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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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먼저 쓰기 시작한 친구한테서 카톡이 왔다. “선배, 선배! 이번에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읽어 봤어요? 너무 잘 써서 저 좌절이에요.” 요즘 책 값 줄이느라 이번에는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만 저 카톡을 보고 못 기다리고 주문하고 말았다. 그리고 읽고 난 지금의 소감은..

대박 예감이다!

지우가 학교 도서관에서 주인 없는 스마트폰을 발견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필름에 지문 하나 찍혀 있지 않은 완벽한 새 스마트폰. 누구 스마트폰인지 알고 찾아주려고 하다가 일단 손에 쥐게 된다. 그러고는 2장부터 당장 판타지의 세계가 열린다. (스포일러 없이 오늘도 리뷰를 쓴다. 막막하고 즐겁다.)...

이런 생활에서 슬그머니 물 흐르듯이 빠져드는 자연스런 판타지 동화를 엮어내는 정교한 솜씨가 정말 탐난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딜레마 상황에 빠진 채 좌충우돌 하는 주인공을 관찰할 수 있는 내 입장이 무척이나 즐겁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레퍼런스로 추측되는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젊음을 얻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나오는 갖가지 재롱(?)에 우리 시간과 시력과 정성을 쏟고 그 대신 건강과 사람을 잃어 왔다. 실제로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 작가 스스로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도깨비들과 인간 아이를 다룬 것을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 올랐다. 나의 우연한 발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발견이 꽤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 비밀스럽게 즐거워했다.

“성큼성큼 걷다가 커다란 문에 부딪힐 뻔했을 때 케빈은 크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문들이 하나씩 달칵이며 위로 들려 올라갔다.”

이 구절을 보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하쿠가 떠 올랐고,

“이야, 정말 기운이 크고 좋은데! 이 정도 인간은 오랜만에 보네.”
붉은 머리 여자애가 말했다.나머지 두 아이도 지우 주변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살피며 숙덕거렸다. 케빈은 어깨를 쭉 폈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정승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을걸. 굉장하지?”

에서는 역시 같은 영화에서 여러 요괴들이 코를 킁킁대며 “인간이다! 인간 냄새가 난다!” 하던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도깨비에 대한 자료 조사가 철저하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 가장 뒷부분 부록에 ‘도움받은 책’ 목록에 도깨비에 관한 문헌이 올라와 있었다. 풍부한 자료 조사로 동화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셈이다.

매혹적인 스토리라인으로도, 여러 가지 토의거리가 있다는 것으로도 많은 어린이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 충분한 책이다. 따끈한 신간, 어서어서 읽으시고 함께 이야기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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