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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멋있다 ㅣ 소설의 첫 만남 1
공선옥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아동 청소년 책을 주로 다루는 마포구의 ‘책방 사춘기’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내가 줄곧 보고 싶었던 책들을 만났다. 창비에서 나온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무척 궁금했던 책이지만 여태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나온 시리즈라고 한다.
내가 책방 사춘기에서 사들고 온 책은 바로 공선옥 작가의 <라면은 멋있다>. 제목도 내 관심을 끌었고, 무엇보다도 일본 소년 만화 같은 느낌의 표지가 맘에 쏙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계시는 김정윤 작가의 작업이었다.) 다 읽고 나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미 이 소설을 집에 소장하고 있었다!
공선옥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의... 단편 중 하나만 끄집어내어 <라면은 멋있다>로 손바닥 만한 책으로 엮은 것이다. 사 둔 책을 안 읽었다는 게 그만 뽀록나고 말았지만! 풋풋한 삽화가 들어가니 작품의 느낌이 사뭇 달라졌다.
집안 형편은 여유가 없고, 공부는 사치에 가깝다. 그런데도 가슴은 자꾸 콩닥대고. 뭐 하나 맘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어떡하나? 라면 밖에 사먹을 수 없어서 자꾸 라면만 먹는, 민수와 연주의 겨울 산책이 너무 좋았다.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한 장면, 이곳에 옮겨본다.
“연주야, 우리 오늘은 좀 걷자.”
“야아, 나 다리 아프단 말이야.”
“난 걷는 게 좋은데.”
“난 어디 들어가 앉았음.”
“그래, 그럼 우리 라면 먹으러 갈까? 오늘같이 추운 날, 라면 좋잖아?”
“넌 만날 라면이냐? 하긴, 그게 멋있긴 하지만.”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다시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 든다. 분명히 주인공은 괴롭고 죽겠는데, 그래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은 기분. 난 이미 어른인데, 그래도 언제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상쾌한 맛이 좋아서 어른들이 청소년보다 청소년 소설을 더 많이 읽는 것 같다. 아버지를 보며 민수가 읊조리던 구절이 좋아서 밑줄을 쳐 두었다. 이걸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낡은 차 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자니 왼쪽 갈비뼈 밑에서 찌잉 찌잉, 두 번 버저가 울렸다. ‘가슴에서 버저가 울린다.’고 하면 굳이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