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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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 우리 나라 청소년 소설이 제대로 주목받은 것은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부터라고 한다. 영화로도 나와서 히트를 쳤고. 그 이후로는 독자들로부터 받는 사랑이 조금 주춤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 소설을 쓰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어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도 크게 사랑받았다. <아몬드>는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영화로 꼭 잘 옮겨지지 않더라도, 청소년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 일이다.

창비 청소년문학 시리즈인 추정경 작가의 <내 이름은 망고>를 읽었다. 학교에서 나는 영어선생님이고, 아이들에게 내 본명과 여러 가지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 “My nickname is M...ango. Because my favorite fruit is mango.” 요렇게 하고 말았다. 입에 착 달라붙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내 본명을 묻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망고샘, 혹은 망고티쳐가 되었다.

제목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보니 내가 집은 작품이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바로 그 작품이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연으로 캄보디아에 와서 떠밀리다시피 패키지 투어 가이드를 하게 된 17세 소녀 수아. 청소년 소설 소재를 찾을 때, 집 아니면 학교, 학원, 늘 비슷비슷한 배경에서 고르다보니 작가 스스로가 식상해 지기 마련이었다. 아예 배경이 외국으로 확장되었을 때의 시원함! 고등학생이 얼결에 가이드를 하게 되는 상황도 굉장히 신선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2009년에 작가가 캄보디아 여행을 갔을 때 구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지독한 몸살에 목감기에 시달리면서도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의 기쁨은 무척 컸을 것 같다. 창작을 하려는 사람에게 무가치한 작품은 없다. 작품이 흡입력 있고 훌륭하면 훌륭한대로, 부족함이 많으면 많은대로, 지망생은 그저 배울 뿐이다. 소재는 어디서나 얻을 수 있다는 것. 그저 이야기의 힘이 중요할 뿐이다.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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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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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먼저 쓰기 시작한 친구한테서 카톡이 왔다. “선배, 선배! 이번에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읽어 봤어요? 너무 잘 써서 저 좌절이에요.” 요즘 책 값 줄이느라 이번에는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저 카톡을 보고 못 기다리고 주문하고 말았다. 그리고 읽고 난 지금의 소감은..

대박 예감이다!

지우가 학교 도서관에서 주인 없는 스마트폰을 발견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필름에 지문 하나 찍혀 있지 않은 완벽한 새 스마트폰. 누구 스마트폰인지 알고 찾아주려고 하다가 일단 손에 쥐게 된다. 그러고는 2장부터 당장 판타지의 세계가 열린다. (스포일러 없이 오늘도 리뷰를 쓴다. 막막하고 즐겁다.)...

이런 생활에서 슬그머니 물 흐르듯이 빠져드는 자연스런 판타지 동화를 엮어내는 정교한 솜씨가 정말 탐난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딜레마 상황에 빠진 채 좌충우돌 하는 주인공을 관찰할 수 있는 내 입장이 무척이나 즐겁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레퍼런스로 추측되는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젊음을 얻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나오는 갖가지 재롱(?)에 우리 시간과 시력과 정성을 쏟고 그 대신 건강과 사람을 잃어 왔다. 실제로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 작가 스스로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도깨비들과 인간 아이를 다룬 것을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 올랐다. 나의 우연한 발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발견이 꽤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 비밀스럽게 즐거워했다.

“성큼성큼 걷다가 커다란 문에 부딪힐 뻔했을 때 케빈은 크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문들이 하나씩 달칵이며 위로 들려 올라갔다.”

이 구절을 보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가 떠 올랐고,

“이야, 정말 기운이 크고 좋은데! 이 정도 인간은 오랜만에 보네.”
붉은 머리 여자애가 말했다.나머지 두 아이도 지우 주변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살피며 숙덕거렸다. 케빈은 어깨를 쭉 폈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정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을걸. 굉장하지?”

에서는 역시 같은 영화에서 여러 요괴들이 코를 킁킁대며 “인간이다! 인간 냄새가 난다!” 하던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도깨비에 대한 자료 조사가 철저하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 가장 뒷부분 부록에 ‘도움받은 책’ 목록에 도깨비에 관한 문헌이 올라와 있었다. 풍부한 자료 조사로 동화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셈이다.

매혹적인 스토리라인으로도, 여러 가지 토의거리가 있다는 것으로도 많은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 충분한 책이다. 따끈한 신간, 어서어서 읽으시고 함께 이야기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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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욕 킬러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55
임지형 지음, 박정섭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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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과후 초능력 클럽>을 읽고 리뷰를 올렸다. 어쩌다 보니 그 보잘 것 없는 리뷰를 임지형 작가님이 보셨고, 고맙고 응원하신다며 작품을 두 권이나 집으로 보내 주셨다.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동화 작가 지망생이라고 하니 ‘계속 쓰세요. 꾸준히요.’ 하시면서 굳건한 말씀으로 힘을 주셨다!

어제 책을 받았고, 밤에 단숨에 다 읽었다. 그 중에 먼저 읽었던 <우리 반 욕 킬러>를 소개한다.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의 박정섭 작가가 삽화를 그려 더욱 반가웠다.

첫 시작은 이렇다. 첫 문장으로 일단 독자를 잡아 끌어야지....

“남철아, 나 욕 한 번만 해 줘.”
혜진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세모꼴 눈이 된 걸로 봐서 잔뜩 화가 나 보였다.
“욕을 해 달라고? 너한테?”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지? 왜 가만히 있는 나에게 욕을 해 달라고 하는 거야?

