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지금 매우 핫해, 핫해, 핫! 한 책이다.
‘아, 마흔 넘으면 운동해야 된다.’ 라고 반복하는 별 다를 것 없는 몸 에세이겠지하고 살짝 넘기려고 했었다. 왜냐고? 내가 충분히 운동의 중요성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운동과 체력이 중요한지 나는 안다. 그런데 왜 요새 내 몸에 대한 불만이 가득차 있지? 답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으로 전이되지 않는 그 애매한 느낌이 싫었다. 김가영 언니가 이 책을 읽었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단숨을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한숨에 읽어내렸다.
...
결론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몸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그런 완벽한 사람이 있다면 안 읽어도 된다.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찐하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해서 무릎을 칠 것이고, 나이 먹어 가며 약해져만 가는 체력에 아우성을 치던 사람이 이 책을 보면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13년간 컴퓨터 앞에 앉아 출판사 편집자 노릇을 하던 저자 이영미씨가 몸이 유리 같아지면서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지적인 것이 앞서고, 육체적인 것은 좀 우스워(?)하던 가치관 때문에 몸을 방치한 탓 일거다. 사실 저자의 환골탈태는 남편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들의 초등학교 운동회에 가서 학부모 달리기에서 넘어졌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당장 담배를 끊어버리고, 집에 굴러다니던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렁이던 뱃살이 사라지고, 피부가 검어지더니 급기야 동네 마라톤 클럽까지 가입! 그런 남편을 바라보다 저자도 자신의 몸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저자는 몇 년을 망설이다 결국 수영장에 갔다. 새벽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하면 다리가 후들거려 머리가 어질할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줄곧 버텼다. 25미터 레일에서만 수영하는 사람은 25미터가 한계인 걸 알았다. 몸은 자기가 버텨온 만큼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싶은데 글이 자꾸만 길어진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도대체 어쩌지?

이제 그녀는 수영 뿐 아니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까지 섭렵하는 철인으로 둔갑했다. 창백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만 만들던 편집자에서 구릿빛 피부와 주름진 얼굴에 당당한 자세로 씩씩하게 걸어다니는 여성으로 변모한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저자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고 사진을 찾아 보았다. 몸에서 배어나오는 건강함과 힘! 내가 그런 50대로 살고 말테다. 아니, 그런 50대 말고, 그런 60대, 70대로 살테다. (왜 40대는 생략한거니? ㅎㅎ)

책에 미쳐 있었던 사람답게 우아하고 기품있는 문장은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몇 구절만 인용해 왔다.

“정신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체력이다. 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 체력이야말로 죽는 그 순간까지 키우고 유지해야 할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다. 이제 좀 설득이 되는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던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마저 마흔 살에 접어들면서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젊음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나이듦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깊이 상처받는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젊은 하나로 모든 약점을 가리던 휘장이 하나하나 벗겨질 때, 꾸준히 연마해 온 강함과 우아함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새벽수영을 등록했다. 5시 반에 일어나 수영장에 6시에 도착해서 한 시간을 수영하고 출근하면 7시 반. 물 속에서 발차기를 하니 온몸이 뜨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노곤하지만 그 느낌이 아주 좋았다. 나는 내 몸을 봐주지 않을 생각이다. 자꾸 무너지고 구부러지는 몸을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켜 세워볼 생각이다. 좋아하는 글을 마음껏 읽고, 쓰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