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 하루하루 새로운 나의 리틀 포레스트
이사 토모미 지음, 류순미 옮김 / 열매하나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초록을 지향하는 1인 출판사 열매하나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일본어 원제는 <移住女性>(이주여성). 부제는 하루하루 새로운 나의 리틀 포레스트다.

현재 도시에 사는 사람 중에서 복잡한 이곳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복잡하고 터질 듯한 곳이 정말 좋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또 시골로 가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시골에 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들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귀농 및 귀촌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곤 하지만, 일본은 그 경향이 진작부터 두드러져 왔다. 그걸 다룬 다큐도 몇 편 본 적 있었다. 젊은 부부들이 시골을 찾아 아기도 낳고, 일자...리를 찾고 완전히 정착하는 모습.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하니 더욱 많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마을에 없었던 활기가 돌고 있었다. 시청자인 내 가슴이 다 뿌듯해졌다.

이 작지만 단단한 책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귀촌을 한 일본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귀농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 맞다. 시골로 돌아가는 모든 사람이 농삿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삿일로 돈을 벌건 벌지 않건 적당한 수준의 벌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그것 없이는 귀촌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1천만원 정도의 정착금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때까지의 과정이 책에 자세히 적혀 있어 더욱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당장 귀촌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건 도시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도시의 북적임, 사람들이 빚어내는 활기, 풍부한 문화생활을 뼛속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콘서트나 공연 없이는 못 살았던 내가 지금은 충분히 그런 것들 없이도 일상의 충만함을 느끼듯이,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런 문화생활 따위 포기하고 초록이 아름다운 곳으로 가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내 짝꿍은 언제든 제주나 강릉으로 가자고 나를 유혹하고, 나는 그때마다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이 거주지를 옮기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 지점이 아름다웠다. 영화 <곡성>에서 잊을 수 없는 그 대사, “뭣이 중헌디?”를 여기서 또 한 번 던지고 싶다. 당신의 삶엔 무엇이 중요한가? 조금씩 진동하며 바뀌어가는 그 소리에 늘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거주지가 달라지면 하는 일도, 만나는 사람들도, 나 자신의 일상도 확 바뀌어 버릴 것이다. 그 즐거운 변화를 마음에 품고 이 책을 덮었다.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여기 조금 옮겨 보겠다.

“제가 선택한 귀촌은 단번에 옮겨가는 것이 아닌, 일하는 방식이나 사는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슬라이드식 귀촌이었습니다.”

“저는 늘 ‘아름다운 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도심에 살면서 주말이나 휴가철에만 잠깐 이동해 경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내 아름다운 경치에 둘러싸여 오롯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인생의 본질은 아름다움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20대에 원했던 것은 어쩌면 도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도 과연 도쿄에 있을까?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질문은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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