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날짜 : 1월 17일(금)~1월 22일(수)

 

※ 읽은 페이지 : 146쪽~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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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현대의 정부든 간에 나라를 망치는 일은 보통 윗물에서 시작된다. 로마도 예외가 아닌 듯, 오현제 시대를 지나서는 계속 폭정을 일삼는 황제들 때문에 제국이 신음한다.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사치와 향락을 일삼고, 자신의 적 뿐 아니라 측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죽이는 폭군이 연이어 등장해서 머리가 어지럽다. 콤모두스 황제가 살해된 뒤, 덕망 높은 로마 총독 페르티낙스가 황제로 등극하여 로마가 안정되나 했더니 이내 그에게 불만을 품은 근위대가 또다시 황제를 갈아치웠다. 그것도 '공매'라는 어이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근위대에게 거금을 주고 제위를 산 율리아누스 황제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살해되었다. 뒤를 이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 시대에는 그럭저럭 살만했으나, 그의 아들 카라칼라 황제는 폭정을 일삼았다. 카라칼라 황제를 살해하고 황위에 오른 마크리누스 황제는 뭘 해보기도 전에 카라칼라의 아들을 사칭한 엘라가발루스에게 살해되었고, 엘라가발루스는 또다시 근위대에게 살해되었으며 뒤를 이은 사촌동생 알렉산데르 세베루스 황제도 근위대의 칼날에 죽었다. 알렉산데르 황제는 13년간 평화롭게 로마를 통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위대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알렉산데르 황제를 살해한 근위대가 후임으로 세운 황제는 막시미누스라는 외국인(책에서는 야만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말이 매우 거슬린다.) 군단장이었다. 카라칼라 황제와 알렉산데르 황제의 총애를 받았다지만(그래서 카라칼라를 죽인 마크리누스 시대에는 공직을 맡지 않았다지만) 그 역시 자격지심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폭군이었다. 기번에 따르면 별것 아닌 일로 트집을 잡아서 4000명(!)을 죽인 적도 있고, 근위대에게 줄 돈이 모자라서 공공건물 안에 있는 값비싼 물건들에 손을 댔다고 한다. 막시미누스 뿐 아니라 '폭군'이라고 불리는 황제들은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이, 제국의 안정보다 일신의 쾌락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폭정을 하는 황제들도 문제지만 고르고 골라서 그런 인물들만 황제로 추대한 근위대는 더 큰 문제다. 콤모두스나 카라칼라처럼 아버지에게 황위를 물려받은 황제들은 자식 교육이 잘못된 경우라고 쳐도, 폭군을 죽이고 추대한 황제마저 폭정을 일삼은 것은 추대 세력(주로 근위대)의 책임이 아닌가. 앞서 말했듯이 폭군들은 측근까지 죽여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근위대가 목숨을 부지하려면 자신들이 추대한 황제마저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선정을 베푸는 황제(페르티낙스 황제와 알렉산데르 황제)가 등극해서 썩을대로 썩은 군대를 개혁하려고 하면 지금껏 누린 특권을 잃지 않기 위해 또 황제를 살해하고, 근위대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황위에 앉히면 그 황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권력을 남용하고...... 한 마디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역사의 고증 현장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간신히 200페이지를 넘겼다.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지배층이 본분과 의무를 망각하고 국민들에게만 의무를 강요하면 사회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생활이 도탄에 빠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몰락의 원인을 정신적인 것에서 찾는 태도를 경계한 듯한데 나는 적어도 몰락의 '시작'은 정신이 타락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로마 제국이 쇠락의 길을 걷다가 멸망한 이유야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근본 원인이 있을 것 아닌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계속 황제를 갈아치우는 근위대, 근위대의 입맛에 맞추느라 국민들을 괴롭히는 황제, 목숨을 부지하려고 폭정을 방관하는 원로원...... 이는 모두 '나 하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만 생각하는 극단의 이기주의다.

 

 어쨌든 막시미누스 황제의 학정을 견디다 못한 아프리카 속주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속주민들은 고르디아누스 부자(父子)를 공동황제로 내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원로원의 승인을 얻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부자는 통치를 시작한지 36일만에 둘 다 죽었다. 아들 고르디아누스가 이웃 속주(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 고르디아누스가 자살하자 다급해진 원로원 의원들이 모여서 의논한 끝에 자신들 중에서 황제를 추대했다. 이리하여 막시무스와 발비누스가 공동황제가 되었는데 두 사람의 통치도 오래가지 못한 모양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역작이긴 한데 제목 그대로 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다루는지라 사건이 많아서 황제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기억하기도 벅차다. ㅋㅋ 그래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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