“욕 시원하게 해 주면 아이스크림 사 줄게. 넌 아이스크림으로 입을 시원하게 만들어.”

입에 욕이 저절로 붙어버린 아이들, 결국 욕이 난무하게 되자 학급회의가 열린다. 먼저 아이들이 쓰는 욕이 무엇인지 칠판에 모두 적는다. 그 다음, 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너도 나도 제안한다. 결국 욕을 하고 싶은 사람은 욕 판매자에게 꼭 욕을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

욕을 사다니. 너무 웃겨서 혼자 키들키들 웃었다. (이건 임지형 작가님이 자주 쓰는 귀여운 의성어이다.) 학급회의에서 아이들끼리 결정한 사항은 그냥 학급일지에 기록되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그게 적용되는 걸 이야기에서 보는 건 꽤 짜릿했다.

욕을 누가 팔며, 또 그걸 진짜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궁금해서 자꾸 책장이 넘어간다. 사는 사람이 있다. 일부러 무섭고 싶어서 돈 주고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고,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을 돈 주고 배우는 사람이 있다. 돈 주고 욕 사용권을 구매하는 아이? 있다.

아이들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욕망은 강하게 조절하기 힘들고, 도덕성은 발달한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인정은 받고 싶다. 그 여러 가지가 충돌하면서 아주 볼만한 스파크가 파바박 튄다! 그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국 욕 마켓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가?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란다. 주인공 지남철, 욕이 입에 짝짝 들러붙는 우리의 지남철의 마음 속 갈팡질팡을 목격하시라. 그게 남 얘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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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으로 걷는다 웅진책마을 8
오카 슈조 지음,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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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 한 권으로 나를 단번에 팬으로 만들어버린 오카 슈조의 또 다른 작품을 읽었다. 이현아 샘이랑 한 번 만나 글쓰기에 대해서 침 튀기며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떤 작품을 읽을 때 우리가 가지는 기대치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보면 참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때 현아샘이 언급한 작품이었고, 궁금해서 단 번에 주문해서 읽었다.

오카 슈조는 도쿄 도립 특수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경험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줄곧 써 오셨다.

제목은 <나는 입으로 걷는다>이고 원제는 <口で歩く>. 뜻 그대로 해석하면 ‘입으로 걷는다’이다. 주인공의 소개를 책에 있는 그대로 가져와 보자....

“다치바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습니다. 스물 몇 해를 줄곧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다치바나의 머리맡에는 항상 1.5 미터쯤 되는 막대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막대기로 멀찍이 있는 물건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몸이 불편한 다치바나는 이 막대기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게으름봉’)를 가지고 살아간다. 침대에 누워 옴짝달싹도 못하는 다치바나가 오늘은 산책을 간다고 한다. 엄마는 집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산책을 한단 말인가?

이동식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하늘을 보며 기다리면서 다치바나는 어떻게 산책을 하겠다는 걸까? 입이 근질거리지만, 읽을 분들을 위해서 오늘도 꾹 참을 뿐이다.

산책길에서는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몸이 불편하다고 무턱대고 동정하는 사람, 겁 먹어서 안 오려고 하는 사람,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누워서 꼼짝 못하는 다치바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다치바나의 재치있는 말주변에 줄곧 키들키들 웃으며 읽었다.

오카 슈조가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 독특한 전개로 연결되지만 이야기에 빠져 들게 만드는 힘. 그대로 판박이처럼 닮고 싶다. 이 책을 아는 사람과 이야기 맘껏 나누고픈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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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많은 요리점 힘찬문고 19
미야자와 겐지 지음, 민영 옮김, 이가경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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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아동문학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추천해 주어서 바로 다음 날에 찾아서 읽은 책. <은하철도 999>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을 읽었다. (사진에서 오른쪽 책, 왼쪽 책은 단편 하나로만 만든 그림책.)

8개의 짧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역시나 가장 매혹적이었던 ‘주문이 많은 요리점’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국 병정 같이 차려입은 두 남자가 깊은 산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져 어쩔 줄 몰라하다가 요리점을 하나 발견한다. 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다....

누구든지 들어오십시오.
결코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당신이라면? 말 할 것 없다. 들어가야지.

“특히 살이 찐 분이나 젊은 분을 환영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난 젊은 데다 살이 쪘으니까.

“우리 회관은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니,
부디 그 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책 속에 두 남자와 함께 독자들도 팻말을 따라 순순히 말을 듣는다. 생각할 틈 따위 주지 않고 독자들을 밀어붙이는 미야자와 겐지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벼랑 끝에 와 있다. 우리 목줄을 작가가 쥐고 아주 그냥 밀었다 당겼다 가지고 논다.

최근에 읽었던 <한밤중 달빛 식당>과 도입부는 비슷하지만 전개도 작품의 톤도 확연하게 다르다.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깊은 숲속을 걸어가는데 뭔가 조금 신비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앞으로 나는 일단 들어가 볼란다. 누가 어떤 음식을 내 오는지, 무슨 말을 듣게 되는지 궁금해 죽겠다. 궁금해서 죽으나, 시키는대로 해서 죽으나 죽는 건 똑같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와 목숨을 바꾸겠다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작가가 나오고 이야기가 탄생한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하지만, 이야기로 살아남는 셰헤라자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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