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해 보니 책이 와 있어서 저녁을 기다리며 잠시 책을 펼쳤는데, 펼쳤는데? 글쎄 이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궁금해서 자꾸 자꾸 뒷장으로 넘어간다. 결국 저녁 먹기 전에 다 읽고 말았다.본격적인 판타지 동화도 좋지만 생활 속에 판타지가 살짝 들어간 동화를 보면 막 온 몸이 근질거린다. ‘저런 걸 내가 쓰고 싶은데!’ 싶어서 너무 부럽고 질투 나고 두근거리고 야단법석이다. (아직 써 본 적도 없으면서! 이게 황당한 포인트입니다, 여러분)힘들고 지친 날, 터덜터덜 길을 걸어다가 식당을 발견한다면, 따뜻한 불빛이 부드러워 보이고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당신을 유혹한다면? 어떻게 한 번, 식당으로 들어가 볼 텐가? 그런데 그 식당 이름이 ‘한밤중 달빛식당’이면 홀린 듯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집을 나왔어.길은 어둡고 갈 데가 없었지.어떤 아저씨가 비틀거리며 내 앞을 지나갔어. 술 냄새가 고약했지. 아빠가 생각났어.언덕 아래에는 알록달록한 불빛들로 가득 차 있었어. 참 예쁘더라.하지만 난 좁고 어두운 길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갔어.시가 아닌데, 마치 시 같은 호흡으로 읽힌다.간결하고 살짝 빠른 호흡으로 따라 읽어가다 보면 벌써 3쪽을 넘기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을 앗아가는 설정이 등장한다. 그때부터는 부드럽게 물결치는 작가의 솜씨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줄거리를 더 말 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여기서 줄여야만 한다.독후감과 서평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이 밸런스는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얼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랑 맘껏 수다수다 떨면 좋겠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도 사랑받겠지만, 인생의 쓴맛 단맛을 골고루 맛 본 적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내 마음을 앗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