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 제2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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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존재를 잊고 지내는 일 많다.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온 몸은 꽁꽁 싸매고 창문은 꼭 꼭 닫고 아파트에 살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자동차를 타고 학교에 간다. 그러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하늘의 존재를 그렇게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같다. 혼자 노는 아이가 발견한 새 발자국. 

새 발자국 곁에 누운 아이는 눈 위에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며 날아오른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가 먹구름을 마주하는 순간. 하늘은 눈 덮힌 땅으로 바뀐다. 


아이의 상상은 상상 속 다른 나라가 아니라 아이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군홧발에 뒤덮힌 마을을 지나온 지금까지의 여정을 뒤돌아본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읽은 그림책은 

마지막 장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발자국과 함께 써 있는 

"내일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요?" 가 희망과 즐거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간절함과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과 즐거움으로 읽히던 이야기들이

다시 읽을 때는 가슴 저린 이야기로 들려온다. 

단순한 그림과 짧은 문장 속에 더 많은 것들이 담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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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기억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최경식.오소리.홍지혜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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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세 작가의 시선으로 담은 남영동 대공분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이 얽혀 그려낸 이야기

당시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고문과 취조를 목적으로 한 처참한 건축물. 지금은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된 곳


최경식, 오소리, 홍지혜 세 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건축물이 가진 기억을 따라 갑니다.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했던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이 지금은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되었습니다. 책을 손에 들고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표지에 그려진 벽돌의 질감이었습니다. 짙은 회색의 벽돌과 군데 군데 핏빛으로 물든 벽돌의 거친 질감. 표지를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고문 희생자의 두 손에 남겨진 그 방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덧. 

책 장을 펼치면 ‘건축물의 기억 깊이 읽기’라는 작은 팜플렛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이 어떤 건물이고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밝히고 실제 건축물의 사진을 함께 보여줍니다. 하지만 건축가의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개인에게 향하는 분노에 멈추는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 이름도 역시 기억했으면 합니다.  


건축가. 김수근 

남산 자유센터(현 한국자유총연맹), 중앙정보부 정동분실(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여박물관,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건축가.  

굉음을 내며 기계장치로만 움직이는 육중한 철문, 빙빙 돌며 오르는 동안 방향감을 상실하게 하는 나선형 계단, 비좁게 만든 5층 창문, 기이하게 작은 욕조.

 취조와 고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 

그림책 속 가해자들의 혼잣말을 어쩌면 건축가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뿐이야'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거야'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한거야'

 



우리는 아이들과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 뿐 아니라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도 함께 읽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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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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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의 반대>는 단순히 '반대'라는 개념을 넘어, 서로 마주하고 부딪히는 감정들 속에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표정의 고릴라들이 등장합니다. 고릴라들의 표정은 슬픔, 기쁨, 화남, 또는 사랑스러움 같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이를 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에 그 감정이 스며드는 듯합니다. 슬픈 고릴라를 보며 내 얼굴에도 슬픔이 찾아오고, 기뻐 보이는 고릴라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갑니다. 고릴라의 표정들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의 감정을 비추는 동시에, 반대되는 감정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각기 다른 감정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슬픔에 젖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행복으로 가득 차기도 하지요. 때로는 걱정과 고민으로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학교에 가지만, 다른 날은 그런 걱정은 까맣게 잊고, 신나게 학교를 향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작은 세상 안에서 서로 다른 감정들과 맞서며 살아갑니다.


 "한때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아주 자그마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감정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반대'라는 것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맞닿아 있는 것같습니다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때때로 부딪힘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부딪힘을 넘어 서로의 마음에 닿는 순간, 진정한 이해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단순한 반대와 맞서기를 넘어서,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음을 잔잔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반대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사실 맞닿아 있으며, 그 속에서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책은, 작은 것들 속에서 큰 가치를 찾는 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한때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아주 자그마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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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문제야 - 양과 늑대의 이야기 바람그림책 157
신순재 지음, 조미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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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양과 양을 위해 늘 문제를 생각하는 늑대의 이야기. 착한 양과 나쁜 늑대는 오래된 클리세입니다. 작가는 그만큼 서로 다른 존재라는 의미로 늑대와 양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를 내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무당벌레 한 마리는?'


너무 쉬운가요?


그렇다면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꽃향기 한 줌은?'은 어떤가요?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문제들.


때로는 쉬워서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어서 누군가의 힌트가 필요하거나 여럿이 힘을 합쳐야 풀 수 있는 문제도 있겠지요.


때론 답이 없는 문제도 있어. 문제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도 있어요


때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문제 속에서 길을 잃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더라도


그 문제에 빠져들어야 할 때도 있겠지요.


앞으로 수많은 문제를 만날 아이들에게

그리고 풀리지 않는 문제로 힘들어 하는 어른들에게

그 문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


그리고 양을 위해 문제를 만들어주는 늑대처럼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문제의 바다를 함께 헤쳐가는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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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쓸모 보통날의 그림책 7
최아영 지음 / 책읽는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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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의 쓸모를 생각하는 순간은 행복하고 즐거울 때가 아니라, 외롭고 쓸쓸하며 힘든 순간일 것입니다. 화려한 장식에 둘러싸여 있던 화병에 어느 날 작은 흠집이 생깁니다. 그 작은 흠집으로 인해 화병은 하루아침에 길가에 버려지고, 한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베란다의 화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방 안에서 주목받던 시절과는 달리, 퀴퀴한 흙냄새와 벌레들,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들로 어수선한 베란다에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전자, 와인잔, 항아리로 살던 새로운 화분들이 각자의 쓸모를 찾으며 살아가는 베란다에서, 화병도 자신만의 쓸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표지에 보이는 화병의 표정부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당혹, 놀람, 좌절, 속상함, 기대, 기쁨…


할머니의 베란다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화분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권정생의 <강아지똥>이 가치없음과 하찮음이라는 편견 속에서 생명과 쓸모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나의 쓸모>는 도심 속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자신의 쓸모를 찾아 증명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한때의 빛남과 화려함을 지나 새로운 쓸모를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입니다. 화병의 쓸모는 결국 무언가 담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쓸모의 무게를 나누는 것이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겉보기에만 화려한 장식품을 담았던 화려한 과거보다는  생명을 담아내는 지금의 화병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깨어지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자신의 쓸모가 아닐까요. 


당신의 쓸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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