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날짜 : 1월 6일(월)~16일(목)

 

※ 읽은 페이지 : 1쪽~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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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을 맞이하여 소박하게 독서계획을 세웠다. '인문, 문학, 평전, 이 세 분야의 책을 한 권씩(또는 한 시리즈를) 완독하자.' 늘 작심삼일이 되는 탓에 올해에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새해가 밝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어떤 목표도 없이 사는 것은 내 인생에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을 바꿨다. 최소한 '독서계획'만큼은 반드시, 꼭, 철저하게 지키자고.

 

 그 계획에 따라 선택한 인문 분야의 책이 바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다. 기번과 <로마제국 쇠망사>의 명성은 많이 들었으나 제대로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마의 역사는 학교를 다닐 때 세계사 시간에 몇 시간 배운 것이 고작이고, 기번 이전에 읽은 로마사 관련 책이라고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전부다. 그것도 1권부터 9권까지만. 어느 리뷰어가 로마사 관련 책을 읽을 때 '로마인 이야기->로마제국 쇠망사'의 순서로 읽는 것은 절대 피하라고 하던데, 나는 이미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절반 이상 읽었으니 지뢰를 밟은 것인가?

 

 어쨌든 나는 아직 로마의 유구한 역사를 이렇다 저렇다 논할 수가 없다. 그럴 깜냥이 없기 때문이다. 로마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그리스도교에 편견이 심하다는 비난을 받는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이든, 구시대의 사관과 오리엔탈리즘 세계관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평을 받는 에드워드 기번의 저작이든 일단 '읽어봐야' 내 나름의 시각이 정립될 것이다. 두 사람의 저작 뿐 아니라 테오도어 몸젠의 <로마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로마 관련 서적을 두루 섭렵할 생각이다. 우선 올해에는 기번의 책을 열심히 읽고, 만일 2014년이 지나가기 전에 완독하게 된다면 또 다른 책을 읽어야지. 일단은 올해 안에 기번의 책을 완독하는 것이 목표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로마제국 쇠망사>는 재미있다. 제정 로마가 차지했던 영토의 범위를 설명할 때는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나는 지리에 워낙 약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읽을 때 열심히 지도를 들여다봤는데 뭐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ㅠㅠ) 본격적으로 역사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읽을 만하다. 특히 콤모두스의 폭정으로 로마가 반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황제가 세 번이나 바뀌는 혼란을 겪으면서부터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돼서 더 재미있다. 기번의 문체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ㅎㅎ

 

 본문 이외에 각주를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기번은 어느 한두 사람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여러 역사가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다. 그리고 기번 자신은 황제의 행동이 현명했다고 생각할지라도, 그 황제의 행동을 비난한 역사가가 있으면 그의 저술 중 일부를 인용하거나 '~는 ~라고 말했다'는 식으로 각주를 달았다. 가능한 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쓴 것 같다. 같은 사건을 누구는 빨갛다고 말하고 누구는 파랗다고 말한다면 '뭐야, 그래서 결국 어쨌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덕분에 나 같은 독자가 로마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기번이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자기 주도적인 독서와는 거리가 멀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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