱉어도 도무지 막아 낼 수 없었던 그 유혹의 세계, 그리고 가장 나긋나긋한어린 시절 이래 느껴 온 육체와, 바닷가 모래밭에서 행복한 웃음이 터져 나오게하던 그 육체의 아름다움과, 그칠 줄 모르고 그를 끌어당기는 육체의 따뜻함의사랑, 뚜렷한 생각도 없으면서 그저 동물적으로,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소유할 줄 모르니까. 

그저 그 육체의 광휘 속에 들어가 있고 싶고, 엄청난안심과 신뢰를 가지고 친구의 어깨에 내 어깨를 기대고 싶어서, 또 복잡한 전차안에서 어떤 여자의 손이 약간 길다 싶은 시간 동안 자기 손에 닿아 있기만 해도거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 되는, 그렇다 살고자 하는 욕망, 그러고도 또 더많이 살고자 하는 욕망, 이 땅이 지닌 가장 뜨거운 것,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가그의 어머니에게서 기대하면서도 얻지 못하거나 감히 얻을 엄두를 못 내는 것,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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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공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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ଫ/⌒づ🎁

청공 2021-12-28 01:53   좋아요 0 | URL
클스마스 잘 보내셨지요?^^
늦은 인사 죄송요! 토끼 선물 넘 귀여워요. scott님~ 행복넘치고 따스한 연말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