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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훔친 아이 ㅣ 그래요 책이 좋아요 3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지음, 클로이 그림,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2018 Books] - 87 스페인 작가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의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읽었다. 스페인 문학, 특히 아동 문학이 우리에게 소개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스페인 아동 청소년 문학상과 독일 화이트 레이븐상을 수상했다는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원제는 Barro de Medellín. 메데인의 진흙이라는 뜻이다. 판자촌에 사는 아이 두 명이 나온다. 카밀로네 아빠는 날마다 술을 마시고, 엄마는 돈을 벌러 다닌다. 아빠가 돈을 주며 술을 사 오라고 하는 날은 그나마 운이 좋다. 돈을 주지 않고 술을 가져오라고 한다. 알아서 훔치든지 해서 가져오라는 거다.
스페인어가 사용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 40여 개국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나라의 이야기인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알았다. 작가가 콜롬비아의 메데인 지역에 방문했다가 만든 이야기로 했다.
저렴해서 구하기 쉬운 마약, 알콜에 중독된 사회, 치안이 좋지 않고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 이 사회에서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유일한 친구이다. 둘이서 동네를 빠져나가자, 그럴 수 없다 실랑이를 벌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영화나 문학작품을 볼 때 아주 엉망진창인 상황에 빠진 주인공을 보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렇게나 비참한데 왜 그냥 견디지? 왜 저 상황을 빠져나가지 않지?’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어마어마한 용기를 내지 않으면 평생 그런 환경에서 지내기도 한다.
환경을 개선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 소년은 동네에 생긴 화려한 도서관에 들어가게 된다. 사서 선생님은 사진 두 장을 가져오면 대출증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사진 따위는 없다. 얼결에 책을 바지춤에 넣고 밖을 빠져 나와 버리는 둘. 들키지 않은 게 신이 나서 술집에 가서 책을 팔고 술을 산다. 마음이 개운치 않았지만, 또 돈이 필요하니 도서관으로 간다. 이 아이들은 언제까지 책을 훔치게 될까?
실화라고 해도 믿을 법한 이야기, 텍스트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얼굴에 땟국물이 흐르고 눈이 반짝 이는 두 소년이 보이는 듯 했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스페인 아동문학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