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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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을 가리는 성격은 살면서 불편할 때가 많다. 일단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낯선 장소나 분위기에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오래 되어 익숙한 공간에서도 영 친해지기 어려운 부류가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지금 직장을 4년째 다니고 있지만 남자 직원들에게는 여전히 낯을 가려서 업무 외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전에 함께 근무했던 어떤 원과회사에서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아침에 인사하는 것조차 어색했었다. 그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어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받아주는 건지 안 받아주는 건지 긴가민가했기에 더 어색했던 것 같다.

 

 이런 성격은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차라리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어색해하는 혼자 밥 먹기나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카페에서 차 마시기 등을 별 어려움 없낸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혼자 뭔가를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상황상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손님이 붐비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관객이 많은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이 무척 많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공부를 하던 책을 읽던 창 밖을 보며 각에 잠겨 있던)은 더 많다. 말하자면 낯가리는 성격은 의외로 흔한 성격이며, 사람이 가진 여러 특성 중 하나일 뿐 문제가 있다거나 잘못됐다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낯선 사람과 어울리거나 모르는 사람이 가득한 장소에 있어야 하는 일이 많은 세상이다. 농경사회는 자기가 태어나 자란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옮기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현대사회는 이사도 자주 다니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잦다. 자연히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사람을 우대하기까지 한다. 나처럼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사회구조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불편하기만 하면 그럭저럭 살겠는데 이런 성격을 문제가 있다는 듯이 치부하는 시선 때문에 더 힘들다. 뭔가 내 성격에 큰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끼면 그 순간부터 자존감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이런 성격이 어때서? 낯가리는 성격 때문에 불편한 남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라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내 주장을 내세우기 어려워하는 성격인 탓에 말은 못한다.

 

 아무튼 나는 우리나라만 낯가리는 사람이 살기 힘든 나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낯가림이 무기다>라며 낯가리는 성격을 잘 활용하자는 책까지 나온 걸 보면 말이다.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는 성격을 바꾸기를 권하거나 심지어는 강요하는 어투일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 낯가리는 성격을 즈니스나 넓은 대인관계에서 활용하는 실제적인 기술들을 알려준다. 무척 현실적이다.

 

 사실 사람이 성격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낯을 가리건 오지랖이 넓건 모든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고 어느 정도는 타고난 기질도 있다. 타고나기를 다혈질이어서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백날 잔소리를 해보았자 조금 나아질 수는 있어도 근본이 바뀌지는 않는다. 낯가림도 80%는 타고난 기질이기 때문에 바꾸려고 노력해도 별 소용이 없다. 차라리 이 의 저자처럼 '관찰력과 분석력이 뛰어난' 낯가리는 성격의 장점을 활용해서 사람들의 특을 파악한 다음 내 뜻에 맞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편이 훨씬 낫다. 성격을 바꾸려고 마음 고생이나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일도 내 뜻대로 되고, 일석이조다.

 

 

 낯을 가리는 사람 중에는 '나는 커뮤니케이션이 서툴기 때문에 영업이나 판매, 접객 등은 절대로 맞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포인트는 뛰어난 말주변이 아닙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존중이 있느냐 없느냐는 상대에게도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 <비법 19 : 비위 맞추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중을>, 124~125페이지 -

 

 

 저자인 다카시마 미사토가 공개한, 낯가림을 무기로 활용하는 36가지 비법의 기본 바탕'상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 사람을 자세히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내 뜻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터득하는 건 디까지나 앞에 나서기 어려워하는 성격을 보완하기 위함이어야지, 남을 '이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법한 여러 가지 비법 소개도 좋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존중과 관심을 강조하는 게 이 책의 가장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쉽게 읽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나는 책을 좀 느리게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사흘도 안 렸다. 크기가 작고 얇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문체가 마음에 든다. 친절한 선생님처럼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문체라서 읽다 보면 기분이 편해진다. 예전에는 이런 문체가 지루했는데 요즘은 좋다. 나이가 들었나.

 

 단점은 책값이 비싸다는 점. 정가는 11,500원이고 알라딘 판매가는 10,350원인데 내용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간, 줄간격, 여백을 좀 줄였으면 책이 훨씬 얇아져서 가격이 내려갔을 텐데. 그래서 별 하나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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